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41) 썸네일형 리스트형 버스에서 광장을 생각했다 1. 박근혜 때는 열일곱 번, 윤석열 때는 네 번 2016~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파면 때는 그래도 창원광장이든 서울 광화문이든 주말마다는 꼬박꼬박 집회에 나갔었다. 헤아려 보니 모두 열일곱 차례였다. 2024~25년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파면 국면에서는 집회에 참여한 횟수를 꼽아보니 고작 네 차례였다. 8년 세월만큼 늙었기 때문인 것도 같고 기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도 같다. 2024년 12월 13일에는 창원 내서 동네 집회에 나갔고 탄핵 소추 당일인 12월 14일에는 창원광장 집회에 나갔다. 조금 뜸하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 종결 이후 선고가 하염없이 늦추어지던 3월 15일에는 창원광장 집회에 참여해 불안함과 갑갑함을 달랬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기에 광화문 집회에 머리라도 보태야겠다 싶.. 세병관을 바라보며 ‘즉강끝’을 생각했다 1. 통영의 삼도수군통제영 경남 통영에 가면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다. 줄여서 통제영이라 하는 이 장소는 조선시대 경상·전라·충청 삼도의 수군을 총괄했던 으뜸 병영으로 요즘의 해군본부에 해당된다. 이순신 장군 사후인 1604년에 조영되기 시작했지만 충무공의 호국정신은 여기서도 살아 꿈틀거린다. 통제영 한가운데에는 세병관(洗兵館)이 자리 잡고 있다. 세병관은 우리나라 전통 목조건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에 걸맞게 세병관은 역대 통제사들이 중요한 의전과 행사를 주관하면서 삼도 수군을 호령했던 중심 건물이다. 2. 통제영에 적은 세병·괘궁·지과 세병관에서 ‘세병(洗兵)’은 병장기를 씻는다는 말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 피로 물든 창칼을 깨끗이 닦아 넣어두고 다시 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민간인 윤석열에게 사저는 없다 1. 관저가 없어지면 사저도 사라진다 윤석열이 현직 대통령에서 전직 대통령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윤석열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머물 자격이 없어졌다. 관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고관들이 거처하도록 정부가 마련하여 빌려주는 집’이라 되어 있다. 신분이 고관=지위가 높은 관리=대통령이라야 관저에 머물 수 있다. 윤석열은 4월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어 신분이 민간인으로 바뀌었다. 그 즉시 관저를 떠나 원래 살던 데로 돌아가야 했으나 지금껏 미적거리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이 돌아갈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를 두고 대부분 보도매체들은 '사저(私邸)'라 하고 있다. 사저는 관저와 짝을 이루는 말이다. 당사자가 고관일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고관들이 사사로이 거주하는 저택’이라.. 윤석열을 사형에 처해야 하는 까닭 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그날 밤그날 밤 누군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어이없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놀란 마음으로 꼬박 밤을 지새웠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가 의결되고 군병력이 철수하기 시작했는데도 계엄을 즉시 해제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동틀 무렵에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이 우리가 발 딛고 선 엄연한 현실 속에서 석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거리에 나선 극우들,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윤석열, 자신의 알량한 이익을 위해 윤석열을 붙잡고 늘어지는 측근들의 광기는 사그라들기는커녕 점점 더 인면수.. 곽재우와 이순신, 공통점과 차이점 어쩌다 보니 곽재우 장군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모두 구해 읽게 되었다. 여태 곽재우 장군의 일대를 밝혀 적은 책이 없어서 옛 기록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또 5년 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곽재우 장군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겨레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비교·대조해 볼 생각을 ‘감히’ 먹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것은 곽재우 장군과 달리 무척 쉬웠다. 인터넷에서 뚝딱 두드리면 모든 것이 금세 검색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예전부터 알고 있는 것도 제법 적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을 향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열광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확인되고 재확인되었다. 이렇듯 이순신 장군은 우리 역사에서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수.. 100년 전에도 천공(天空)이 있었네 일제강점기 신문 자료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동아일보 1924년 4월 1일 자와 5일 자에 실려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지금 천공 같은 사람이 그때도 있었다는 게 신기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그때도 지금도 세상에는 착한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이 좀 더 한심스러운 것 같기는 하다. 100년 전에는 시정잡배 같은 인사들이 휘둘렸지만 지금은 국정을 최고 책임지는 대통령과 아내가 휘둘린다는 얘기가 파다하니까. 옛 글투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요즘 사람들도 알아듣기 쉽도록 옮겨보았다. 또 원문은 그냥 마침표가 하나뿐으로 단락 구분이 없었는데 이 또한 읽기 쉽도록 조금 고쳤다. 동아일보 1924년 4월 1일자천공대사(天空大師)가 검사국(檢事局)괴상한 예언으로 금전 사취.. 민화 작가 궁중화 명인 김재춘 개인전 그제 그야말로 우연히 들른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김재춘 명장의 민화를 누린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이고 작가인데, 그림을 보는 안목도 거의 발바닥 수준인데 그런데도 작품들을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섬세한 붓질은 매우 사실적이었는데 동시에 몽황적이기도 했다. 소재의 채택은 고금을 넘나들었고 그 해석을 통해 보여주는 상상력은 참신하고 재치 있었다. 공짜다. 4월 7일까지 한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사진도 마음대로 찍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월요일 4월 1일은 당연히 쉰다. 차례대로 황호작호도, 호작도부채, 수궁설화도, 청실홍실, 꽃과여인, 호피장막도, 그리고 책걸이 그림(부분)들. 호피장막도에는 제법 많이 끌리는 바가 있었다. 장막을 조금 걷고 안쪽을 보여 .. 윤석열 치하에서는 2500원도 아깝다 지난달 10일께에 우리 아파트관리사무소에 가서 텔레비전 수신료 분리 고지 신청을 했다. 이름 동호수 전화번호만 적으면 되었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가 며칠 전에 나왔다. 2월치 관리비다. 1월까지는 2500원씩 꼬박꼬박 적혀 있던 TV수신료 당월 금액이 공란으로 비어 있었다. KBS의 TV 수신료 납부 거부에 성공했다. 윤석열 치하에서는 2500원도 아깝다. “지역마다 우주의 중심이 얼마나 많은가”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3년 임기 마치고 친정 으로 돌아간 황풍년 씨 2020년 11월 광주시의회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사청문회장에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는 날 선 비판이나 망신 주는 비아냥이 쏟아지기 마련인데 칭찬 일색의 호평이 잇따라 터져 나왔던 것이다. “아무런 흠집도 찾아내지 못했다”, “인생 참 잘 사셨구나 생각이 든다”, “훌륭하신 분이다”, “광주시 인사에서 역대 최고 작품이다”……. 설립 10년 만에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인물이 광주문화재단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순간이었다. 1964년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1991년 전남일보에 입사했으며 이후 서울에서 국회와 정당, 정부 부처를 담당하며 경험.. ‘나는 영화 파묘가 불편했다’ 이후 ‘나는 영화 파묘가 불편했다’는 글을 쓰고 나서 욕을 많이 먹었다. 물론 공감과 격려도 조금은 있었다. 이쪽저쪽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올린다. 돌이켜보니 좀더 정확하게 쓸 수도 있었는데 마음이 급하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한 구석도 있었다. 다 내 잘못이고 내 탓이다. 반성(反省)이라는 말뜻 그대로 많이 돌아보며 살펴보고 있다. 1. 경멸은 쇠말뚝과 무관하다 글을 읽어보시고 여러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하나하나 모두 대답해 드려야 마땅하겠지만 어쩌면 무의미한 노릇일 것 같아 세 개를 추려 말씀을 올릴까 한다. 첫째는 “‘일제는 우리를 더럽게 여기고 경멸했는데 왜 쇠말뚝을 박느냐?’고 했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우리를 경멸했기 때문에 쇠말뚝을 박지 않았다”고 적은 적.. 나는 영화 ‘파묘’가 불편했다 영화 ‘파묘’를 보았다. 이승만에 대한 가짜뉴스를 영화로 퍼뜨리는 어떤 감독이 ‘좌파들이나 보는 영화’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래? 그렇다면 나도 봐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동네 영화관으로 갔다. 나는 지난 4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좌파였다. 1. 처음에는 제법 몰입이 되었는데 편하게 자리에 앉아 보는데 처음에는 제법 몰입이 되었다. 우리나라 토속 신앙 풍수가 펼쳐지는 도입부는 대단했다. 일제강점기에 엄청나게 누렸던 친일파의 후손으로 미국서도 최상류인 ‘밑도 끝도 없는 부자’ 집안 이야기라기에 기대는 더욱 커졌다. 나아가 ‘대한민국 0.1% 상류층에게 풍수는 절대적인 신앙’이라는 식의 멘트가 터져나올 때는 더욱 그랬다. 그들이 부귀영화를 영원히 누리려고 저지르는, 그러면서 보통 사.. 넝마주이를 꿈꾸며 1. 쓰레기 천국 그동안 주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생각을 않고 지냈다. 어쩌면 일부러 못 본 척 외면했다고 할 수도 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혼자서는 아무래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생태·습지 현장을 찾아 취재·보도하는 일을 주로 했다. 습지는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가 아니면 쓰레기가 많다. 풀섶만 헤치면 나타난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것까지 한데 모여 물살이 약한 여울 같은 데에 무더기로 쌓여 있기도 하다. 도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깨끗한 것은 고속도로가 유일하다. 국도든 지방도든 도심을 벗어나 시골로 접어들수록 쓰레기가 많아진다. 실수로 흘린 것, 봉투에 담아 던진 것, 생활용품을 작정하고 버린 것들로 범벅이다. 그래도 길섶은 나은 편이다. 가드레일 아래 비탈이나.. 두꺼비와 로드킬 우리 동네에 저수지가 하나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 주택과 상가가 들어서면서 개발이 되다 보니 때 맞추어 물을 대야 하는 논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이 저수지는 평소에는 물이 빠져 있고 눈비가 제법 왔을 때나 한 번씩 채워진다. 바로 옆에는 왕복 2차로 아스팔트 도로가 있고 도로 옆에는 삼계천 하천이 흐르고 있다. 일대에 두꺼비가 많이 사는 모양인데 봄이 다가오니 알을 낳으려고 하천에서 저수지로 가느라 도로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나 보다. 며칠 전 어스름에 지나가고 있었는데 아저씨 한 분이 양손으로 무언가를 들어서 옮기고 있었다. 무어라무어라 하시기에 무슨 말씀인지 물었더니 차에 치여 죽는 두꺼비가 많다면서 두꺼비를 저수지 제방으로 옮겨준다고 하셨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 국가에 세금을 지급하고 싶은 1인 1. 납입과 지급 우리가 국가에 세금을 낼 때는 ‘납입(納入)’이라 한다. 반면 국가에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준다면 그때는 ‘지급(支給)’이라 한다. 국가뿐만 아니다. 예컨대 근로복지공단도 우리가 고용보험료를 낼 때는 납입이 되고 공단이 우리한테 실업급여를 줄 때는 지급이 된다. 또 학부모가 학교에 등록금을 낼 때는 납입·납부한다고 하고 거꾸로 학교에서 학생한테 장학금을 줄 때는 지급한다고 한다. 우리가 다달이 받는 고지서에는 납입 납부 납세 등 ‘납’ 글자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없다. 2. 들도록 시킨다 ‘납(納)’이라는 한자는 ‘들이다’로 풀이된다. 이 낱말을 의미에 따라 쪼개면 들+이+다가 된다. ‘들’은 들어간다(入)는 말이고 ‘이’는 다른 사람더러 무엇을 하도록 시키는 이른바 사역형(使役形) .. KBS 수신료 분리 고지를 신청한 까닭 1. 분리 고지 신청은 간단했다 며칠 전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분리 고지를 신청했다. 아파트 관리비와 통합 고지되고 있던 것이었다. 방송법 시행령이 바뀜에 따라 단독 주택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분리 고지가 되지만, 아파트는 신청하지 않으면 계속 통합 고지가 된다고 한다.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말했더니 준비된 양식을 꺼내주었다. 거기에 이름·동호수·전화번호와 텔레비전 수상기 대수만 적고 서명하면 끝이었다. 느낌으로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2. “수신료 안 내도 불이익은 없다” 수신료가 분리 고지되면 어떻게 될까? 첫째 KBS 입장에서 보면 한전을 통해 수신료를 거두어들이는 데 따르는 업무와 비용이 늘어난다. 둘째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 관리비 때문에 수신료를 억지로 내야.. 고준위 방폐장 창원 유치를 공약하시라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지 않다. 지구상 모든 나라가 인정하고 우리나라도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게다가 대형사고라도 한 번 터지면 나라 경제가 결딴난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그 생생한 증거다. 그런데도 일부 국회의원은 다른 나라는 몰라도 우리나라 원자력발전만큼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사고가 일어나봐야 인정하겠다는 수준 이하 억지다. 그나마 일본 후쿠시마는 인구 밀집 지역과 나름 떨어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도시 옆에 붙어 있다. 여기에 더해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분열·대립·갈등이 원전산업의 기반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두가 인정하는 최대 현안인 것이다. 지금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은 갖은 우여곡절을.. 추미애 아들 허위 보도의 경우 1. 2020년 8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청탁 관련 허위 내용이 SBS를 통해 방송되면서 정치권과 민심이 크게 출렁였다. 조국 전 장관에 관한 허위보도로 엄청난 혼란을 겪은 뒤끝이라 잇달아 터져 나온 이 기사로 많은 사람들이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발단은 당시 장관 아들의 인사권자였던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 이철원 예비역 대령이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실과 한 통화 녹취였다. '부대를 바꿔달라고 청탁했지만 거절했으며 그러지 말라고 40분 동안 교육했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는 이를 거짓말로 판명했고 이 대령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2. 그런데도 SBS에 대한 경찰의 의견은 불기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일리가 없는 것.. 비열한 조선일보여 1. 조선일보에 나온 기사다. 제목이 '문대통령 양산 사저 인근 655억원 들여 도시재생'이었다. 양산에 도시재생 사업이 결정됐는데 문재인 대통령 집과 직선거리 5㎞이고 퇴임 후 집과 직선거리 12㎞라는 것이다. 첫 문장에 이렇게 적혀 있고 뒤에 다른 내용은 없다. 아무 실체도 없이 대통령이 특혜를 받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박정엽 기자가 쓴 기사였다. 이게 기사면 조선일보 사장 집이 무슨 사업과 직선거리로 5㎞를 띄우고 밀접해 있다고 써도 된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집이 어떤 사업과 12㎞ 직선거리를 두고 이웃해 있다고 써도 된다. 아예 조선일보 사옥이 광화문광장 재정비 지역과 바로 붙어 있다고 쓰면 특종이다. 2. 음주운전 단속에 검찰 신분을 밝히지 않아 징계를 모면했던 검사가 이 정부에서 줄승진했다.. 두 손 가득 움켜쥐는 게 우리의 선택일까 경남도민일보에서 ‘습관 된 나를 넘어’를 펴냈다. 치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책 ‘똥꽃’으로 유명한 전희식 농부의 작품이다. 올여름엔 KBS1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자연의 철학자'로 소개되면서 평소 생각과 말과 행동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작가는 습관이 얼마나 힘이 센지 얘기한다. 직접·간접 경험과 상상 속 경험이 쌓여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되면 무엇이든 쉽고 친숙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습관으로 코딩된 반응이다. 습관은 나이만큼 살아온 삶의 궤적이다. 일상을 돌아보면 무심코 하는 행동이 많다. 작정하고 하는 행동은 오히려 적다. 무심코 하는 행동은 대부분 제공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심코 종이컵 커피를 마시고 무심코 켠 텔레비전에서 무심코 홈쇼핑을 보다가 무심코 상품을 구.. 윤석열의 역사적 임무는-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걱정이 많았다. 그의 공약과 발언 때문이다. 언론노조를 손보겠다느니 선제타격을 하겠다느니 사드 배치를 하겠다느니 핵발전을 늘리겠다느니 검찰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느니 등등 예사로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정권 차원 보복 수사는 당연한 것으로 예고됐고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가리고 덮었다. 최저임금제를 손보고 주 5일 노동제를 무력화하고 해고의 자유를 넓히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손질하고…에서는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며칠 전까지는 아무리 공약이라 해도 실행은 않기를 바랐다. 공약이나 발언대로 하면 더 큰 폐해가 생긴다는 것을 얼른 깨닫고 없었던 걸로 삼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공약도 아닌 것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감옥에 갇힌 김경수의 진실 10년쯤 됐는지 모르겠다.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와 피해자는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가까운 이웃이었다. 피해자는 용의자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었고 경찰은 용의자가 빚 독촉을 하다가 살인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용의자의 창고에서는 피 묻은 옷이 나왔다. 함께 발견된 범행에 쓰였음 직한 도구에는 용의자의 지문도 묻어 있었다.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경찰은 용의자를 구속했지만 용의자는 범행을 부인했다. 같이 들일을 하던 피해자가 다쳐서 피를 흘리기에 헌옷으로 닦아주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동기가 뚜렷하고 증거도 갖추어졌다며 아랑곳없이 기소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경찰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범행 도구에 용의자의 지문이 있다 해도 그것이 용의자가 살해.. 보람은 작은 것에도 있더라 1. 경남도민일보 출판국에서 2023년 들어 처음 펴낸 책이 ‘줬으면 그만이지-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이다. 20대 초반부터 50년 넘게 나눔과 베풂을 실행하고도 정작 당신의 이름은 눈곱만큼도 드러내지 않은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다. 커다란 울림과 감동을 안겨주는 내용이어서인지 반응이 뜨거워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3쇄를 준비하고 있다. 새해 들머리부터 이런 좋은 일이 생기니 책이 나오는 데 작으나마 힘을 보탠 당사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선한 영향력이 나비의 날갯짓처럼 퍼져 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지언정 빠듯한 신문사 살림에 보탬도 되니까 말이다. 2. 하지만 보람은 이렇게 크고 빛나는 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눈길을 덜 끌고 적게 팔리는 책에도 보람은 .. 빌어볼 결심 # 40년 전 1982년 서울의 한 대학에 들어갔다. 처음 보는 서울은 신세계였다. 나는 어리숙하고 가난한 촌놈이었다. 속에 가득한 열등감을 숨기려고 겉으로는 오만을 떨었다. 그때는 그것이 나의 남루함과 초라함을 가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인 지망생이었지만 문학 동아리에는 부끄러워서 가입하지 못했다. 동아리가 두 개 있었는데 얄팍한 실력이 들통날까 봐 얼쩡거리기만 하고 말았다. 반면 같은 불문학과 동기 성우제는 잘 나가는 문학회의 멤버였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고 우제는 적게 마시는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는 참 잘 지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피동적이었다. 유신 교육이 결정적이었다. 그때 초·중·고는 폭력이 의사소통의 수단이었고 멸시가 교육의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선생과 선배는 말 그대로 ‘하느님.. 조선일보는 소리도 없이 돈을 번다 ‘top class’라는 월간지를 만들고 거기에 광고를 붙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런저런 단체에 대량 구매를 하도록 한다. 조선뉴스프레스라는 데서 하는데 ‘top class’ 말고도 이렇게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비슷한 정기간행물은 더 있다. 여기 있는 이것은 한국SGI가 사서 마산의 여러 가게에다 뿌린 것이다. 앞표지 오른쪽 아래에 보면 "이 책은 한국SGI가 드립니다"라고 인쇄돼 있다. 이렇게 인쇄해 줄 정도면 최소 1000부는 샀을 테고 합리적으로 추정하면 1만 부나 10만 부도 가능하다. 정가가 한 부에 1만원이니 1만 부면 한 달에 1억원, 1년이면 12억 원이다. 대량 구매 할인 적용해도 최소한 8억 원은 될 테니 이렇게 훑어대는 식으로 돈을 끄는 것이다. 한국SGI는 아시는대로 ‘국제창가학회.. 그나마 이민정책이 성공하려면 1. 저출생 극복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저출생 극복과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쏟아부은 예산만 2006년부터 2022년까지 28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은 갈수록 텅텅 비고 이제는 대학 폐교도 모자라 군부대까지 해체·통합되고 있다. 30년 동안 애써왔지만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0.78명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이는 그 무엇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흐름 가운데 하나가 저출산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나라 자체가 소멸하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2. 대안은 이민밖에 없다 새로운 사회구성원이 태어나지 않으면, 나라 바깥에서 구해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형도 : 어두운 시세계 vs 밝고 환했던 일상 성우제가 쓴 책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잘 보이네’를 보면 기형도 시인 관련 글이 세 꼭지 실려 있다. 세 살 많은 형 성석제(소설가)의 대학 친구가 기형도였고 그 때문에 성우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형도와 잘 알고 지내게 되었다. 1. 성우제의 글을 다른 이들의 기형도 관련 글과 비교하면 색깔이나 무늬가 다르다. 기형도가 등단하고 알게 된 사이도 아니고 대학 시절 무엇을 함께 도모하거나 행동한 관계도 아니다. 친구의 동생으로서 보고 들은 기형도의 일상을 꾸밈없이 적었다. 여기 기형도는 밝고 환하고 명랑하고 경쾌한 모습이다. 어둡거나 침울하고 무거운 구석은 없다. 예의도 바르고 노래도 잘하고 말재주도 좋고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할 줄도 알았다. 그 중 몇몇 대목을 고르면 아래와 같다. “기형도는 친구.. 박노자 강의를 듣다가 조선일보가 생각났다 1. 박노자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이었다. 경남도민일보가 박노자 교수를 모시고 그해 12월 29일 저녁 7시 ‘한국 식민지 유산의 특징과 과거사 청산’을 주제로 특강을 마련했는데 그때 내가 주선을 맡았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박노자 교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서 간절히 청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내 기억으로는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처가가 마산이니까 한국 들어가는 길이 있으면 반드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이 왔고 그게 그대로 지켜졌다. 그 후에도 2007년인가에 한 번 더 박노자 교수를 모시고 특강을 개최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은 뚜렷하지 않다. 어쨌든 예전 강의에서 나는 정말 얘기를 똑 부러지게 하는구나 하고 느꼈었다. 논증에는 허술함이 없었고 예시는 구체적이었으며 결론에는 비약이 없었다. 2.. 이응인 시집 '은행잎 편지와 밤비 라디오' 이런 시가 나는 좋다. 이응인 시집 '은행잎 편지와 밤비 라디오'에 실려 있다. 언제쯤이면 나도 즐거이 ‘개숫물’이 될 수 있을까. 그 집 싱크대에서는 목련 나무가 창문 너머로 보일 것이다. 창고 옆에 훌쩍 자란 목련 나무를 베어 버리나 어쩌나 삐죽하니 키만 크고 쓸모가 없어 그래도 꽃 필 땐 환하고 좋잖아 저기 살구나무 심으면 어때 살구보다 단감나무 심어 제 맘대로 떠들다가 막내가 던진 한마디에 끝이 났다. 목련 나무는 새들이 사는 집인데 왜 우리 맘대로 해요? --- 가족회의 마지막 접시를 씻고 나자 어디선가 어슴푸레 관악기 소리가 들렸다. 남의 몸 말끔히 씻어 주고 싱크대 하수구로 사라지는 개숫물 시원하고 아득한 연주. --- 설거지 마칠 무렵 나는 이렇게 들었다. 책을 한 권 샀는데 거기서 마음에.. 잊어볼 결심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SNS에는 존경스러운 스승에 관한 글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런 스승이 없다는 글도 많았다. 고통의 기억을 남긴 선생님들에 관한 얘기도 적지 않았다. 나는 혼자만 그렇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1. 국민학교 때 1970년 3월 국민학교 입학한 다음 날부터 맞기 시작했다. 대답할 때 왼손을 들지 않았다고 맞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왼손잡이다. 왼손으로 필기를 하니까 당연히 “저요” 하면서 오른손을 들었는데 왼손이 아니라고 얻어터졌다. 한강철교도 있었다. 비오는 날이었는데 운동장으로 내몰렸다. 60명 남짓 여덟 살 아이들은 엎드려뻗쳐를 하고 어깨 위에 다른 친구의 발을 올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강철교는 “앞으로 십 보”, “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잡낭을 장만한 까닭 1. 며칠 전에 잡낭(雜囊)을 샀다. 나는 잡낭이라는 말은 이번에 읽은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처음 보았다. 17장 조르바와 주인공이 산림 벌채 계약을 위해 산 위에 있는 수도원을 찾아가는 장면 첫머리에 나온다. 조르바는 아침에 일어나 수도원까지 올라가면서 먹을 음식을 그잡낭에다 꾸려 넣었다. 찾아봤더니 잡낭은 ‘잡다한 물건을 넣는 주머니’라고 되어 있었다. 내가 보기에 잡낭이 조르바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조르바는 몸으로 생각하고 몸으로 말한다. 행동하는 자유인이다. 그는 이런저런 잡다한 것에 매이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조르바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단칼에 처리해 버린다. 조르바는 물건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다. 말이든 생각이든 행동이든 모조리 잡다한 것을 그대로 버려두지 않고 한데 모아 깨.. 이전 1 2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