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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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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장날에 해삼을 진동장에 가면 제법 드물지 않게 횡재할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랬다. 2만3000원어치 해삼이 이만큼이다. 이달 초 마산어시장에서 3만 원에 산 것보다 두 배는 더 많다. 진동장은 4일과 9일에 선다.
수입 부처만 있는 줄 알았는데 토종 부처도 있더라 우리는 절에 가면 수많은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은 2500년 전에 룸비니에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 석가모니불이다. 부처님은 이밖에도 많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만 해도 미륵불·비로자나불·아미타불·약사여래불 등 여럿이 있다. 그런데 이들 부처님을 보면 모두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온 수입산이다. 불교 자체가 외래종교이다 보니 당연한 것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1800년 가까이 되는 만큼 토종 부처님이 한 분 정도는 있을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찾아봤더니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도 자국산 토종 부처님이 있었다.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남백월의 두 성인 노힐부득(努肹夫得)과 달달박박(怛怛朴朴)’이라 실려 있는데 경..
나무에 물오르는 소리 25년 전 어느 봄날 집 앞 작은 동산을 지나는데 나무 하나가 밑둥치에서 위쪽까지 줄기가 젖어 있었다. 아래는 흥건하게 거뭇거뭇 빛날 정도였고 가슴께부터는 마른 데도 있어서 얼룩덜룩 무늬가 졌다. 땅도 질펀해져 미끄러울 정도였고 가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진 자국도 여기저기 선명했다. 태양의 햇살이 지구에 닿는 각도가 약간 높아졌을 따름인데도 얼었던 땅이 바로 녹았구나 메마른 나무에 물이 오르는구나. 절로 마음이 겨워져서 나무에 귀를 갖다 대었다. 믿기지 않게도 물 소리가 들렸다. 희미하지 않고 뚜렷하게 들렸다. 풀밭에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쉬쉿~ 쉬쉿~’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메타세쿼이아. 1970년대 계획도시 창원을 조성하면서 가장 먼저 길거리에 심은 나무다. 30년만 자라..
그래도 우리 국토는 아직 건강하다 지난 3일 도롱뇽알을 친견하였다. 황송하게도 이토록 한꺼번에 많이 뵈옵는 것은 삼대구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나한테 복이 터질 모양이다. 경남 창원시 북면 백월산 억불사(옛 남사) 조금 위쪽 물웅덩이
가온길과수원 청년 농부 김성인을 응원하는 까닭 그제 합천 삼가 난전에서 복숭아를 샀다. 1만 원에 네 개였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맛이 없었다. 씹는 맛도 목화솜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아무 맛도 없을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딸도 같은 말을 했다. 둘이서 한 개는 억지로 삼켰지만 나머지는 도저히 먹기가 어려웠다. 음식을 함부로 버리면 천벌 받는 줄 알면서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멀쩡한 복숭아 세 개를 음식물쓰레기통에 집어넣으려니 마음이 심란했다. 어제 다시 복숭아를 두 상자 샀다. 가온길과수원에서였다. 한 해 전 맛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샀다. 상자를 집어드는데 단내가 코를 찔렀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과연!이었다. 한 상자에 열여섯 개 들었는데 씹는 식감까지 제법 괜찮았다. 문자로 얼마냐고 물었더니 2만9000원이라 ..
"고니는요, 사람 하기 나름이에요" 1. 도요오카에서 보았던 일본 고니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9년 전인 2015년 2월이었다. 도요오카시는 멸종됐던 황새를 민관이 힘을 합해 야생에서 복원해낸 일본 으뜸 생태도시로 꼽힌다. 황새를 보러 갔던 그 도시에서 나는 고니도 보았다. 우리는 이른 아침에 주택가를 걸어서 지나가는 중이었다. 아스콘으로 포장된 도로가 깔끔하게 뻗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가 많지 않은 것이 인상 깊었다. 넓지 않은 도로는 전봇대와 동행하면서 2층도 별로 없고 대부분 단층인 주택을 끼고 있었다. 도로 옆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수로도 놓여 있었다. 너비는 1m 정도였고 물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사람이 한 명 쪼그리고 앉아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전방 10..
진동 앞바다, 딱새, 가리비, 낭태 1.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집안이 너무 더워서, 어디라도 가볼까 하는데 갑자기 툭 떠올랐다. 그래, 오늘이 진동 장날이었지. 4·9일인데 5~6년 전만 해도 자주 갔더랬다. 한 번씩 가서 잡어를 사왔는데 1만 원어치씩 팔 때가 많았다. 한 번 사면 열흘 정도 구워 먹고 쪄서 먹고 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는 같은 무더기를 5000원에 떨이를 하기도 했었다.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는 저물 무렵에 그랬다. 왜 그렇게 싸게 파느냐고 멍청하게 물은 적이 있다. 잡어를 다 팔지 못하면 아줌마들은 내장을 끄집어내고 머리·지느러미 등을 떼어내 말린다. 도리없이 이런 노동을 더해도 말린 고기는 생물보다 값이 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진해 경화시장( 3·8일 )에서 잡어를 보고 사다 먹기 시작..
어느 카페의 창문 밖 풍경 마산 저도 다리 아래 어느 카페 창밖으로 스며드는 마산 앞바다. 부서지는 햇살은 혼자서도 다사롭고 산그늘에 갈매기들 무리지어 한가롭다. # 2023년 10월 31일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 콰이강의 다리 옆 할리스커피 # 오후가 좋다.
사먹을 결심 1. 맛있다 두미팜 김치는 맛도 있고 개성도 있다. 지난해 처음 주문해 왔을 때는 맛이 좀 센 것 같았는데 며칠 있다가 먹으니 김치가 부드러우면서도 혀에 감기는 맛이 남달랐다. 또 대형 매장에서 파는 김치들은 표준화되어서 그런지 그게 그거 같이 맛은 있어도 밋밋하지만 두미팜 김치는 두미팜만의 색다른 개성이 혀끝에서 찰지게 느껴진다. 딸도 좋아한다. 대구에서 자취를 하는데 두미팜 김치를 달아놓고 주문해 먹는다. 배추김치, 알타리김치 섞박지, 파김치 모두 즐겨 먹는데 특히 파김치는 한 자리에서 밥도 없이 “아, 맛있다, 맛있어.” 하면서 한 보시를 다 먹는 걸 본 적도 있다. 2. 로컬푸드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로컬푸드의 가장 큰 미덕은 기름을 적게 먹는 데에 있다. 이를테면 경상도 창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
우리집 근처에는 없는 게 없다 우리집 근처에는 없는 게 없다. 바로 옆 300걸음 안쪽에는 광려천 푸른 강물이 널널하게 흐르고 500걸음 언저리에는 대형마트와 시장이 나온다. 2000걸음 정도 걸으면 차례대로 종합병원이랑 영화관이 줄지어 있다. 압권이고 백미는 이런 나의 쓸세권 안에 마을숲이 두 개나 있다는 것이다. 남쪽으로 600걸음 걸으면 삼풍대 마을숲이 나오는데 느티나무 팽나무 말채나무 등이 우거져 여름에는 한낮에도 어둑신하다. 또 서쪽으로 3000걸음 걸으면 안봉대 마을숲이 나오는데 줄기 표면이 근육으로 울퉁불퉁한 미스터 서어나무가 대부분이다. 안 보고 싶은 것은 멀리 떨어져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고속도로를 따라 걸어도 무려 사십삼만사천팔백칠십오 걸음이 걸린다.
마금산온천의 고마운 족욕장 1. 창원시 북면 마금산온천에는 족욕장이 있다. 돈 내지 않고도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자리에 앉아 따뜻한 온천물에 발을 담그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다리부터 데워지기 시작해서 30분쯤 지나면 이마에 땀방울이 조금씩 맺힌다. 몸에 막힌 기운이 뚫리고 흐르는 느낌이 들면서 어쩐지 개운해진 것 같기도 하다. 2. 주변에는 이런저런 판넬이 늘어서 있다. 처음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몇 번 가다 보니 눈에 들어왔다. 족욕을 마치고 둘러보니 ‘우리 지역 전래 이야기’ 그러니까 전설이었다. ‘정병산 호랑이’와 ‘단 똥 장수’는 범상하고 뻔한 구성이었다. 에도 나오는 ‘달이 되어 뜬 산 백월산’도 있는데 지역 경관을 자랑하고픈 마음은 가상하지만 발상이 사대주의에 찌들어 있어 못마..
경남도청에는 전두환 조상을 기리는 초상이 있다 1. 경남도청 4층 대회의실에 가면 ‘향토 출신 선현’ 여섯 분의 초상이 모셔져 있다. 문익점·김종직·조식 선생과 사명대사, 정기룡 장군이 그들이다. 이들 다섯 분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왼쪽에서 두 번째에 ‘영수 전제 장군’이 끼여 있다. 초상 아래에 적힌 약력은 이렇다. 2. ○1558(명종 13)~1597(선조 30), 합천 초계 출생 ○자 시적(時適), 호 영수(英叟) ○관직은 영산현감, 호조참판 추증 ○조선 중기 무신.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창녕 박진·의령 정암싸움에서 승첩을 거둠 ○정유재란 때에는 명의 도원수 마귀와 함께 울산 도산전투에 출전, 선봉장으로 크게 전공을 세우고 전사함 3. 대부분 사람들에게 다른 다섯 분은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만 전제장군 이 분은 듣보잡이다. 물론 다른 다섯..
창원에서 둠벙을~~~ 인구 100만의 도시 창원에서, 그것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부터 걸어서 10분 안쪽 거리에서 옛적 모습을 간직한 둠벙을 보았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원계리 284-2. 남아 있어 주어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