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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 개비리 자드락 오솔길 마삭줄 고운 단풍 들어갈 땐 못 보고 돌아올 때 보았네. ----2023년 10월 16일
어느 카페의 창문 밖 풍경 마산 저도 다리 아래 어느 카페 창밖으로 스며드는 마산 앞바다. 부서지는 햇살은 혼자서도 다사롭고 산그늘에 갈매기들 무리지어 한가롭다. # 2023년 10월 31일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 콰이강의 다리 옆 할리스커피 # 오후가 좋다.
열매지기공동체가 고마운 까닭 1. 2023년 11월 13일 열매지기공동체를 위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거기서 생산하는 생강차와 생강청을 조금이라도 더 널리 알리고 한 병이라도 더 팔리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번에 우연히 열매지기공동체의 서정홍 선배와 통화를 했는데 덕분에 그로부터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경남한살림과 부산한살림에서도 요청이 오고 해서 거기도 공급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난 3년 동안은 한 푼도 나눠 갖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100만 원씩 배당을 했다고 한다. 크다면 큰돈이지만 한 해 동안 생강을 길러서 제품까지 생산한 노고에 견주면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금액일 텐데도, 고맙다고 했다. 2. 사실은 내가 더 고맙다. 먼저 그렇게나 크게 도움이 된 것은 아닐 텐데도 그렇게 말해 주어서 고..
낙원은 초록색 예식은 붉은색 경남 합천군 삼가면 낙원예식장 현관을 물들인 단풍 아름답구나. 전화번호 T 32-4442에TJ 국번이 세 자리가 아닌 두 자리인 것이 아마도 80년대 식이지 싶다. 낙원은 초록색으로 차분하고 예식은 붉은색으로 한창 불타올랐구나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한때 많은 이들이 여기서 백년가약을 했겠지. 그들의 황혼도 이 단풍만큼 그럴듯하기를. 경남 합천군 삼가면 일부리 765. (2023년 11월 9일 오후)
거대한 뿌리를 보았네 나는 거대한 뿌리를 보았다. 1. 경남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우포늪생태관이 있는 쪽 출입구에서 우포늪으로 들어간 다음 우포늪과 마주쳐서 왼쪽으로 길 따라 가다보면 양쪽에 나타난다. 하나는 육지 쪽에서 바위를 갈랐고 다른 하나는 물 쪽에서 한 길 건너뛰어 또다른 나무를 뻗어냈다. 2. 경남 고성군 마암면 마동호갯벌 근처에서도 보았다. 삼락리 554 일대 언덕배기에 있는데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다시 거기서 왼쪽 아래로 흐르면서 바위를 쪼갰다. 여기 일대는 퇴적암 해식애가 발달하여 줄줄이 이어지면서 색다른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3. 우리집 근처에도 있더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안계마을 뒤편 서재골인데 지번은 삼계리 1363이다. 아주 멋졌다. 여름에 옆에 개울물이라도 흐를 양이면 ..
사먹을 결심 1. 맛있다 두미팜 김치는 맛도 있고 개성도 있다. 지난해 처음 주문해 왔을 때는 맛이 좀 센 것 같았는데 며칠 있다가 먹으니 김치가 부드러우면서도 혀에 감기는 맛이 남달랐다. 또 대형 매장에서 파는 김치들은 표준화되어서 그런지 그게 그거 같이 맛은 있어도 밋밋하지만 두미팜 김치는 두미팜만의 색다른 개성이 혀끝에서 찰지게 느껴진다. 딸도 좋아한다. 대구에서 자취를 하는데 두미팜 김치를 달아놓고 주문해 먹는다. 배추김치, 알타리김치 섞박지, 파김치 모두 즐겨 먹는데 특히 파김치는 한 자리에서 밥도 없이 “아, 맛있다, 맛있어.” 하면서 한 보시를 다 먹는 걸 본 적도 있다. 2. 로컬푸드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로컬푸드의 가장 큰 미덕은 기름을 적게 먹는 데에 있다. 이를테면 경상도 창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
탱자나무 울타리가 나는 좋더라 1. 어린 시절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집에서 멀었다. 대략 1km가량 떨어져 있었는데 아침에 여럿이 어울려 등교하다 보면 한 시간은 예사로 걸렸다. 걸음이 어른처럼 빠르지 않았는데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노느라 그랬을 것이다. 학교는 컸다. 가로세로 150m 정도는 되었다. 학교 뒤쪽 담장이 보이고 나서도 정문까지는 그만큼 더 걸어가야 했다. 공부하는 교실은 뒤쪽 담장에 가까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간 다음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그만큼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한 시간씩 걷다 보니 지치기도 했겠지만 그렇게 정문까지 돌아가는 것이 억울했다. 뒤쪽 담장은 탱자나무 울타리였는데 개구멍이 몇 군데 나 있었다. 그러나 아침에 등교할 때 그 개구멍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선생님이 지키고..
쉽고 편하게 읽는 가야 역사책-'가야로 가야지' 제가 책을 한 권 내었습니다. ‘가야로 가야지’입니다. 기원 전후부터 서기 560년대까지 가야의 600년 역사를 유물·유적과 역사 기록을 통해 개괄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아울러 장수·남원·고령과 김해·함안·고성·합천·창녕 등 대규모 고분군이 남아 있는 여덟 군데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밖에 순천·동래·성주 등 안팎의 주요 지역들도 포함시켰습니다. 1. 처음 나온 가야 전체 역사서 역사 애호가로서, 가야 역사 전반에 대한 책이 여태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펴낸 책입니다. 물론 여태 가야를 다룬 책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딱딱한 전문 학술 용어로 가득찬 학술서적이 아니면 주마간산식으로 사실을 나열하고 자신의 감정을 덧붙이는 여행기나 답사기였습니다. 저는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
너무 달콤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달달하게 키우지 않은 사과들~~ 색깔 좋다. 크기는 어른 주먹보다 많이 작다. 맛은 사람 입맛에 맞춘 것이 아니다. 지중해 언저리에 많다는 학설이 있더라. 이런 게 좋은 사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과뿐 아니라 요즘 과일은 너무 달다. 설탕물을 입에 머금는 것 같다. 이브가 먹었던 사과는 홍옥, 부사, 아오리가 아니었다. 마늘로 말하자면 웅녀는 네덜란드도 POLAND 종자도 아니고 홍산마늘이란 개량종 씨앗도 아니었다. 나는 나의 씨앗을 얼마나 제대로 갖고 있는가 잃어버렸는 줄도 모른 채 잃어버리고 살아온 나날은 아니었을까. 나는 아직도 제대로 먹는 법을 모른다. 음식을 바꿀 수 있으면 세상도 바꿀 수 있다.
넉넉함과 옹졸함, 부처와 인간 경기도 양주 회암사지 한 번 가서 보았다. 전북 남원 만복사지 경남 합천 영암사지 전북 익산 미륵사지를 맞먹거나 능가하는 규모라기에 경관과 감흥도 그러할 줄 알았다. 회암사지는 그러나 절터가 아닌 왕궁터였다. 절간 형식으로 지어진 궁궐이 원형이었다. 상왕과 태상왕 노릇을 하던 태조 이성계를 위한 자리가 가장 높은 데 가장 널찍하게 있었고 그 아래에 방장 그것도 동서로 두 방장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부처를 위한 전각은 그 아래였는데다가 석가모니 진신사리 탑조차 높은 자리이기는 했지만 오른쪽 한쪽 구석에 놓여 있었다. 부처가 아무리 높아도 중심은 아니라는 듯 세상의 중심=태조 이성계를 밝고 돋보이게 하는 보조 장치일 따름이라고 일러주는 듯. 마당에서 어둠을 밝히는 정료대는 왜 그렇게 많은지 석탑과 짝을 이..
석 달 전 삼가장날 새끼줄로 엮은 마늘 한 접 1. 나는 이런 마늘이 좋다. 열 개씩 하나로 열 묶음을 새끼줄로 엮었다. 이렇게 마늘을 한쪽으로 치우치게도 하고 여자아이 머리 땋듯 양쪽으로 갈래 지게도 한다. 이런 마늘 한 접을 베란다 빨랫줄에 매달아 놓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똑 분질러 가져온다. 한 쪽씩 쪼갠 다음 손톱이나 칼로 껍질 까서 먹는다. 나는 이 마늘을 석 달 전에 장만했다. 2일과 7일에 열리는 합천 삼가장에서 3만 원을 주고 샀다. 덕분에 지금껏 싱싱한 마늘을 먹고 있다. 껍질을 벗긴 마늘은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금세 시들시들해진다. 조금 더 지나면 싹도 나고 패기도 하다가 흐물흐물 녹고 썩어버린다. 먹기도 거시기하고 버리기도 거시기하다. 2. 시간이 아까워 어떻게 그리 하느냐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
하늘 끝자락에 기대어 선 저 돌탑 옛 절터 옆에 새 절간이 들어서는 경우가 없지 않다. 대부분 꼴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내가 본 바로는 합천 모산재 영암사지 옆에 영암사와 대구 달성 비슬산 대견사지 옆에 대견사가 그렇다. 천 년도 더 되었을 절터는 폐사지여도 조화로움이 있으나 새로 지은 절간에는 조화나 균형이 없다고 무방하다. 합천 영암사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옛 절터의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바로 옆 바깥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 대견사는 그렇지 않다. 멋진 유물들이 자리 잡은 옛 절터 안으로 들어와 안목이 없는 내가 보아도 무질서할 정도로 산만하게 여기저기 휘저어 놓았다. 오래된 유물들이 새로 지은 건물에 내쫓겨 이리저리 흩어지고 달아나 제 모습을 숨기고 있는 형국이다. 하다못해 연등 하나를 달아도 ..
둠벙이 있는 풍경 2 경남 고성군 거류면 거산리 381-20 논. 바다와 산과 길과 둠벙이 있다. 가장 잘 난 둠벙 경관은 아니고 오히려 못 생긴 축이라고 보면 맞다. 6월 여름 사진 석 장과 10월 가을 사진 석 장.
우리집 근처에는 없는 게 없다 우리집 근처에는 없는 게 없다. 바로 옆 300걸음 안쪽에는 광려천 푸른 강물이 널널하게 흐르고 500걸음 언저리에는 대형마트와 시장이 나온다. 2000걸음 정도 걸으면 차례대로 종합병원이랑 영화관이 줄지어 있다. 압권이고 백미는 이런 나의 쓸세권 안에 마을숲이 두 개나 있다는 것이다. 남쪽으로 600걸음 걸으면 삼풍대 마을숲이 나오는데 느티나무 팽나무 말채나무 등이 우거져 여름에는 한낮에도 어둑신하다. 또 서쪽으로 3000걸음 걸으면 안봉대 마을숲이 나오는데 줄기 표면이 근육으로 울퉁불퉁한 미스터 서어나무가 대부분이다. 안 보고 싶은 것은 멀리 떨어져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고속도로를 따라 걸어도 무려 사십삼만사천팔백칠십오 걸음이 걸린다.
고성 그 둠벙 아름답다 튼튼하다 쓸모있다 오래됐다. 큰 논에는 크게 만들고 작은 논에는 작게 만들었다. 마암면 삼락리는 고성에서는 그래도 들판이 너르고 논도 큰 편이어서 둠벙도 크다. 삼락리 논이 아무리 크다 해도 낙동강 한강 영산강 섬진강 금강 큰 강 유역에 있는 논과 견주면 여전히 어린아이 손바닥만 하다는 것은 참 애잔한 노릇이다. 40~50년 전까지 그들은 조금이라도 덜 굶주리기 위해 주야장창 논바닥에 엎어져 살았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생각하며 어디에 엎어져 꼼지락거리나~~~ 마암면 삼락리 273-2. 그 둠벙의 봄과 가을 마지막은 7년 전 겨울 모습.
둠벙이 있는 풍경 전봇대 빼고 모두 곡선이다. 전깃줄까지 곡선이다. 오래되었어도 아름답고 튼튼하며 쓸모 있다. 오래된 사람이 아름답도 튼튼하고 쓸모 있는 경우는 없다. 남자는 더욱더 그렇다. 고쳐 쓰기도 어렵다. 사람이 만들었지만 사람과는 달리 멋진 둠벙. 경남 고성군 거류면 신용리 218.
마금산온천의 고마운 족욕장 1. 창원시 북면 마금산온천에는 족욕장이 있다. 돈 내지 않고도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자리에 앉아 따뜻한 온천물에 발을 담그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다리부터 데워지기 시작해서 30분쯤 지나면 이마에 땀방울이 조금씩 맺힌다. 몸에 막힌 기운이 뚫리고 흐르는 느낌이 들면서 어쩐지 개운해진 것 같기도 하다. 2. 주변에는 이런저런 판넬이 늘어서 있다. 처음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몇 번 가다 보니 눈에 들어왔다. 족욕을 마치고 둘러보니 ‘우리 지역 전래 이야기’ 그러니까 전설이었다. ‘정병산 호랑이’와 ‘단 똥 장수’는 범상하고 뻔한 구성이었다. 에도 나오는 ‘달이 되어 뜬 산 백월산’도 있는데 지역 경관을 자랑하고픈 마음은 가상하지만 발상이 사대주의에 찌들어 있어 못마..
경남도청에는 전두환 조상을 기리는 초상이 있다 1. 경남도청 4층 대회의실에 가면 ‘향토 출신 선현’ 여섯 분의 초상이 모셔져 있다. 문익점·김종직·조식 선생과 사명대사, 정기룡 장군이 그들이다. 이들 다섯 분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왼쪽에서 두 번째에 ‘영수 전제 장군’이 끼여 있다. 초상 아래에 적힌 약력은 이렇다. 2. ○1558(명종 13)~1597(선조 30), 합천 초계 출생 ○자 시적(時適), 호 영수(英叟) ○관직은 영산현감, 호조참판 추증 ○조선 중기 무신.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창녕 박진·의령 정암싸움에서 승첩을 거둠 ○정유재란 때에는 명의 도원수 마귀와 함께 울산 도산전투에 출전, 선봉장으로 크게 전공을 세우고 전사함 3. 대부분 사람들에게 다른 다섯 분은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만 전제장군 이 분은 듣보잡이다. 물론 다른 다섯..
창녕에는 전두환 조상을 기리는 탑비가 세 개 있다 1. 남산호국공원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는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로 유명한 만년교가 있다. 남산호국공원 들머리에 있는데 이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만년교를 지나 안에 들어가면 엉뚱한 시설물들이 나온다. 임진왜란호국충혼탑이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임진왜란화왕산승전도와 전제장군충절사적비도 잇따라 보인다. 처음 찾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한다. 세 가지 시설물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전제 장군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당연하다. 의병 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이렇게 크게 모실 인물은 아니다. 게다가 여기 적혀 있는 내용은 대부분이 가짜뉴스다. 중요한 대목만 추려서 한 번 살펴보겠다. 이 탑비들은 1982년 5월 31일 준공되었다. 2. 영산현감전제장군충절사적비 ①임진왜란 ..
엄마의 키질, 나의 키질 나는 저 키와 체를 경남 창녕 어느 시골마을 허름한 민가에서 보았다. 둘이 생김새는 다르지만 알곡에 섞여 있는 쭉정이나 찌꺼기를 걸러내는 데 쓰인다는 것은 똑같다. 키는 알곡들이 무겁고 가벼운 차이에 따라 내려오는 속도가 다른 원리를 활용해 걸러낸다. 체는 작은 구멍을 기준으로 크고 작은 것을 가려서 걸러낸다. 1. 어렵지 않은 키질 키질은 얼핏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허리를 굽혔다 펴면서 곧게 뻗은 팔을 얼굴 높이까지 올리면, 키에 담겨 있던 것들이 길게 줄줄이 따라 올라간다. 그랬다가는 다시 순서대로 떨어지면서 타다닥 튀는 소리를 낸다. 검불이나 지푸라기 같은 것들이나 가벼운 쭉정이는 하늘하늘 내려오다가 흩어진다. 아니면 스쳐지나는 바람에 쓸려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마른 흙냄새가 풍겨온다. 2. 엄..
사라져가는 것들-흙돌담 헛간과 들깨 깻단 오랜 세월 쌓인 진흙이 굳어져 만들어진 이암(泥巖)과 굳어지지 않고 동네 개울가에 있던 진흙을 이개어서 담을 두른 헛간. 아래깨에 깻단을 걸쳐 말리고 있는데 들깨의 그 꼬신내가 여기까지 진동을 한다. 경남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 대대길 157-3
가을 바다 지난해 10월 어느날이었다. 비가 내릴 것 같았는데 실제로 내리지는 않았다. 날씨가 쌀쌀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쌀쌀하지는 않았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정훈희 김태화 꽃밭에서'에서 내려다본 그 앞바다.
함안의 정겨운 카페 다희 찻잔에서 헤엄치는 금붕어 한 마리. 며칠 전 이 친구를 보았을 때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시가 떠올랐다.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시인 이장희가 어쩌고저쩌고~~ 우리나라 모더니즘의 효시가 어떻고저떻고~~ 어쨌든 봄만 고양이인 것이 아닌 것은 틀림이 없다. "가을도 고양이로소이다.“ 쌍화차 예쁘다 맛있다. 가을 햇살이 참 좋다. 나는 연잎차를 마신다. 함안군 함안면 함안초등학교 정문 앞 카페 다희
그럴듯한 둠벙 01 경남 고성군 거류면 화당리 일대 옛날 둠벙이 제대로 남아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적진포해전이 있었던 고성만 끝자락 바닷가에 다닥다닥 들어선 다랑논들이었다. 사진은 둘씩 짝지어 보면 좋다. 하나는 봄이고 하나는 가을이다. 봄 풍경과 가을 경관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 #고성 둠벙은 우리나라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다.(2019년) #이와 더불어 세계관개시설물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2020년) #그런데 들판에 가서 보면 둠벙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때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전봇대다. #논두렁에 전봇대가 있으면 반드시 그 옆에 둠벙이 있다. #둠벙의 물을 양수기로 푸려면 전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태양을 향해 두부를 바친다 1. 나는 태양교 맹신도다 나는 태양을 열렬히 숭배한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유일한 생명의 원천이 바로 이 태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나는 틈만 나면 하늘을 우러러 햇볕 바라기를 하고 그때마다 “아 따사롭구나, 참 좋구나.” 고마운 마음으로 기도를 바친다. 나는 태양교의 맹(猛)신도로서 두부를 제물로 바치기도 한다. 태양께서는 나를 비롯한 여러 신도들과 마찬가지로 물을 참 좋아하신다. 촉촉하게 젖은 물건에서 물기를 남김없이 뽑아가시고 건더기는 우리 신도들더러 먹게끔 남겨 주신다. 2. 나는 태양에게 다른 제물도 바친다 태양에게 바쳐지는 제물은 종류가 다양하다. 콩, 깨, 감, 사과, 고구마, 두부 등은 그대로 맨 하늘에 바치고 무청이나 배추 잎사귀는 그늘을 지운 아래에서 바친다. 그리고 대구·민어·조기..
서울의 봄 - “노태우는 좋겠다, 잘난 친구 만나서” 11월 30일 낮에 ‘서울의 봄’을 보았다. 과연 잘 만든 영화였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눈에 거슬리거나 긴장을 떨어뜨리는 군더더기도 눈에 띄지 않았다. 반란군 대장 전두환은 비열하지만 카리스마가 있었다. 진압군 대장 이태신은 정의롭고도 의연했다. 이쪽저쪽 굴러다니는 똥별들은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굴하고 무기력했다. 덕분에 흡족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 앞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기에 올라탔다. 뒤이어 많아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도 함께 탔다. 1. ‘잘난 친구 전두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노태우는 좋았겠다. 잘난 친구를 만나서~~” 그러고는 무어라 말을 이으려는데 여자가 손으로 조그맣게 가위 표시를 했다. 남자는 가만히 입을 더 열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영화 ..
이태신의 목도리와 서울의 봄 1. 마지막 장면의 대치 을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났는데도 지워지지 않고 계속 떠오르는 모습이 하나 있다. 진압군 대장 이태신이 목에 둘렀던 목도리가 그것이다. 반란군 진압을 위해 전차를 끌고 나간 이태신은 경복궁 앞에서 전두환 일당과 대치한다. 1979년 12월 13일 새벽에는 없었던 장면이다. 상황은 이미 반란군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태신은 출동 직전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아내는 낮에 전해준 가방에 목도리가 있으니 춥지 않게 하라고 일러준다. 이태신은 그 목도리를 두르고 마지막 출동을 했다. 2. 빼앗긴 목도리 목도리는 포근한 촉감과 따뜻한 온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아내의 마음은 따뜻하고 부부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은 포근하다. 이태신은 목도리를 두른 채 반란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1.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왜 좀 일찍 읽지 않고 이제 와 손에 들게 되었는지 후회스러웠다. 그랬다면 좀더 열린 자세와 능동적인 태도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과 교섭할 수 있었을 텐데 싶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그렇게까지 여길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일찍 읽었으면 그것대로 재미와 감흥이 더했을 것이다. 하지만 쓴맛 단맛 나름 겪고 예순에 이르러 읽은 덕분에 여러모로 울림이 크고 깊었던 것 같기도 했다. 2.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사와 서술은 멋졌다. 그의 손끝에서 사람과 자연과 세상은 새로운 모습을 얻고 있었다. 한 번씩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훅 치고 들어와 근본을 꿰뚫어버릴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조르바도 말과 행동이 언제나 아름다웠다. 그의 말과 행동에 담겨 있는 생각과 ..
하찮은 것은 무엇이고 귀중한 것은 무엇인가 안동 병산서원 측간은 아름답게 여겨지며 갖은 보호를 받고, 경남 창녕 어느 시골 마을 농가의 측간은 이렇게나 허름하다. 하나는 양반들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민들 것일 뿐인데 문화가 흐르는 맥락과 다양한 역사성이 봉건 양반들이 전유해왔다는 생각은 다만 착각일 따름이다. 하나는 문화재 전문가들이 즐겨 찾고 하나는 그들이 모르는 척 외면했을 따름인데. 관점을 바꾸어라 처지를 뒤집어라. 그들은 거의 전부가 양반의 후예를 자처하며 자랑스러워하지만 실로 대단한 것은 문물과 재화를 몸소 생산해온 평민들이 다시 평민으로 이어지는 숨결 그 맥박의 흐름이다.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일상을 함께해온 이 측간이 병산서원에 있는 그 문물보다 어찌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관점을 바꾸어라 처지를 뒤집어라 무엇이 귀중하고 무엇이 하..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흙돌담 고드름.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