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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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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황전과 대웅전 사이 화엄매다. 화려하다. 장엄하다. 압권이다. 대마왕의 흡인력이다. 평일에도 길이 막힌다.
아름답거나 남루하거나 꽃잎의 반복은 아름다움에 이르고 일상의 반복은 남루함을 이룬다. 남루함은 견디는 힘이 위대한 것이고 아름다움은 누리는 힘이 대단한 것이다.
그해 겨울 담양의 눈 가장 혹독하게 추웠던 그 날 나와 함께 낮은 데로 임해 주었던 눈 나는 눈을 사랑한다. 내려올 때와 같은 모습으로는 절대 귀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려올 때의 고결한 자태를 버리고 잡물과 뒤섞여 뒹굴다가 형체 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광주청년문화잡지 '귄있진' 우리 사이는 싱거워진 것 같아요 우리 사랑은 며칠이나 남았을까요 당신과의 이별은 오지 않았음 했는데 이제 서로에게 향한 마음 거둬요 싫은 것에 익숙해지지 마시고 요령 있게 잘 피하며 사세요 나이에 어울리는 것보단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하며 살고요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 되어줘 고마웠어요 별일 없는 매일의 안부를 물어줘 고마웠어요 우리 둘만의 영화는 엔딩크레딧 오르고 혹시라도 쿠키영상 기대 마요 괜한 미련 갖지 말고 탈탈 털어버려요 우리 두 사람에겐 속편이 없어요 싫은 것에 익숙해지지 마시고 요령 있게 잘 피하며 사세요 나이에 어울리는 것보단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하며 살고요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 되어줘 고마웠어요 별일 없는 매일의 안부를 물어줘 고마웠어요 행복하시라 전했으니 나는 이걸로 됐어요 우린 이..
손혜원 똘끼는 어디까지 갈까? 보름쯤 전에 전라도 목포 옛 도심 거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잘 보이네’의 성우제 작가와 함께였다. 먼저 ‘창성장’에 들렀다가 문이 잠겨 있기에 ‘손소영갤러리앤카페’를 찾았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소품도 하나 장만했는데 둘 다 괜찮았다. 이 두 곳은 2019년 초입에 신문 방송이 떠들썩하게 들끓었던 손혜원 당시 국회의원의 조카들이 운영하고 있는 가게들이다. 옛 도심 거리는 지금이나 4년 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더 가꿔져 있고 조금 더 차분해져 있는 것이 달랐다. 1. 조선일보류는 투기라 했고 그때 신문 방송들은 손혜원 의원이 투기를 위해 알박기 차원에서 조카들 이름으로 건물을 구입했다는 식으로 연일 보도해댔다. 보통 사람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목포시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5월 광주'의 상징이 조선일보에 광고한 사연 1. '전일빌딩245'의 광고를 조선일보에서 보았다. 2023년 8월 8일자였다. 80년 당시 항쟁의 중심이었고 지금 '5월 광주'의 으뜸 상징이 되어 있는 장소가 전일빌딩이다. 전두환 반란군에 맞서는 광주 항쟁의 발원지 가운데 하나였다. 전일빌딩이 '전일빌딩245'로 이름을 바꾼 까닭은 당시 반란군의 헬기 사격 총탄 자국 245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정당한 시민들의 저항과 무도한 반란군의 진압이 이 하나에 응축돼 있다.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245개 탄흔이 가장 명확한 증거이다. 탄흔을 지속 가능하게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5·18민주화운동을 후대에 온몸으로 알리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전일빌딩245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숫자 245를 크게 넣고 4의 가운데를 둥글게 ..
능소화 붉은 기운이 흙돌담장까지 능소화는 울 위에 폈고 봉선화는 울 밑에 섰다. 나는 왠지 울 밑에 더 눈이 갔다. # 2023년 8월 28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에서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흙돌담 고드름. 귀엽다.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매화나무집 오늘 아침 잠깐 비가 오셨는데 웬 일인지 보름 전 보았던 장독대가 떠올랐다. 2023년 12월 23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매화나무집에 하루 머무르면서 찍은 사진이다. 눈은 이튿날까지 소담스럽게 내렸고 돌아오는 날에는 날이 무척 추웠었다. 지금은 바람에 날리고 비에 씻기어 사라졌을 눈. 매화나무집은 한옥숙박을 한다. 방바닥이 현대식이고 너른 방이 두 개 있고 방바닥이 구들이고 아궁이에서 군불을 때는 옛날식 방도 두 개가 있다. 카페도 하는데 수요일은 휴무. 여기서 묵으면 아침상을 챙겨주는데(무료) 가벼워서 부담이 없다. 아침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도 무료로 준다. #주인 내외 두 분 모두 손님을 살갑게 대하신다. 그러면서 부담스럽지 않도록 헐겁게 거리를 두는 감각도 뛰어나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돌담길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