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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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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 함안 가야장 예쁘네. 젊은 호박도 예쁘고 꽃 핀 배롱나무도 아름답다. 함안 가야장은 5일과 10일에 선다. 31일까지 있는 달은 30일 말고 31일이 장날이다. ---- 2022년 8월 5일
할부지 계시는 데까지는 한장딴일까 두장딴일까 1. 시골 집에서 읍내 장터까지는 길이 제법 멀었다. 아부지는 8키로라 하셨고 할부지는 20리라 하셨다. 걸어서 두 시간이 걸렸는데 읍내 중학교 다니는 형들은 새벽밥 챙겨 먹고 6시 반에는 집을 나서야 했었다. 할부지는 꼭두새벽에 일어나셨다. 어둑어둑한 어스름에 사랑방에서 나는 “에헴!” 소리는 집안을 깨우는 신호였다. 식구들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부산함을 어린 꼬맹이였던 나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할부지 옆자리 이불 밑에서 꼼지락거리며 게으름을 부렸고 할부지는 사랑채 아궁이에서 소죽을 끓이셨다. 콩깍지랑 볏짚이 삶아지고 구수한 냄새가 퍼지면 할부지는 소마구의 구시를 김이 펄펄 나는 소죽으로 가득 채우셨다. 아침 세수는 소죽 끓인 솥에서 따끈하게 데워진 물로 하셨다. 아침밥 먹는 자리는 안채 대청마..
고분군의 봄 아직은 봄. 한참 들여다 봄. 옛 무덤 뒤덮은 노란색 봄. --- 2023년 4월 10일
말이산고분군의 느티나무 저 느티나무 나이가 몇 살일까. 63년생 나보다 그리 많진 않겠지. 쑥쑥 빨리 자라는 속성수니까. 60년 만에 이룩한 저 넉넉한 품새 60년 동안 키워온 저 연두의 함성 해가 뉘엿 기울 무렵 고단한 심신으로 저 그늘에 스며들어 불어오는 골바람에 머리를 헹구며 집과 사람과 들판과 개울을 굽어보다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 끌면서 터덜터덜 내려오는 언덕길. 내 마음속 가장 푸근한 봄날. --- 2023년 4월 12일
뜻밖에 괜찮았던 ‘봉쥬르’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쌀쌀한 바람이 부는 며칠 전 오후에 갔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들렀었다. 그런데 공간부터가 따뜻하고 포근했다. 이런 뜻밖이라니. 멍하니 창밖을 보고 책도 읽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한 시간 남짓을 잘 보낼 수 있었다. 1. 무엇보다 공간이 가장 그럴듯하다. 화분이 탁자와 탁자 사이에 화분이 놓여 있다. 잡스럽지 않고 쓸 만한데다 높이도 적당해서 공간 구분을 제대로 해준다. 옆 자리에 사람이 들어와 얘기해도 별로 시끄럽지 않다. 아무래도 화분과 식물이 떠드는 소리를 잡아먹어 주는 모양이다. 바깥에는 따로 공간이 여럿 있었다. 방갈로라고 하는 독립된 그런 데였다. 서너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앉을 정도 크기인데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만 더하면 된다. 2. 커피가 맛있는 것은 기본으로 ..
담장 아래 백일홍 어서 피었다 서둘러 지거라 네 번 더 피고 지면 3년 10개월 16일 남은 윤석열 치하 이 세월도 지나가겠지~~~
박물관 앞 아라홍련 시배지 7월이 되자 연꽃이 피기 시작한다. 함안 성산산성 연못에서 발견된 700년 전 고려시대 연씨. 세월을 건너뛰어 아라홍련이 싹을 틔우자 2011년 5월 함안박물관 들머리 시배지에 150촉을 심었다. 12년이 지나자 이리 널리 퍼졌다. #아라가야의 옛 땅 함안에서 700년 만에 피어난 붉은 연꽃이라 해서 아라홍련이라고 한다. #아라홍련 시배지는 함안박물관 앞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649에 있다. -- 2023년 7월 12일
그 집 툇마루에서 대나무를 보았다 1. 그 집에 가서 대나무를 보았다. 경남 함안 고려동 종택 사랑채 자미정. 오른쪽으로 감아들어 툇마루에 앉았다. 오후 2시 툇마루에는 제법 알뜰하게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어릴 적 대숲을 두른 집에서 살았다. 그 대숲은 길고 깊었다. 할아버지는 대밭이 돌밭이고 뱀도 많다면서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틈 나는대로 대밭에 들어갔다. 들어가 앉으면 한여름에도 시원했다. 마당에서 어른들 나누는 말씀이 아득하게 들리는 느낌이 좋았다. 할아버지가 내게 심부름 시키려고 "주야! 주야!!" 부르기도 하셨지만 나는 잠자코 쪼그린 채 있었다. 2. 나는 대나무가 내는 소리를 조금 알고 있다. 휘어지는 소리도 있고 꺾어지는 소리도 있다. 휘어지는 것은 바로 서기 위해서였고 꺾어지는 소리는 굽히지 않았기..
탱자나무 울타리가 나는 좋더라 1. 어린 시절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집에서 멀었다. 대략 1km가량 떨어져 있었는데 아침에 여럿이 어울려 등교하다 보면 한 시간은 예사로 걸렸다. 걸음이 어른처럼 빠르지 않았는데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노느라 그랬을 것이다. 학교는 컸다. 가로세로 150m 정도는 되었다. 학교 뒤쪽 담장이 보이고 나서도 정문까지는 그만큼 더 걸어가야 했다. 공부하는 교실은 뒤쪽 담장에 가까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간 다음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그만큼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한 시간씩 걷다 보니 지치기도 했겠지만 그렇게 정문까지 돌아가는 것이 억울했다. 뒤쪽 담장은 탱자나무 울타리였는데 개구멍이 몇 군데 나 있었다. 그러나 아침에 등교할 때 그 개구멍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선생님이 지키고..
함안의 정겨운 카페 다희 찻잔에서 헤엄치는 금붕어 한 마리. 며칠 전 이 친구를 보았을 때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시가 떠올랐다.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시인 이장희가 어쩌고저쩌고~~ 우리나라 모더니즘의 효시가 어떻고저떻고~~ 어쨌든 봄만 고양이인 것이 아닌 것은 틀림이 없다. "가을도 고양이로소이다.“ 쌍화차 예쁘다 맛있다. 가을 햇살이 참 좋다. 나는 연잎차를 마신다. 함안군 함안면 함안초등학교 정문 앞 카페 다희
함안 가야장날 진이식당 가양(家釀) 막걸리 맛난 막걸리 깔끔한 안주 즐겁게 한술 행복한 연말 #주인이 손수 담근 막걸리는 그야말로 진국이다. #제목 '가양(家釀)'에서 '양(釀)'은 술을 빚는다는 뜻이다. #묵은지 신김치는 5분 뒤에 가담했다. #진이식당은 5일마다 열리는 장날에만 문을 연다. #가야장날은 5일과 10일에 열린다. 31일까지 있는 달은 30일에 서지 않고 31일에 선다. #2023년 12월 31일에 썼다. #옛날 다른 블로그에서 진이식당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생전에 노회찬 의원이 찾아가 맛나게 먹은 적이 있다. 진이식당 주인은 지금도 한 번씩 그때를 추억한다. #노회찬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