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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주남·동판보다 산남·봉곡저수지가 더 중요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⑧ 1. 북부배수문 북부배수문은 유등중앙배수문에서 서쪽으로 2km 남짓 떨어진 대산면 북부리 198-2 일대에 있는데 길이가 40m 안팎입니다. 창원농지개량조합(지금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에서 바로 옆에 북부1배수장과 배수문을 새로 만든 1984년부터는 쓰지 않고 있습니다. 천연암반을 뚫고 통로를 네 개 내었는데 상하좌우의 바위 표면을 모두 콘크리트로 마감해 놓았습니다. 동아일보 1927년 9월 7일자 보도에는 언급이 없으므로 당시에 축조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1936년 8월 대홍수로 여기 제방이 무너졌으므로 그 뒤 복구 과정에서 설치되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이를 반영하듯 1916년 처음 측량하고 1930년 두 번째 측량한 일제강점기 지도를 보면 유등중앙..
낙동강에서 양수하고 낙동강으로 배수하고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⑦ 1. 수리 시스템의 구체적인 면모 주남저수지와 대산평야 일대에는 일제강점기 촌정농장과 동면수리조합·대산수리조합이 만들어낸 수리 시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관개·배수·방수 등 10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근대농업의 수리 시스템입니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화석화된 유적이 아니고 지금도 생명력을 간직하고 요긴하게 쓰이는 유산이라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합니다. 주남저수지는 지금 생태자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높은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처럼 대산평야를 위하여 만들어진 농업자원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지 않고 하나만 본다면 반쪽밖에는 되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근대농업유산이라 하면 여태까지는 만경평야가 있는 전북 군산시..
문형배 세 시간 인터뷰 1.제법 깁니다만 그래도 한 번 읽어봐 주십사 청합니다. 느끼는 바가 적지는 않을 겁니다.2.문형배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세 시간 남짓 얘기를 주고받으며진심으로 묻고 진심으로 답했습니다.질릴 만큼 질문이 많았지만그래도 지친 티 내지 않고오히려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까 봐큰 소리로 말씀해 준 문형배 판사님 고맙습니다. 3.그러고는 다음날부터하루 열 시간 넘게 꼬박 엿새 동안 녹음을 풀며 정리했습니다.마지막으로 본인 확인을 거쳤을 때 분량이 200자 원고지 170매가 넘었습니다.좀 많지 않나 싶었지만 더 이상 손댈 데가 없다 싶어서 그대로 시사인>에 넘겼습니다.--나중에 들었는데, 시사인> 지면 20쪽 분량이었습니다.4.그런데 이를 받은 변진경 편집국장이 100매 안쪽으로 줄였습니다.고쳐서 보내온 기사를 보니..
함안 고려동의 계모당(繼謨堂) 평소에는 앞으로 밀어서 여는 여닫이문인데 여름이 되면 통째로 들어 올려서 여는 들창으로 바뀐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들창코가 여기서 나왔다고 나는 알고 있다.
함안박물관 3층의 멋진 '카페 아라가야' 여기는 값도 싸고경관도 빠지지 않는다. ------------------------------1.그제는 햇살이 좋아 개울가 나무 아래에서 놀았고 어제는 내리는 비 덕분에 카페를 찾아가 여름을 즐겼다.2.함안박물관 제2전시관 3층에 ‘카페 아라가야’가 있는데 함안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덕분에 값이 싸다. 아메리카노는 한 잔이 2500원이라 둘이 가서 과자를 하나 더했는데 8000원밖에 안 했다. 3.바깥 풍경도 바라보면 제법 그윽하고 그럴싸한데 말이산고분군은 유려한 곡선이 넉넉하게 펼쳐지고 올망졸망 어깨동무 민가들은 정겨우면서 무심하다. 4.나무와 책과 AI 이야기, 농약 안 친 채소와 채송화와 봉숭아 이야기, 멀리 있는 선배와 더 멀리 있는 친구 이야기까지 하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진전천의 한 여울 지난 겨울 이 나무를 보고여름에 저 밑에서 놀 수 있으면참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오늘 왔다.나는 성공한 인생이다. ## 거락숲에서 진전천 따라 하류로 1km 정도 지점.
경남 고성 영현면 대촌마을 어떤 골목 어귀 주인은 지친 다리 끌며 어디 나가고달나라 눈금만큼 가벼운 무게로 허리 매단 엉덩이가 잠시 머무른 감나무 그늘 아래 빈 의자 하나.
통도사 자장암의 숨은 미덕 비질 자국이 정갈한어느 절간 마당에서.
‘일제 지배 덕분론’은 성립되지 않는다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⑥1. 낙동강변의 자연암반 두 곳을 뚫고이렇게 설립된 대산수리조합의 목적은 재래논 200정보와 재래밭 1070정보, 그리고 황무지 80정보 등 전체 1350정보를 새 논으로 바꾸는 데 있었습니다. 황무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촌정농장·동면수리조합과 달리 이미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이 많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황무지를 농지로 바꾸는 개간보다는 밭을 논으로 바꾸는 사업의 비중이 훨씬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래서 핵심 과제는 홍수 때 낙동강의 범람과 역류를 막는 것과 평소 농사에 쓸 물을 마련하는 것 두 가지였습니다. 촌정농장과 동면수리조합은 낮은 땅이 많아서 물이 빠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면, 대산수리조합은 낙동강의 범람으로 형성된 자연제방 일대의 높은 데 있는 재래밭..
대산과 동면, 두 개의 수리조합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⑤1. 동면수리조합은 물 빼내기가 급선무전체 면적 가운데 논은 208정보였고 나머지는 밭과 황무지였습니다. 논도 농사를 두 번 짓는 이모작이 가능한 면적은 40정보뿐이었고 나머지 170정보는 사철 물이 고여 있어서 밭농사를 짓는 이모작을 할 수 없는 논이었습니다. 물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는 것이 아니라 물이 너무 많아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동면수리조합이 만들어지고 5년이 지난 1927년에도 상황이 이런 정도였습니다.그래서 동면수리조합의 첫 번째 걱정거리는 낙동강의 범람이나 역류도 아니었고 물을 농지에 제 때에 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서쪽과 남쪽의 산기슭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비만 ..
그들은 왜 있는 물길 놔두고 바위를 뚫었을까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④ 1. 홍수가 거듭 닥쳤던 초창기 1907년 구체적인 모습은 이랬습니다. 촌정농장의 북쪽인 낙동강을 향해서는 외제방을 쌓았는데 2리(7.8km)였으며 농장의 서남쪽 산자락을 따라서는 산 옆에 물받이용으로 내제방을 쌓았는데 5리였습니다. 아울러 낙동강의 역류를 차단하는 갑문도 주천강에 설치했습니다. 바깥쪽 낙동강에서 밀려드는 강물의 범람을 막기 위한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4년 동안 해마다 홍수가 거듭됐습니다. 물에 자꾸 잠기면서 수확은 거의 없는 지경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갑문이 두 번 부서지고 두 번 물이 샜습니다. 외제방은 한 번 터졌고 내제방도 한 번 터졌습니다. 해마다 고쳐 쌓고 높여 쌓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특히 1911년의 홍수는 그야말..
일제강점 아래 조선인 피땀으로 조성된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③ 1. 근대농업유산의 역사 지금 사람들은 제방을 걷거나 철새들을 탐조하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하는 장소로 주남저수지를 생각합니다. 주변에 너르게 조성된 대산평야에 물을 대는 인공 저수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원시 동읍·대산면과 김해시 진영읍 일대에 걸쳐 있는 넓은 들판을 대산평야라고 합니다. 김해평야나 호남평야는 들어봤는데 대산평야도 있었네, 아마 그리 여기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그러니 주남저수지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이도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문화재 지정이 되지 않은 까닭에 보호와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남저수지와 대산평야 일대에는 근대농업유산이 널려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
저수지 세 곳의 저마다 다른 멋과 맛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② 1. 찾는 사람이 제일 많은 주남저수지 산남·주남·동판은 크기도 모양도 성격도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주남저수지가 단연 으뜸입니다. 도로가 잘 나 있는데다 세 저수지 중에 한가운데 넓게 자리 잡은 덕분입니다. 주남저수지 걷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주남저수지 수문(대산면 가술리 550-156)을 기점으로 삼아 오른쪽과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됩니다. 왼쪽 길은 왕복 3km 남짓이고 오른쪽 길은 왕복 4km에 조금 못 미칩니다. 둘 다 산책하기에 적당한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수지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걸으면 호쾌한 눈맛을 느낄 수 있고 오른쪽 길에서는 좀더 아기자기한 모습을 즐길 수 있습니다...
생태관광 1번지 창원 주남저수지의 모든 것① --주남저수지의 과거 모습을 아시나요? 1. 일러두기 경남 창원에는 주남저수지가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일찍이 철새 도래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일부러 만든 저수지이지만 자연경관이 인공저수지답지 않게 빼어납니다. 왜 그럴까요? 주변에는 드넓은 평야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120년 전만 해도 흔적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크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창원 주남저수지와 일대 평야가 어떻게 해서 들어서고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한 번 알아보았습니다. 모르고 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반면 조금이라도 알고 보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돌아보고 살펴보는 보람과 즐거움이 한층 더해집니다. 2021년 12월 발행한 창원시의 비매품 책자 주남저수지 이야기-주남저수지의 역사와 생태>에 담았던..
갖은 생명 풍성하게 품는 삶터이자 놀이터 고성 둠벙 시말기⑥ 28. 빛나는 보석, 둠벙 인간이 만들고 인간의 삶과 애환이 서린 논에는 그러면 다른 생물들은 얼마나 많이 살고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무려 5668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1981년부터 2013년까지 33년 동안 논을 드나들면서 연구·관찰했더니 그렇게나 많은 생물이 살더라는 얘기입니다. 논에 사는 생물이 이렇게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인간의 선량한 관리’ 덕분이라고 합니다. 자연은 그대로 놓아두면 모든 생물이 다같이 풍성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산에서 참나무와 소나무가 함께 자라면 활엽수이자 속성수인 참나무에 밀려 소나무가 도태되어 버립니다. 논두렁에서는 억새와 띠풀이 섞여 있다가도 나중에 보면 높이 자라는 억새에 치여 키가 작은 속..
주렁주렁 풍성하게 매달린 옛날 추억들 고성 둠벙 시말기⑤ 22. 둠벙 물 나누기 모내기가 끝나고 장마철도 지나간 다음 날이 가물어지면 농촌은 느닷없이 바빠집니다. 나락이 자라는 논에 물을 대야 했으니까요. 둠벙에서 물을 푸고 고랑에서 물을 끌어들이느라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둠벙은 개인 소유입니다. 논에 딸려 있는 것이 둠벙이고 논에는 저마다 주인이 있으니까 둠벙에서 나는 물은 좀처럼 나누어 쓰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일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다툼이 일어날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물이 되게 많이 나거나 논에 대고 나서 남으면 이웃에게 쓰라고 하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별나게 물이 많은 둠벙이 열에 서넛은 되었습니다. 이런 둠벙에서는 오늘은 논 주인이 푸고 내일은 이웃 사람이 끌어가고 하는 식으로 나누어 썼습니다. 물을 끌..
저 논에 고인 것은 물이었나 땀이었나 고성 둠벙 시말기 ④ 16. 물을 푸는 두레채 둠벙에서 물을 푸는 도구를 보면 먼저 두레채가 있습니다. 이 두레채는 물을 푸는 데 쓰는 작수바리(바지랑대 또는 나무막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길이가 대략 3.5m 안팎에 이르는데 나무 밑둥에 해당하는 퉁퉁한 쪽을 손으로 잡도록 했고 위쪽 줄기 끄트머리에는 한 말 가웃 정도 되는 두레박을 달아 붙였습니다. 이 두레채는 손으로 잡는 쪽은 지름이 15㎝ 정도로 굵고 두레박 쪽은 지름 5~6㎝로 가늘게 했습니다. 손으로 잡는 쪽은 무거울수록 좋고 끄트머리 두레박 쪽은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지렛대의 원리에 따라 좀 더 손쉽게 물을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레채를 손으로 잡는 밑둥에는 끝자락에서 두 뼘 정도 되는 곳에 작은 나무를 하나 쐐기처럼 박아 넣었습..
JTBC가 못 잡아낸 이준석의 거짓말 5월 23일 저녁 8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대통령 후보 2차 텔레비전 토론 사회 분야 ‘기후 위기’ 주제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대목 곳곳에서도 환경운동에 대한 적대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2002년 천성산 도롱뇽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터널이 생기면 도롱뇽이 피해를 입는다면서 어느 스님이 단식 농성을 하시는 바람에 시공업체는 140억 가까운 피해를 봤습니다. 고속철 개통은 1년 넘게 지연됐습니다.” 이에 대해 JTBC는 ‘대선 TV토론 실시간 팩트체크’를 통해 맞는지 여부를 검증한 결과라며 이렇게 보도했다. “지율 스님은 2003년부터 KTX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단식을 했고 이 때문에 공사가 189일간 중단됐으며 시공업..
둠벙 만들기-무너지지 않도록, 물이 잘 모이도록 고성 둠벙 시말기③-2 12. 바깥이 높고 안쪽이 낮도록 흙을 충분히 파냈으면 이제 돌로 벽을 쌓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크고작은 돌도 충분히 모아놓았습니다. 용도에 맞추어 적당하게 차례대로 쓸 수 있도록 큰 돌과 작은 돌, 반듯하게 생긴 돌과 그렇지 않은 돌을 먼저 분류부터 잘 해놓아야 합니다. 큰 돌은 지접돌(받침돌)로 쓰고 작은 돌은 적심돌(돌을 쌓을 때 안쪽에 심으로 박는 돌)로 씁니다. 둠벙 바닥에는 돌을 깔지 않습니다. 대신 가장자리에 돌아가면서 크고 납작하고 반듯한 돌을 놓습니다. 이것을 지접돌이라 하는데 주춧돌 역할을 합니다. 가로세로 한 자 정도는 되어야 했는데 가져온 돌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썼습니다. 지접돌을 놓는 바닥은 무르지 않고 단단해야 했습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오래도록 ..
둠벙 만들기-여섯이서 이레는 일해야 고성 둠벙 시말기③-1 9. 물이 고이는 자리 찾기 둠벙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기한 느낌이 듭니다. 물이 나는 자리는 어떻게 알았을까? 크고 작은 돌을 어떻게 쌓았기에 저토록 촘촘하고 튼튼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생겨납니다. 사람이 다른 도움 없이 저렇게 깊이 파려면 얼마나 힘이 많이 들었을까? 논에는 돌이 없는데 어디서 얼마나 가져와야 했을까?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거지요. 둠벙을 만들려면 먼저 물이 나올 만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농사짓는 어른들이 여럿이 나가서 둘러보고 경험과 감각으로 찾아냈습니다. 이런 물길을 잘 찾는 사람이 마을마다 한두 분씩 있었습니다. 연세도 지긋하시고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었습니다. 같은 논이라도 마른 데도 있고 물이 가피서 지질한(물기가 많아서 조..
나무와 나라의 공통점 창원 대산면 북부리 팽나무.우영우 팽나무로 더 많이 알려진 당산나무.2022년 8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끝나자 드라마 속에서 전개된 스토리 그대로곧바로 두 달만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엄청난 노거수. 며칠 전 이 당산나무를 찾아가 우러러 뵈었다.그 아래로 스며들어 알현하는 도중에 이런 생각이 퍼뜩 스쳐 지나갔다. 당산나무는 나라와 같다. 당산나무는 모두를 거두어들인다. 얼핏 보기는 사람만 거두는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벌과 나비, 새도 거두고 벌레와 곤충도 거두고 보드라운 풀들이나 작은 다른 나무들도 거둔다.흙과 공기와 물은 여기서 흐름과 숨통을 얻으며 사람이 아닌 다른 네발짐승들도 여기서 쉬었다 간다.마을 공동체의 생태계가 건강하고 풍성한 것은 바로 그 덕분이다. 나라도 모두를 거두어들인다. ..
거제 공곶이가 아름다운 진짜 이유 1. 언제나 푸근하고 따스한 공간 며칠 전 거제 공곶이에 다녀왔다. 공곶이는 언제나 푸근하고 따스하다. 거기 가서 동백이나 수선화를 보면 절로 그런 마음이 든다. 바다를 보아도 마찬가지 느낌이 든다. 멀리서 물끄러미 내려다보아도 그러하고 가까이 다가가 몽돌을 발아래 두고 걸으며 쳐다보아도 그러하다. 아침에 해가 떠서 저녁에 해가 질 때까지 한 번도 그늘이 들지 않아 언제나 볕바라기를 해도 될 정도로 양지바른 지대라 더욱 그런 것 같다. 바로 앞에 손에 잡힐 듯 떠 있는 내도와 외도는 바깥에서 밀려드는 파도를 막아주어 잔잔한 바다를 더욱 잔잔하게 만든다. 그래서 위로 올라가 아래로 훑어내리면서 동백숲을 가로지르고 수선화가 이어지는 오솔길을 걸은 다음 밝고 환한 햇살 아래 바닷가를 따라 숲속길을 걸어서 돌아..
양산 통도사 반야암 배롱나무 배롱나무의 계절이 돌아왔다. 옛날에는 좋은 꽃 보려면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했는데지금은 눈만 돌리면멋진 배롱 꽃이 천지에 널려 있다.이제부터 9월까지는눈이 호강할 차례다. 그나저나 정말 보기 좋은 것은겨울 배롱나무가 으뜸이지.꽃도 내려놓고잎도 털어내고껍질도 한 꺼풀 벗어 던지고볕 바른 자리에 뿌리를 박은 채더 이상 버릴 것 없는 자태로북풍한설을 올라타 너울대는가뿐한 부드러움이 참 좋더라. 그래서 나는배롱나무 앞에 서면늘 루저가 되고 만다.옛날 성현께서는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셨다. ## 2024년 7월 31일
창녕 우포늪 할배나무 우포늪 좀 아는 이라면 모두 사랑하는 자리사지포제방 옆 언덕 위의 팽나무.연세가 이백오십은 넘었으리라 짐작되지만키는 저렇게 조그맣다. 여기서 바라보는 맞은편 대대(大垈)마을은 토종말로 한터라 했다.더러는 대대라고도 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팔할은 한터였다. 우리 할부지는 그 한터에서 나고 자라팔십 평생을 농사지으며 사셨다.‘훤주’라는 내 이름은 당신께서 친히 지으신 것인데도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늘 “훈주야”, “훈주야” 하셨다. 막내손주였던 덕분에 나는 다른 형제들처럼 방구들 미지근한 건넌방이 아니라소여물을 끓여 아랫목이 따끈따끈한 사랑방에서 할부지 곁에 누워 안온하게 잠들 수 있었다.당신 등에 업혀 폴짝거리는 개구리를 내려보며 “저게 뭐냐?” 물었던 적도 있고 가물대는 호롱불을 앞에 두고 당신 품에 안..
1945년 만들어진 미제 군용 수통 미제 군용 수통을 재수 좋게 득템했다. 잘 아는 어떤 사람 집에 갔다가 버리려 하기에 그럴 거면 달라고 해서 갖게 되었다. 집에 와 펼쳐 보니 거의 완전한 상태였다. 수통 몸통과 뚜껑을 잇는 고리만 조금 다쳐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멀쩡했다. 싸개는 솜을 두툼하게 저며서 넣어 놓았다. 보온과 보냉을 위해서이겠지. 수통 받침은 물잔인데 손잡이도 달려 있다. 바닥에는 ‘U. S. / S. M. CO. / 1945’ 음각이 새겨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몰라도 1950년 한국전쟁에는 참전했음이 분명하지 싶다. 가져와서는 한참을 씻었다. 처음 두세 차례는 물이 시커멓다가 조금씩 옅은 국방색이 비치더니 끝에는 아주 옅은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친구에게 여기 물을 담아 마실 거라 했더니 “그 더러운 데에 어떻게?”..
사천에서 우연히 얻어걸린 맛집 으뜸국수 사천에 가니까 ‘으뜸국수’가 있더라. 알고 찾아간 게 아니라 남해 출장 갔다 돌아오는 길에 보이기에 ‘배나 채우자’ 하고 들렀는데 뜻밖에 괜찮더라. 나름 깔끔하고 개성이 있는데다 맛까지 훌륭하더라. 가격이 비싸지 않았는데도 재료는 모두 국산을 쓰더라. 콩국수를 주문했는데 반찬으로 깍두기가 나왔다. 여름에는 무 김치가 맛있기 어렵다. 그런데 이 집은 어떻게 양념을 해서 버무렸는지 물기도 촉촉하고 씹는 맛도 나쁘지 않고 간도 세지 않고 적당했다. 반찬을 보면 나머지도 충분히 짐작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집이 그랬다. 콩국물은 검은콩을 갈았는지 거무스레했고 입안에 고소함을 끼치면서 풍성한 느낌을 주었다. 면발도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했으며 덤으로 땅콩가루가 올려져 씹는 식감을 더해 주었다. 내친김에 유부초밥도 ..
통영 해맑은생선구이에서 받은 상차림 海맑은 생선구이는 통영 서호시장 옆 통영항여객선터미널 건너편에 있다. 이미 맛집으로 널리 알려진 곳인데 이번에 작정하고 찾아가 먹어보았다. 말 그대로 훌륭했다. 통영에 가서 생선구이를 먹는다면 여기가 딱이다. 1. 보기 드문 생선이다 보통 생선구이 집에 가면 고등어나 갈치가 기본인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싸고 흔한 생선이다. 맛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푸짐해 보이는 효과를 내려고 그러는 것 같다. 이 집은 그렇지 않았다. 물어보니 꽃돔과 능성어 그리고 민어조기라 한다. 다들 고급으로 알려져 있거나 보기 드문 생선이다. 특히 꽃돔을 나는 이번에 처음 보았다. 생선은 날마다 종류가 바뀐다고 했다. 그날그날 어판장에 나오는 생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항상 정해진 종류가 아니라 이처럼 날마다 달라지는 것이 나쁘지 ..
통영옻칠미술관의 미덕 1. 푸근하다 위쪽에 있는 통영옻칠미술관 본관은 단층이고 기획전시실은 아래에 있는데 2층짜리다. 뒤로 옆으로 펼쳐지는 산자락에 안겨 있는 형국이다.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에 대해서도 높은 데서 위압적으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슬그머니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2. 비싸지 않다 관람료가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년, 어린이 1500원이다. 20명 이상 단체는 여기서 1인당 500원씩 빼준다. 요즘 이렇게 싼 관람료 흔치 않다. 주차비를 따로 받는 것도 아니다. 3. 붐비지 않는다 알만한 사람만 아는 장소고 찾을만한 사람만 찾아오는 명소다. 물론 10년 전 또는 코로나19 이전과 견주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아진 것은 맞다. 판매용 작품과 소품을 전시하..
공범을 통신 조회만 한 검찰 1.이런 문자메시지가 왔다. 세월에 둔감해 모른 채 있다가 어제에야 휴대폰을 열어보고 알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제1부에서 수사 목적으로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조회했다고 한다. 반부패수사제1부라…… 신학림 위원장을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고 기소한 데가 거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올해 1월 5일 통신사로부터 정보 제공을 받았다고 적혀 있으니 그 관련으로 들여다보았구나 여겨졌다. 2.신학림은 2003년 11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언론노조 위원장을 했다. 나는 그즈음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에서 집행 간부나 지부장을 맡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어진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신학림은 나에게 무슨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지역 신문에서 기자 노릇을 한다면 지역의 역사와 ..
KBS 수신료 분리 고지서를 보면서 1.지금 KBS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하는 방송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가 감싸고 도는 일부 극우 정파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반영하는 국민 배반적 편협 방송이다. 나는 KBS에서 윤석열과 김건희에 대해 비판하는 보도를 본 적이 없다. 그 휘하 행정부의 말도 안 되는 여러 행태를 지적하는 보도도 나는 본 적이 없다. KBS는 나라를 말아먹는 방송까지 하고 있다. 객관적 사실과 역사적 실체에 눈감은 이승만 찬양 동영상 ‘기적의 시작’을 광복절 8월 15일에 맞추어 송출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이런 동영상을 영화관도 아닌 공영방송을 통해 보면서 즐거워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극우적 상상력에 KBS가 침몰했다. 2. 그런데도 윤석열은 이런 KBS를 키워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KBS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