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59) 썸네일형 리스트형 창녕에는 전두환 조상을 기리는 탑비가 세 개 있다 1. 남산호국공원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는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로 유명한 만년교가 있다. 남산호국공원 들머리에 있는데 이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만년교를 지나 안에 들어가면 엉뚱한 시설물들이 나온다. 임진왜란호국충혼탑이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임진왜란화왕산승전도와 전제장군충절사적비도 잇따라 보인다. 처음 찾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한다. 세 가지 시설물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전제 장군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당연하다. 의병 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이렇게 크게 모실 인물은 아니다. 게다가 여기 적혀 있는 내용은 대부분이 가짜뉴스다. 중요한 대목만 추려서 한 번 살펴보겠다. 이 탑비들은 1982년 5월 31일 준공되었다. 2. 영산현감전제장군충절사적비 ①임진왜란 .. 엄마의 키질, 나의 키질 나는 저 키와 체를 경남 창녕 어느 시골마을 허름한 민가에서 보았다. 둘이 생김새는 다르지만 알곡에 섞여 있는 쭉정이나 찌꺼기를 걸러내는 데 쓰인다는 것은 똑같다. 키는 알곡들이 무겁고 가벼운 차이에 따라 내려오는 속도가 다른 원리를 활용해 걸러낸다. 체는 작은 구멍을 기준으로 크고 작은 것을 가려서 걸러낸다. 1. 어렵지 않은 키질 키질은 얼핏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허리를 굽혔다 펴면서 곧게 뻗은 팔을 얼굴 높이까지 올리면, 키에 담겨 있던 것들이 길게 줄줄이 따라 올라간다. 그랬다가는 다시 순서대로 떨어지면서 타다닥 튀는 소리를 낸다. 검불이나 지푸라기 같은 것들이나 가벼운 쭉정이는 하늘하늘 내려오다가 흩어진다. 아니면 스쳐지나는 바람에 쓸려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마른 흙냄새가 풍겨온다. 2. 엄.. 사라져가는 것들-흙돌담 헛간과 들깨 깻단 오랜 세월 쌓인 진흙이 굳어져 만들어진 이암(泥巖)과 굳어지지 않고 동네 개울가에 있던 진흙을 이개어서 담을 두른 헛간. 아래깨에 깻단을 걸쳐 말리고 있는데 들깨의 그 꼬신내가 여기까지 진동을 한다. 경남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 대대길 157-3 가을 바다 지난해 10월 어느날이었다. 비가 내릴 것 같았는데 실제로 내리지는 않았다. 날씨가 쌀쌀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쌀쌀하지는 않았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정훈희 김태화 꽃밭에서'에서 내려다본 그 앞바다. 함안의 정겨운 카페 다희 찻잔에서 헤엄치는 금붕어 한 마리. 며칠 전 이 친구를 보았을 때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시가 떠올랐다.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시인 이장희가 어쩌고저쩌고~~ 우리나라 모더니즘의 효시가 어떻고저떻고~~ 어쨌든 봄만 고양이인 것이 아닌 것은 틀림이 없다. "가을도 고양이로소이다.“ 쌍화차 예쁘다 맛있다. 가을 햇살이 참 좋다. 나는 연잎차를 마신다. 함안군 함안면 함안초등학교 정문 앞 카페 다희 그럴듯한 둠벙 01 경남 고성군 거류면 화당리 일대 옛날 둠벙이 제대로 남아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적진포해전이 있었던 고성만 끝자락 바닷가에 다닥다닥 들어선 다랑논들이었다. 사진은 둘씩 짝지어 보면 좋다. 하나는 봄이고 하나는 가을이다. 봄 풍경과 가을 경관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 #고성 둠벙은 우리나라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다.(2019년) #이와 더불어 세계관개시설물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2020년) #그런데 들판에 가서 보면 둠벙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때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전봇대다. #논두렁에 전봇대가 있으면 반드시 그 옆에 둠벙이 있다. #둠벙의 물을 양수기로 푸려면 전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태양을 향해 두부를 바친다 1. 나는 태양교 맹신도다 나는 태양을 열렬히 숭배한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유일한 생명의 원천이 바로 이 태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나는 틈만 나면 하늘을 우러러 햇볕 바라기를 하고 그때마다 “아 따사롭구나, 참 좋구나.” 고마운 마음으로 기도를 바친다. 나는 태양교의 맹(猛)신도로서 두부를 제물로 바치기도 한다. 태양께서는 나를 비롯한 여러 신도들과 마찬가지로 물을 참 좋아하신다. 촉촉하게 젖은 물건에서 물기를 남김없이 뽑아가시고 건더기는 우리 신도들더러 먹게끔 남겨 주신다. 2. 나는 태양에게 다른 제물도 바친다 태양에게 바쳐지는 제물은 종류가 다양하다. 콩, 깨, 감, 사과, 고구마, 두부 등은 그대로 맨 하늘에 바치고 무청이나 배추 잎사귀는 그늘을 지운 아래에서 바친다. 그리고 대구·민어·조기.. 서울의 봄 - “노태우는 좋겠다, 잘난 친구 만나서” 11월 30일 낮에 ‘서울의 봄’을 보았다. 과연 잘 만든 영화였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눈에 거슬리거나 긴장을 떨어뜨리는 군더더기도 눈에 띄지 않았다. 반란군 대장 전두환은 비열하지만 카리스마가 있었다. 진압군 대장 이태신은 정의롭고도 의연했다. 이쪽저쪽 굴러다니는 똥별들은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굴하고 무기력했다. 덕분에 흡족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 앞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기에 올라탔다. 뒤이어 많아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도 함께 탔다. 1. ‘잘난 친구 전두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노태우는 좋았겠다. 잘난 친구를 만나서~~” 그러고는 무어라 말을 이으려는데 여자가 손으로 조그맣게 가위 표시를 했다. 남자는 가만히 입을 더 열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영화 .. 이태신의 목도리와 서울의 봄 1. 마지막 장면의 대치 을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났는데도 지워지지 않고 계속 떠오르는 모습이 하나 있다. 진압군 대장 이태신이 목에 둘렀던 목도리가 그것이다. 반란군 진압을 위해 전차를 끌고 나간 이태신은 경복궁 앞에서 전두환 일당과 대치한다. 1979년 12월 13일 새벽에는 없었던 장면이다. 상황은 이미 반란군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태신은 출동 직전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아내는 낮에 전해준 가방에 목도리가 있으니 춥지 않게 하라고 일러준다. 이태신은 그 목도리를 두르고 마지막 출동을 했다. 2. 빼앗긴 목도리 목도리는 포근한 촉감과 따뜻한 온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아내의 마음은 따뜻하고 부부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은 포근하다. 이태신은 목도리를 두른 채 반란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1.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왜 좀 일찍 읽지 않고 이제 와 손에 들게 되었는지 후회스러웠다. 그랬다면 좀더 열린 자세와 능동적인 태도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과 교섭할 수 있었을 텐데 싶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그렇게까지 여길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일찍 읽었으면 그것대로 재미와 감흥이 더했을 것이다. 하지만 쓴맛 단맛 나름 겪고 예순에 이르러 읽은 덕분에 여러모로 울림이 크고 깊었던 것 같기도 했다. 2.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사와 서술은 멋졌다. 그의 손끝에서 사람과 자연과 세상은 새로운 모습을 얻고 있었다. 한 번씩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훅 치고 들어와 근본을 꿰뚫어버릴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조르바도 말과 행동이 언제나 아름다웠다. 그의 말과 행동에 담겨 있는 생각과 .. 하찮은 것은 무엇이고 귀중한 것은 무엇인가 안동 병산서원 측간은 아름답게 여겨지며 갖은 보호를 받고, 경남 창녕 어느 시골 마을 농가의 측간은 이렇게나 허름하다. 하나는 양반들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민들 것일 뿐인데 문화가 흐르는 맥락과 다양한 역사성이 봉건 양반들이 전유해왔다는 생각은 다만 착각일 따름이다. 하나는 문화재 전문가들이 즐겨 찾고 하나는 그들이 모르는 척 외면했을 따름인데. 관점을 바꾸어라 처지를 뒤집어라. 그들은 거의 전부가 양반의 후예를 자처하며 자랑스러워하지만 실로 대단한 것은 문물과 재화를 몸소 생산해온 평민들이 다시 평민으로 이어지는 숨결 그 맥박의 흐름이다.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일상을 함께해온 이 측간이 병산서원에 있는 그 문물보다 어찌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관점을 바꾸어라 처지를 뒤집어라 무엇이 귀중하고 무엇이 하..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흙돌담 고드름. 귀엽다. 겨울 고구마 말리기-태양교 맹신도의 하루 고구마를 찌고 썰어서 햇볕에 말리고 있다. 이렇게 말린 고구마를 우리는 빼때기라고 했다. 삐딱하게 썰었기 때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어릴 적엔 엄마가 우리를 위하여 고구마를 말렸는데 지금은 내가 나를 위하여 이렇게 하고 있다. 창원에서 둠벙을~~~ 인구 100만의 도시 창원에서, 그것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부터 걸어서 10분 안쪽 거리에서 옛적 모습을 간직한 둠벙을 보았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원계리 284-2. 남아 있어 주어서 반가웠다.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매화나무집 오늘 아침 잠깐 비가 오셨는데 웬 일인지 보름 전 보았던 장독대가 떠올랐다. 2023년 12월 23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매화나무집에 하루 머무르면서 찍은 사진이다. 눈은 이튿날까지 소담스럽게 내렸고 돌아오는 날에는 날이 무척 추웠었다. 지금은 바람에 날리고 비에 씻기어 사라졌을 눈. 매화나무집은 한옥숙박을 한다. 방바닥이 현대식이고 너른 방이 두 개 있고 방바닥이 구들이고 아궁이에서 군불을 때는 옛날식 방도 두 개가 있다. 카페도 하는데 수요일은 휴무. 여기서 묵으면 아침상을 챙겨주는데(무료) 가벼워서 부담이 없다. 아침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도 무료로 준다. #주인 내외 두 분 모두 손님을 살갑게 대하신다. 그러면서 부담스럽지 않도록 헐겁게 거리를 두는 감각도 뛰어나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돌담길 8.. 함안 가야장날 진이식당 가양(家釀) 막걸리 맛난 막걸리 깔끔한 안주 즐겁게 한술 행복한 연말 #주인이 손수 담근 막걸리는 그야말로 진국이다. #제목 '가양(家釀)'에서 '양(釀)'은 술을 빚는다는 뜻이다. #묵은지 신김치는 5분 뒤에 가담했다. #진이식당은 5일마다 열리는 장날에만 문을 연다. #가야장날은 5일과 10일에 열린다. 31일까지 있는 달은 30일에 서지 않고 31일에 선다. #2023년 12월 31일에 썼다. #옛날 다른 블로그에서 진이식당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생전에 노회찬 의원이 찾아가 맛나게 먹은 적이 있다. 진이식당 주인은 지금도 한 번씩 그때를 추억한다. #노회찬이 그립다. 진주 야생 대밭 어제 거닐었던 대밭. 거칠다. 야생의 기운이 살아서 꿈틀댄다. 잘 가꾸어진 관광상품 대숲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흥이 솟구쳤다. 진주시 대곡면 마진리 306-4 근처 남강 제방 너머에 있다. 점빵이 하나 사라졌다-진주시 대곡면 중촌리 점빵의 기억 낡고 허름한 단층 콘크리트 건물이 있던 자리에 새로 지은 주차장이 산뜻하고 깔끔하게 들어서 있었다. 지난 여름만 해도 그대로 있었는데 옆에서 정자나무 구실을 하던 커다란 느티나무가 이태 전 여름 태풍에 꺾일 때도 멀쩡했던 동네 점빵이 그 몇 달 새 없어지고 말았다. 나의 박물관이 하나 사라졌다. 나의 도서관도 함께 사라졌다. 이태에서 다시 이태 전 여름 점빵 안방을 지키던 여주인은 그해 연세가 여든하나였다. 쉰아홉일 때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도시 생활을 접고 여기 들어왔는데 한 해 전에 남편을 앞세웠다고 하셨다. 문을 닫아도 아쉬울 건 없지만 그래도 열어두는 것은 담배와 소주를 찾는 영감님들이 동네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주인마님이 물 끓여 부어주신 컵라면을 후루룩거리며 더불어 내어주신 깍두기와 오이.. 김장하 보유도시 진주 제대로 둘러보기 남성당한약방~진주성~대숲~형평운동기념탑~백촌 강상호 묘역, 그리고…… MBC 다큐멘터리 와 도서출판 피플파워의 책 가 관심을 끌면서 진주·사천을 찾아 선생의 흔적을 더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진주가 시나브로 김장하 보유 도시가 되고 만 것이다. 진주시는 이에 선생의 평생 일터이자 나눔과 베풂의 발상지인 남성당한약방 건물 보존을 결정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선생의 뜻을 따라 개인을 위한 기념관이 아니라 후원문화 정착과 확산을 위한 교육관으로 올해 말 문을 열기로 했다. ◇남성당한약방 = 남성당한약방은 진주시 남강로 677-1 3층 건물이다. 진주성 북문까지 500m 정도 거리가 된다. 김장하 선생이 남긴 자취를 새기는 동시에 진주 본연의 매력도 누리는 ‘김장하 투어’의 출발점으로 안성맞춤이다. 지난.. 이전 1 ···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