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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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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크고 멋진 의령 둠벙 경남에서는 고성을 빼고 나면 둠벙을 거의 보기 어렵다. 사실은 고성에서도 바닷가 다랑논 말고 평야 지대에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어쨌거나 나는 며칠 전 의령에서 이 귀한 둠벙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제법 규모도 크고 들판과도 잘 어울리고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 중인 그럴듯하게 멋진 둠벙이었다. 의령군 대의면 마쌍리 447. 나는 어쩐지 둠벙이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망우당 곽재우 생가 안채 정지간 나는 저런 으스럼이 좋더라. --- 2023년 5월 16일
그 동네의 빨래터 옛날 우리 동네는 빨래터가 우물가였네 우물은 들판 한쪽 구석 미나리꽝 옆에 있었다네 퍼질러 앉아 빨래하는 이들은 시집온 아낙들이었네 엄마도 있고 숙모도 있고 타성바지 아지매도 있었다네 끼얹는 물소리에 이야기가 묻히기도 했었네 나는 알아듣지 못할 얘기들은 빨래방망이에도 얻어터졌네 어린 우리들은 방망이질에 넋을 잃었다가 문득 일어서서 우물을 들여다보았네 우물은 얕았지만 조용할 때는 무서웠네 물지게 진 선머슴들 선한 웃음이 헤펐네 물동이 이고 어쩌다 오가는 누이들 뚝뚝 듣는 물 훔치기 바빴네 바지랑대 받친 빨랫줄 하얀 옷들이 나란했네 바람이 살랑, 구름이 흔들렸네. # 경남 의령군 유곡면 신촌리 상곡천 # 마을과 들판을 잇는 징검다리 건너는 근처 ---- 2023년 5월 24일
의령 담쟁이넝쿨 흙돌담 헛간 어디에서 보았다 담쟁이넝쿨 흙돌담 초록과 황토의 어울림 문을 열고 들어가 어릴 적 다락만큼 어둑신 숨어 있기 좋은 헛간 나를 가려주고 세상을 보여주던 어수룩한 햇살 두려움 없애주고 편안하고 따뜻하고 그래서인지 언젠가 저 문을 열고 나섰던 기억 무서운 줄 모르고 세상을 향해 두 팔 벌리고 벌판을 나갔던 걸음. ----2023년 5월 26일 # 의령군 유곡면 신촌리 청정로 1780-6 근처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송산중국집이 있다. 전화 055-572-8289.
의령천 숲길 짧게 자전거 타기 1. 한 달 전, 오랜만에 의령천 숲길을 찾았다. 삼대구년만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나섰다. 지난 한 해 몸을 혹사해 근육이 늘어진 탓인지 4월까지 넉 달 동안은 자전거 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찾은 구간은 덕곡서원에서 시작하여 상류 방향으로 활터인 홍의정을 지나 일정 지점까지 3km가량이다. 물론 의령천 자전거길은 아래와 위로 더 길게 조성되어 있다. 덕곡서원에서 하류로 구름다리와 의병박물관을 지나면 곽재우 장군과 열일곱 장령을 모시는 충익사가 나온다. 여기서는 한 자리에서 멋지고 아름드리 나무를 많이 뵈올 수 있는 것이 남다른 즐거움이다. 2. 같은 숲길을 두 번 오갔다. 첫 번째는 걸어서였고 두 번째는 자전거를 타고였다. 어림짐작하면 10km는 넘을 것 같았다. 자전거 탄다고 하기에 이런 거리 이런 ..
재우네에 놀러 갔더니 나는 오늘 재우네에 놀러 갔다. 사람이 없고 문은 열려 있었다. 장독대는 정갈했고 감나무는 열매가 실했다. 다섯 개를 따려다가 세 개만 따 먹었다. 참 맛있었다. 사랑채 마루에 앉아 흐르는 구름과 노닐다 왔다. ----망우당곽재우생가(경남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에서
유곡천변 정원이야기 햇살 구름 그늘 모두 좋다. 암반 절벽과 우거진 수풀과 나른한 물줄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한나절. ----2023년 10월 14일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