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썼던 함안 악양루 기사를 다시 보니까 점심 먹고 가면 볕바라기 하기 아주 좋고 저녁 답에 가면 해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까마득하게 잊고 몇 달 전 어떤 분에게서 ‘함안 탐방의 마지막은 석양이 멋진 악양루’라는 말을 듣고는 아! 그렇구나 여겼었다.

2.
집에서 점심 먹고 나서서 악양둑방으로 갔다. 하늘이 맑았고 바람은 잦아들어 있었다. 제방 나무의자에 앉았다. 저기 나는 저 새는 오리 같지 싶은데 가마우지일 수도 있겠다. 찐 고구마 입에 넣고 커피 한 모금 머금었다.

3.
남강 물길을 짐작하면서 억새와 버들 덤불에 눈길을 보냈다. 나는 저 덤불 속에 얼마나 수많은 것들이 어우러져 있는지 대충은 짐작한다. 생명도 있고 비생명도 있다. 덤불은 저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공동 터전이다.

4.
등짝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등짝에 햇살이 머물고 있었다. 겉옷 안감의 솜털을 통해 티셔츠 안쪽까지 열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고개를 왼편으로 돌렸더니 해가 산과 들판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5.
기다랗게 늘어지는 그림자를 앞장세우고 악양루를 향해 걸어갔다. 드문드문 나무들이 보기에 좋았는데 달려 있는 둥지는 비어 있었다. 20분 넘게 걸었더니 그새 태양은 거의 바닥에 붙을 지경이 되어 있었다.

6.
악양루 석양이 다른 데서 보기 어려운 장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범상한 모습에 가깝다. 다만 그와 어우러지는 강과 산과 나무들이 그럴듯할 따름이다. 태양이 그냥 산과 강과 들과 가까워지고 사방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세상의 바탕색이 불그스름해진다. 보고 있자니 몸과 마음이 시나브로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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