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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도끼로 밥무덤 깨우는 남해 대량마을 동제(洞祭) 1. 옛날에는 서로 하려고 했던 제관 대량마을 동제는 음력 10월 보름에 치러진다. 남해군 바닷가 마을은 대개 다 그렇다. 저녁에 해가 넘어갈 즈음인 5시 정도에 시작한다. 순서는 산신제~밥무덤제~당산제~용왕제로서 모두 네 차례 제사를 지내는데 모시는 자리가 저마다 다르다. 제주(祭主)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장이 맡는다. 집안에 초상이 났거나 결혼이 있거나 애기를 임신했거나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대신한다. 대신할 사람은 특별한 조건이나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집안과 일신에 무탈한 사람 가운데 동네 의논을 거쳐 결정한다. 지금은 제주를 자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서로 하려고 했다. 마을 바닷가에 잔뜩 밀려드는 몰(톳이나 미역 같은 해초류를 가리키는 남해말)을 남 먼저 차지할 ..
4] 다랑논으로 유명한 다랭이마을 동제(洞祭) 1. 세 개의 밥무덤 다랭이마을에서는 동제를 밥무덤제라 한다. 밥무덤은 모두 세 곳에 있다. 북쪽을 빼고 동·서·남 세 방향에 있다. 동쪽은 옛 가천초등학교 자리(남면로679번길 17-31, 지금 바리스타김) 담장 아래 축대를 파고 들어가 있다. 남쪽은 중앙인데 남면로679번길 17-20 앞(지번은 남면 홍현리 852)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서쪽은 남면로679번길 31-9 옆 길가 야트막한 돌담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밥무덤은 하나같이 동네 길가에 있다. 재해는 바다를 통해서도 들어오지만 역병이나 액운 등은 육로를 통해서도 들어온다. 마을을 지키려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나 바깥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에다 이렇게 밥무덤을 두었다. 2. 일반 가정집 제사와 비슷 10월 보름 저녁 6시..
남해 앵강만 이웃 마을 이야기 ③홍현마을 동제 1. 동제의 명맥을 잇고 있는 중땀 홍현마을에는 중땀과 아랫땀이 있다.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가로지르는 개울이 있는데 그 남쪽이 중땀이고 북쪽이 아랫땀이다. 아랫땀은 얼마 되지 않고 중땀은 사람이 많은 편이다. 위쪽에 있는 무지개마을도 1974년에 분동(分洞)이 되기 전에는 홍현마을 웃땀이었다.  동제를 땀제사라 한다. 땀제사에서 ‘땀’은 마을을 가리킨다. 지금 땀제사를 지내고 있는 데는 중땀 하나다. 아랫땀은 지낼 사람이 없어서 얼마 전에 그만두었고 웃땀(무지개마을)은 이미 오래 전에 그만두었다. 중땀도 땀제사 존속 여부를 두고 논의한 적이 있다. 2015년 발문회의에서였는데 여차저차 이야기 끝에 계속 지내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2. 나이 순으로 제관 임명 땀제사는 이레 전(음력 10월 8일)에 ..
앵강만 두 번째 이웃 마을 이야기-두모마을 동제(洞祭) 1. 시월 초하루 제주 집 대문에 금줄 육지에서는 대부분 동제를 음력 정월 대보름에 지낸다. 남해에서는 다들 10월 보름에 지낸다. 농지에서는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바다에서도 산물이 많은 철이 이때다. 바닷가니까 바다에 관련된 일도 있지만 한 해 농사일을 다 끝내고 감사의 뜻으로 조상님에게 드리는 제사가 동제다. 두모마을도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오랜 옛날부터 모셔왔다. 예전에는 마을 전체 동회에서 제주(祭主)와 제관(祭官)을 선정했다. 동회는 한 해 전 연말에 열렸다. 제주로 선정되면 1년 동안 경조사에 가지 못했다. 지금은 그런 정도는 아니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이장이 제주를 맡는데 축문 읽는 제관은 별도로 정하는 절차 없이 연세가 많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이 맡아 한다. 이장이 경·조사나 또 다른 이..
당항포해전 승전 자리에 왠 가을포가 며칠 전 경애하는 영주 형이 경남 고성 당항포 자리에 가을포가 표기되어 있는 이 옛지도를 보내주었다.그러면서 이게 맞다면 당항포의 다른 이름이 가을포인가 보다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한동안 물끄러미 지도를 들여다보니 답이 모습을 나타냈다. 아마 영주 형도 이미 찾아냈을 것 같다.덧붙이자면 당항만 당항포는 1592년 6월과 1594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무찔렀던 승전의 자리이다. 이를 우리는 지금 제1차 당항포해전과 제2차 당항포해전이라 일컫는다. 따져보니 이랬다 1.왼쪽 위 파란색 동그라미 부분 당항포 자리에 ‘加乙浦(가을포) 用數(용수) 百隻(백척) 風(풍) 無忌(무기) 上(상) 적진포(積珎浦) 三十里(삼십리)’라고 적혀 있다.지금 우리말로 ‘가을포 : 100척을 부릴 수..
남해 해녀 물질 1. 남해 해녀의 고향은 제주도지금 남해에 있는 해녀들은 모두 제주도 출신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제주도에서 물질을 익힌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들이 어려서부터 물질을 할 줄 알았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10대 후반에 배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3학년이거나 졸업을 하거나 할 즈음이다. 그런 해녀들이 육지에 나오면 스무 살 스물한 살 20대 초반이었다. 아가씨들이 다들 젊어서 호기심으로 나왔지 일거리가 있어서 나온 것은 아니다. 친구들하고 어울려 나왔다가 물질을 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2. 물질할 때 쓰는 도구들 물질하러 들어갈 때 갖추는 도구를 꼽아보면 이렇다. 먼저 잠수복을 챙겨 입고 수경을 쓴다. 두렁박을 가슴에 차고 비창을..
윤석열을 사형에 처해야 하는 까닭 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그날 밤그날 밤 누군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어이없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놀란 마음으로 꼬박 밤을 지새웠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가 의결되고 군병력이 철수하기 시작했는데도 계엄을 즉시 해제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동틀 무렵에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이 우리가 발 딛고 선 엄연한 현실 속에서 석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거리에 나선 극우들,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윤석열, 자신의 알량한 이익을 위해 윤석열을 붙잡고 늘어지는 측근들의 광기는 사그라들기는커녕 점점 더 인면수..
기장 가면 이 집 들러 보시라고 1.요즘 무슨 일이 있어 매주 또는 격주에 한 번 기장에 가고 있다. 10시 즈음 도착하면 12시 정도에 마쳐진다. 대여섯 차례는 더 가야 하고 그 뒤로도 당분간 드문드문 가야 한다. 두 달 전 처음 갔을 때 정훈희 김태화의 ‘꽃밭에서’를 찾아 임랑해수욕장 근처에 갔더랬다. 가는 길에 이 식당이 왼편으로 보이기에 그럴듯한 것 같아 들어간 것이 처음이었다. 겉모습은 허름하다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까 뜻밖에 깔끔했다. 생선구이를 주문해놓고 식탁에 올려져 있던 주전자를 들어 둥굴레차를 마셨는데 그 독특한 맛이 괜찮았다. 2.생선구이는 푸짐하고 맛있었다. ‘꽃밭에서’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다음에 올 일 있으면 또 가자고 할 정도는 되었다. 5월에 한 번 더 왔었는데 그날은 '월요일은 휴무' 이러며 문이 잠겨..
양산 통도사 바위와 소나무 바위가 있었네. 거기에 뿌리를 붙인 소나무를 보았네. 갈라진 틈새에 끼인 씨앗이 싹을 틔웠구나. 고꾸라질 듯하면서도 튼튼하게 자라나 푸르게 잎을 피웠다. 그러나 천만 년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생명은 없지.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재수가 좋아 자연사할 수도 있고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천재지변에 비명횡사할 수도 있고.  생명의 오고 감은 이렇듯 언제나 일정하지 않겠지. 하지만 어쨌든 왔으니 원래 본성대로 오래오래 잘 자라렴. 나도 한 번씩 와서 눈길로나마 쓰다듬어 줄게.  나무야, 소나무야. 초록 이파리 내밀고 씩씩한 모습으로 와 주어서 정말 고마워. 언젠가 네가 떠나고 없더라도 나는 조금만 슬퍼할게. 나도 생물이라서 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운명이거든.
곽재우와 이순신, 공통점과 차이점 어쩌다 보니 곽재우 장군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모두 구해 읽게 되었다. 여태 곽재우 장군의 일대를 밝혀 적은 책이 없어서 옛 기록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또 5년 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곽재우 장군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겨레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비교·대조해 볼 생각을 ‘감히’ 먹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것은 곽재우 장군과 달리 무척 쉬웠다. 인터넷에서 뚝딱 두드리면 모든 것이 금세 검색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예전부터 알고 있는 것도 제법 적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을 향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열광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확인되고 재확인되었다. 이렇듯 이순신 장군은 우리 역사에서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수..
100년 전에도 천공(天空)이 있었네 일제강점기 신문 자료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동아일보 1924년 4월 1일 자와 5일 자에 실려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지금 천공 같은 사람이 그때도 있었다는 게 신기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그때도 지금도 세상에는 착한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이 좀 더 한심스러운 것 같기는 하다. 100년 전에는 시정잡배 같은 인사들이 휘둘렸지만 지금은 국정을 최고 책임지는 대통령과 아내가 휘둘린다는 얘기가 파다하니까. 옛 글투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요즘 사람들도 알아듣기 쉽도록 옮겨보았다. 또 원문은 그냥 마침표가 하나뿐으로 단락 구분이 없었는데 이 또한 읽기 쉽도록 조금 고쳤다.  동아일보 1924년 4월 1일자천공대사(天空大師)가 검사국(檢事局)괴상한 예언으로 금전 사취..
말이 필요 없는 풍경 밀양 운주암에서 말이 필요없는 풍경을 보았다. 풍경은 쏟아지는 햇살을 간지럽히며 흔들렸고 작아서 아름다운 전각들은 천연스럽게 암반을 타고 앉아 았었다. 불두화는 화사하면서도 소담스러운 모습이었고 절벽은 쑥스러운지 돌아앉아 신기함을 감추고 있었다. 이러다 말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슬금 들었다. 그러잖아도 혼삶에 익숙해지다 보니 말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운주암 : 밀양시 청도면 화악산길 249-241. 높이 932m 화악산의 해발 700m 어름 비탈에 자리 잡고 있다.
민화 작가 궁중화 명인 김재춘 개인전 그제 그야말로 우연히 들른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김재춘 명장의 민화를 누린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이고 작가인데, 그림을 보는 안목도 거의 발바닥 수준인데 그런데도 작품들을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섬세한 붓질은 매우 사실적이었는데 동시에 몽황적이기도 했다. 소재의 채택은 고금을 넘나들었고 그 해석을 통해 보여주는 상상력은 참신하고 재치 있었다. 공짜다. 4월 7일까지 한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사진도 마음대로 찍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월요일 4월 1일은 당연히 쉰다. 차례대로 황호작호도, 호작도부채, 수궁설화도, 청실홍실, 꽃과여인, 호피장막도, 그리고 책걸이 그림(부분)들. 호피장막도에는 제법 많이 끌리는 바가 있었다. 장막을 조금 걷고 안쪽을 보여 ..
윤석열 치하에서는 2500원도 아깝다 지난달 10일께에 우리 아파트관리사무소에 가서 텔레비전 수신료 분리 고지 신청을 했다. 이름 동호수 전화번호만 적으면 되었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가 며칠 전에 나왔다. 2월치 관리비다. 1월까지는 2500원씩 꼬박꼬박 적혀 있던 TV수신료 당월 금액이 공란으로 비어 있었다. KBS의 TV 수신료 납부 거부에 성공했다. 윤석열 치하에서는 2500원도 아깝다.
천연기념물 화엄매 화엄매다.화려하다.장엄하다.압권이다.대웅전과 각황전 사이에서 내리는 햇살에 맞추어다듬어낸 몸매였다. 대마왕의 흡인력이다. 평일에도 길이 막힌다.
진동장날에 해삼을 진동장에 가면 제법 드물지 않게 횡재할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랬다. 2만3000원어치 해삼이 이만큼이다. 이달 초 마산어시장에서 3만 원에 산 것보다 두 배는 더 많다. 진동장은 4일과 9일에 선다.
아름답거나 남루하거나 꽃잎의 반복은 아름다움에 이르고 일상의 반복은 남루함을 이룬다. 남루함은 견디는 힘이 위대한 것이고 아름다움은 누리는 힘이 대단한 것이다.
“지역마다 우주의 중심이 얼마나 많은가”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3년 임기 마치고 친정 으로 돌아간 황풍년 씨 2020년 11월 광주시의회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사청문회장에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는 날 선 비판이나 망신 주는 비아냥이 쏟아지기 마련인데 칭찬 일색의 호평이 잇따라 터져 나왔던 것이다. “아무런 흠집도 찾아내지 못했다”, “인생 참 잘 사셨구나 생각이 든다”, “훌륭하신 분이다”, “광주시 인사에서 역대 최고 작품이다”……. 설립 10년 만에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인물이 광주문화재단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순간이었다. 1964년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1991년 전남일보에 입사했으며 이후 서울에서 국회와 정당, 정부 부처를 담당하며 경험..
수입 부처만 있는 줄 알았는데 토종 부처도 있더라 우리는 절에 가면 수많은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은 2500년 전에 룸비니에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 석가모니불이다. 부처님은 이밖에도 많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만 해도 미륵불·비로자나불·아미타불·약사여래불 등 여럿이 있다. 그런데 이들 부처님을 보면 모두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온 수입산이다. 불교 자체가 외래종교이다 보니 당연한 것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1800년 가까이 되는 만큼 토종 부처님이 한 분 정도는 있을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찾아봤더니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도 자국산 토종 부처님이 있었다.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남백월의 두 성인 노힐부득(努肹夫得)과 달달박박(怛怛朴朴)’이라 실려 있는데 경..
‘나는 영화 파묘가 불편했다’ 이후 ‘나는 영화 파묘가 불편했다’는 글을 쓰고 나서 욕을 많이 먹었다. 물론 공감과 격려도 조금은 있었다. 이쪽저쪽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올린다. 돌이켜보니 좀더 정확하게 쓸 수도 있었는데 마음이 급하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한 구석도 있었다. 다 내 잘못이고 내 탓이다. 반성(反省)이라는 말뜻 그대로 많이 돌아보며 살펴보고 있다. 1. 경멸은 쇠말뚝과 무관하다 글을 읽어보시고 여러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하나하나 모두 대답해 드려야 마땅하겠지만 어쩌면 무의미한 노릇일 것 같아 세 개를 추려 말씀을 올릴까 한다. 첫째는 “‘일제는 우리를 더럽게 여기고 경멸했는데 왜 쇠말뚝을 박느냐?’고 했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우리를 경멸했기 때문에 쇠말뚝을 박지 않았다”고 적은 적..
경남 고성 1일 6일 장날 코고동이란다. 1만5000원 어치다. 고성장에서 샀다. 1일과 6일에 선다. 지난 장에는 손바닥만 한 바닥대구 열일곱 마리를 2만 원 주고 산 적도 했다. 혼자서 다 먹으려면 사흘은 족히 걸리겠다.
나무에 물오르는 소리 25년 전 어느 봄날 집 앞 작은 동산을 지나는데 나무 하나가 밑둥치에서 위쪽까지 줄기가 젖어 있었다. 아래는 흥건하게 거뭇거뭇 빛날 정도였고 가슴께부터는 마른 데도 있어서 얼룩덜룩 무늬가 졌다. 땅도 질펀해져 미끄러울 정도였고 가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진 자국도 여기저기 선명했다. 태양의 햇살이 지구에 닿는 각도가 약간 높아졌을 따름인데도 얼었던 땅이 바로 녹았구나 메마른 나무에 물이 오르는구나. 절로 마음이 겨워져서 나무에 귀를 갖다 대었다. 믿기지 않게도 물 소리가 들렸다. 희미하지 않고 뚜렷하게 들렸다. 풀밭에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쉬쉿~ 쉬쉿~’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메타세쿼이아. 1970년대 계획도시 창원을 조성하면서 가장 먼저 길거리에 심은 나무다. 30년만 자라..
그해 겨울 담양의 눈 가장 혹독하게 추웠던 그 날 나와 함께 낮은 데로 임해 주었던 눈 나는 눈을 사랑한다. 내려올 때와 같은 모습으로는 절대 귀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려올 때의 고결한 자태를 버리고 잡물과 뒤섞여 뒹굴다가 형체 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국토는 아직 건강하다 지난 3일 도롱뇽알을 친견하였다. 황송하게도 이토록 한꺼번에 많이 뵈옵는 것은 삼대구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나한테 복이 터질 모양이다. 경남 창원시 북면 백월산 억불사(옛 남사) 조금 위쪽 물웅덩이
다 좋은 화력조선 특별전 소소한 유감 국립진주박물관에서 하는 화력조선 두 번째 이야기 조선무기특별전을 보았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 전문으로 이미 명성이 높은데 이런 재미있고 알토란 같은 기획 전시를 곧잘 보여주곤 한다. 이번 기획 전시도 대체로 그럴듯했다. 무기에 관심 있는 이른바 밀덕들은 다들 한 번씩은 가서 보았을 것이다. 무기에 특별한 흥미가 없는 보통 사람들도 충분히 한 번 둘러볼 만한 것이었다. 1. 누구의 대항해일까? 그렇지만 몇몇 걸리적거리는 게 있었다. 들머리 ‘대항해시대’ 운운과 ‘은의 바다’ 운운이었다. 먼저 대항해시대. 유럽에 한정해서 사용해야 하는 개념임에도 마치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 등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것처럼 썼다. 그때 대항해는 포르투갈·영국·스페인·에스파니아·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나라들만 했..
나는 영화 ‘파묘’가 불편했다 영화 ‘파묘’를 보았다. 이승만에 대한 가짜뉴스를 영화로 퍼뜨리는 어떤 감독이 ‘좌파들이나 보는 영화’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래? 그렇다면 나도 봐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동네 영화관으로 갔다. 나는 지난 4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좌파였다. 1. 처음에는 제법 몰입이 되었는데 편하게 자리에 앉아 보는데 처음에는 제법 몰입이 되었다. 우리나라 토속 신앙 풍수가 펼쳐지는 도입부는 대단했다. 일제강점기에 엄청나게 누렸던 친일파의 후손으로 미국서도 최상류인 ‘밑도 끝도 없는 부자’ 집안 이야기라기에 기대는 더욱 커졌다. 나아가 ‘대한민국 0.1% 상류층에게 풍수는 절대적인 신앙’이라는 식의 멘트가 터져나올 때는 더욱 그랬다. 그들이 부귀영화를 영원히 누리려고 저지르는, 그러면서 보통 사..
넝마주이를 꿈꾸며 1. 쓰레기 천국 그동안 주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생각을 않고 지냈다. 어쩌면 일부러 못 본 척 외면했다고 할 수도 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혼자서는 아무래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생태·습지 현장을 찾아 취재·보도하는 일을 주로 했다. 습지는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가 아니면 쓰레기가 많다. 풀섶만 헤치면 나타난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것까지 한데 모여 물살이 약한 여울 같은 데에 무더기로 쌓여 있기도 하다. 도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깨끗한 것은 고속도로가 유일하다. 국도든 지방도든 도심을 벗어나 시골로 접어들수록 쓰레기가 많아진다. 실수로 흘린 것, 봉투에 담아 던진 것, 생활용품을 작정하고 버린 것들로 범벅이다. 그래도 길섶은 나은 편이다. 가드레일 아래 비탈이나..
두꺼비와 로드킬 우리 동네에 저수지가 하나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 주택과 상가가 들어서면서 개발이 되다 보니 때 맞추어 물을 대야 하는 논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이 저수지는 평소에는 물이 빠져 있고 눈비가 제법 왔을 때나 한 번씩 채워진다. 바로 옆에는 왕복 2차로 아스팔트 도로가 있고 도로 옆에는 삼계천 하천이 흐르고 있다. 일대에 두꺼비가 많이 사는 모양인데 봄이 다가오니 알을 낳으려고 하천에서 저수지로 가느라 도로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나 보다. 며칠 전 어스름에 지나가고 있었는데 아저씨 한 분이 양손으로 무언가를 들어서 옮기고 있었다. 무어라무어라 하시기에 무슨 말씀인지 물었더니 차에 치여 죽는 두꺼비가 많다면서 두꺼비를 저수지 제방으로 옮겨준다고 하셨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
통도사 홍매화 자장매 며칠 전 비 오는 날 통도사에 갔다. 점심으로 비빔밥과 두부를 먹었다. 통도사는 경내에 직영으로 식당을 열어놓고 있다. 맛이 아주 썩 괜찮은 데다. 그러고 나서 경내를 한 바퀴 거닐었다. 자장매와 홍매화가 붉었다. 아래 사진에서 비상소화장치가 같이 찍힌 것이 홍매화이고 그냥 홍매화만 있는 것이 자장매다. 자장은 통도사 개산조사인 신라 자장 스님을 일컫는 것이다. 비가 오는데도 찾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엉뚱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무척 외로운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꽃보다 곱고 그립고 반가운 사람이 자기 옆에 한 명만 있어도 저렇게 꽃에 매일까 싶었다. 나오는 길에는 직영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여기도 직영 식당만큼이나 맛이 그럴듯하다.
국가에 세금을 지급하고 싶은 1인 1. 납입과 지급 우리가 국가에 세금을 낼 때는 ‘납입(納入)’이라 한다. 반면 국가에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준다면 그때는 ‘지급(支給)’이라 한다. 국가뿐만 아니다. 예컨대 근로복지공단도 우리가 고용보험료를 낼 때는 납입이 되고 공단이 우리한테 실업급여를 줄 때는 지급이 된다. 또 학부모가 학교에 등록금을 낼 때는 납입·납부한다고 하고 거꾸로 학교에서 학생한테 장학금을 줄 때는 지급한다고 한다. 우리가 다달이 받는 고지서에는 납입 납부 납세 등 ‘납’ 글자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없다. 2. 들도록 시킨다 ‘납(納)’이라는 한자는 ‘들이다’로 풀이된다. 이 낱말을 의미에 따라 쪼개면 들+이+다가 된다. ‘들’은 들어간다(入)는 말이고 ‘이’는 다른 사람더러 무엇을 하도록 시키는 이른바 사역형(使役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