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14) 썸네일형 리스트형 바다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1. 제주 표선 해안 방파제에서 지난해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표선 어느 방파제에서 쓰레기를 주운 적이 있다. 친구는 낚시질을 했고 나는 그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바라보는 방파제는 나름대로 청소가 되어 있어서 깔끔했다. 처음부터 쓰레기를 치울 생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눈에 거슬리는 물건이 방파제에 널브러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여다본 방파제 아래쪽 바위 틈새에 여기저기 곳곳에 쓰레기가 박혀 있었다. 페트병, 유리병, 알루미늄캔, 밧줄, 낚싯바늘과 낚싯줄, 스티로폼 부이, 플라스틱 부이, 철재 닻 등이 손에 잡혔다. 슬리퍼와 운동화 같은 신발도 있고 팬티, 티셔츠, 반바지 같은 옷가지도 있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일이 커져 있었다. 희고 검은 비닐봉지도 .. 통영 이순신공원의 햇살과 바람 통영 다녀왔다. 이순신 장군이 좋아서이순신공원에 갔다. 이순신 장군 말고도좋은 것이 많았다. 바다가 좋았다.햇살이 좋았다.바람도 좋았다.구름은 더 좋았다. 복잡한 머릿속을바람으로 씻어서햇볕에 말렸더니나도 참 좋았다. ## 2024년 9월 24일 작성한 내용입니다. 함박산 함박꽃 함박공원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 가면 함박산이 있다. 옛날에는 걸어서 한참을 올라가야 했지만 지금은 약수터가 있는 데까지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다. 그 약수터 아래 도로 양쪽으로 함박꽃이 활짝 피어 있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 바로 낙동강 너머 경남 함안군 칠서면 강나루 생태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칠서 청보리작약축제'에는 견줄 바도 못 될 정도로 조그맣다. 칠서 그 축제에 가면 시원한 눈맛이 대단하고 또 축제 기간에는 여러 음식점과 물건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는데 여기 영산은 그렇게 할 만한 규모가 아니다. 잠깐 짬을 내어 둘러보고 일행끼리 사진 몇 맞 찍고 가기 좋은 장소다. 넓게 탁 트인 광활한 맛은 없지만 오밀조밀 밀집되어 집중되는 그런 느.. 고성 둠벙 시말기① 논의 생명줄, 둠벙 어쩌다 보니 지난 2023년에 경남 고성의 둠벙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주어졌습니다. 저는 이 둠벙이 소중한 자연·문화·역사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하게 기록을 남기려고 했습니다. 고성에 남은 전체 500개 남짓 둠벙 가운데 200곳 넘게 찾아가 보았고 현지 농민 어르신들도 20명 남짓 뵙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결과로 그 해 12월 고성군을 발행처로 해서 둠벙의 기억> 책자가 나왔지만 비매품이라 유통도 되지 않고 인터넷에 등재도 되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종이책을 볼 수 있는 몇몇을 빼고는 아무도 모르기가 십상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슬로우뉴스> 제작진에 연재를 부탁했더니 선뜻 받아주었습니다. 1. 둠벙이란? 둠벙이란 .. 80년 5월 광주, 나는 '소년이 온다'를 읽을 수 없다 나는 80년 5월 광주를 3년 뒤인 1983년에야 알게 되었다. 윤석열 일당의 내란이 실시간 중계되는 지금은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그때는 그랬다. 광주를 입에 올렸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그렇게 사라지면 으슥한 저수지나 깊은 산골에서 시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렇게 알게 된 광주는 끔찍했다. 무리 지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 피가 엉겨 붙고 살갗이 이겨진 채 아래턱이 떨어져 나간 얼굴, 칼로 도려내진 젖가슴, 수레에 시신을 싣고 부르짖는 사람들……. 다른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날 이후 인생이 바뀌었다. 광주 관련이면 얇은 팸플릿이든 조각 사진이든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갖고만 있어도 구속감이었던 그것들을 자취방이나 수풀 속에 숨어서 읽고 보았다. 광주에 관한 최초의 합법 .. 통영 명촌식당은 가서 안 먹으면 손해다 생선구이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이 통영에 간다면 명촌식당은 반드시 들러야 한다. 가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다. 제대로 구워낸 생선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싼값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나은 생선구이를 나는 여태 본 적이 없다. 1. 기름기 없이 담백하다 생선구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생선튀김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기름을 잔뜩 두른 프라이팬에서 튀겨낸다. 프라이팬에서 튀겼다가 그릴로 구워내는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여간해서는 이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명촌식당은 그렇지 않았다. 차려져 나오는 품을 보니 100% 그릴로 구워낸 것이었다. 저렇게 두툼한 생선을 그릴로 구우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텐데 싶었다. 표면은 물론 속에서까지 기름기가 빠져나갔는지 아주 담백했다. 100% 그릴로 생선구이를 하는 식당은 .. 창원 팔룡동 공구상가 사람들 1. 육체노동은 고달프다 올들어 6월부터 주로 육체노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어쭙잖은 노동이지만 덥고 따가운 한낮 햇볕을 감당하는 일이 버거워 아침과 저녁에 주로 몸을 놀리고 있다. 보통 육체노동을 두고 3D라는 말을 썼다. difficult하고 dangerous하고 dirty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3D업종이라는 말이 좀더 다양한 의미와 용도로 변용되지만 1980년대 말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는 주로 몸을 써서 일하는 직종을 콕 집어 가리키는 것이었다. 지난 석 달 동안 실제로 몸을 써서 일해 보니 그 어려움·위험함·더러움이 온몸으로 실감이 되었다. 왼쪽 손목은 삐었고 오른쪽 발등은 쇳덩이에 찍혔다. 팔뚝과 종아리는 성한 데 없이 여기저기 긁혔다. 가슴팍과 허벅지 곳곳에는 언제 들었는지 모르는 시퍼런.. 통제영 세병관에 담긴 전쟁과 평화 1. 통영의 삼도수군통제영 경남 통영에 가면 통제영이 있다. 조선시대 경상·전라·충청 삼도의 수군을 총괄했던 으뜸 병영으로 요즘의 해군본부에 해당된다. 이순신 장군 사후인 1604년에 조영되기 시작했지만 충무공의 호국정신은 여기서도 살아 꿈틀거린다. 통제영 한가운데에 세병관(洗兵館)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목조건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에 걸맞게 역대 통제사들이 중요한 의전과 행사를 주관하면서 삼도 수군을 호령했던 중심 건물이다. 2. 통제영에 적혀 있는 세병·괘궁·지과 세병관에서 ‘세병(洗兵)’은 병장기를 씻는다는 말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 피로 물든 창칼을 깨끗이 닦아 넣어두고 다시 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통제영에는 만하루(挽河樓)도 있었는데 병장기.. 남해 다랭이마을 암수바위의 오묘함 1. 잘생겼다 가서 보면 정말 잘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 천연(天然)스레 만들어냈는데 어쩌면 저토록 그럴듯하게 자아냈을까 싶은 경탄이 앞선다. 천연 그대로일 따름이라 그런지 어디도 걸리적거리는 구석이 없다. 하늘 아래 하나도 가리거나 숨기지 않은 채로 주변 경관과도 썩 잘 어울린다. 그런 덕분인지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인간이 죄를 모르던 시절도 있었을 것 같고 천둥벌거숭이로 몸을 가리지 않고 원죄 없이 그냥 지냈던 세월도 막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물론 실제로는 없었을 것이다.2. 인공도 나쁘지 않다 이번에 느낀 두 번째는, 나는 인공이 좋지 않다는 편견이 심한 편인데도 때로는 그것이 적당하면 나쁘지 않을 뿐 아니라 꽤 좋은 역할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하늘을 향해 높고 길게 쭉 뻗.. 합천 영암사지, 세상에서 가장 밝고 멋진 폐사지 나는 이 폐사지에서 이루어지는 평화를 사랑한다. 나는 이 폐사지가 머금고 있는 고요를 사랑한다. 나는 이 폐사지를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를 사랑한다. 이 느티나무 노거수는 연세가 600년을 넘기셨다. 1592년 일어난 임진왜란을 목도한 어르신이다. 진짜 삿갓배미를 보았다 두 달 전 8월에 삿갓배미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 창원 마산합포구 두릉마을에서 영락없는 삿갓배미 논을 보아서 한껏 기분이 좋아진 뒤끝이었다. 그러다가 이번 10월에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에 갔다가 진짜 삿갓배미를 보았다. 그 전에도 자주 다녔는데 그때는 왜 눈에 띄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에 견주면 앞서 마산에서 내가 보았던 삿갓배미는 그야말로 운동장이었다. 물론 친애하는 페북 절친 이수완님이 중국 귀주에서 보았던 산갓배미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이수완님은 거기서 벼 열일곱 포기밖에 심기지 않은 논을 보았다고 하셨다. 그래도 크게 미치지 못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옆에 길을 내면서 조금 잡아 먹힌 듯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현존 삿갓배미 가운데는 으뜸이지 않나 싶었.. 5월 황매산 철쭉꽃 5월 7일 아는 사람 몇몇과 함께 합천 황매산을 찾았다. 철쭉이 천지에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황매산은 이른바 접근성이 좋다. 해발 850~900m 고지까지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다. 내리면 바로 지척에서 꽃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혀 가파르지 않아서 여기저기 옮겨다니기도 좋다. 나이가 일흔이 넘었거나 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을 위해서는 '나눔카트'도 마련되어 있다. 다른 멋진 산들도 마찬가지지만 황매산은 사시사철 다 좋다. 여름에 가면 이렇고 가을에 가면 이렇고 겨울에 가면 이렇다. 조선시대 가상 적국은 일본일까 오랑캐일까 1. 통제영에 수항루가 있었던 까닭은 경남 통영의 통제영에 가면 수항루(受降樓)라는 건물이 있다. 2층짜리 누각인데 국보로 지정된 세병관의 압도적인 규모와 명성에 눌려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 정문처럼 쓰이는 망일루(望日累)의 오른쪽에 놓여있다. 원래 수항루는 통제영 앞쪽 강구안 병선마당에서 정문 노릇을 하는 누각이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헐리고 말았다. 1988년 원래 자리에 복원하려고 했으나 이미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어서 통제영 경내로 자리를 옮겨 세웠다. 헐리기 전의 수항루는 전후좌우로 열네 채의 건물을 거느린 병선마당의 중심 건물이었다. 당시 선소(船所)라 했던 병선마당 앞쪽 남쪽 바다 일대에는 거북선·전선·별선·방선·병선·사후선(伺候船) 등 마흔 척 가까운 싸움배가 매여져 있었다. 2.. ‘압수수색’을 보며 세 번 울컥한 사연 1. 별 기대 없이 보러 갔다 압수수색 : 내란의 시작>이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재미가 있을 것 같다거나 잘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다만 민주주의를 위하여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응원할 수 있다면 족하다는 심정이었다. 입장권을 예매하려고 살폈더니 마산에서는 두 군데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토요일만 한 차례 하는 데와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한 차례 하는 데가 한 군데씩이었다. 그것도 오전 11시 30분 점심때와 겹쳐 가장 사람이 적은 시간대였다. 예매한 숫자는 예상대로 전체 좌석은 60개인데 고작 4명이었다. 넷이 모인 단톡방에 글을 올렸더니 한 명이 더해졌다. 2. 뜻밖에 보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는 일찌감치 뒤쪽 높직한 데 자리 .. 한 달에 200 버는 친구가 한꺼번에 책 10권을 산 이야기 조금 전에 카톡으로 이런 이미지가 들어왔다. 대충 잘 알고 지내는 친구가 아무런 설명 없이 보낸 것이었다. 나는 그 친구를 진짜 대충 잘 아는데 이미지를 보자마자 그 친구가 왜 보냈는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그 친구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같은 SNS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페이스북도 하고 블로그도 하는 나에게 보내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도 하는구나’ 하고 알려주기를 바라는 모양이라고 짐작했다. 물론 자기 이름이 드러나는 것은 싫어하겠지만. 나는 그 친구의 벌이를 잘 안다. 조그만 아파트에서 식구들과 함께 살면서 한 달에 200만 원 안팎을 벌어 생계를 꾸려간다. 그밖에 별다른 가외 수입도 없는 처지이니 그가 사는 삶은 우리가 대충 짐작하는 그런 울타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이렇게 .. 윤슬 윤슬 햇빛이 비쳐서 반짝이는 잔 물결.바라만 보아도 따뜻하고 환해진다. 일상의 평온을 해치는 내란 세력의 준동이 멈추지 않고 있다. 나는 나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국민의힘과 윤석열 일당의 내란 진압을 있는 힘껏 돕고 함께할 것이다. 2025년 4월 30일 거제 공곶이에서 봄날의 동판은 마법의 세계 버드나무는 우거졌어도 부담스럽지 않고조용한 물그림자가 하늘하늘 비치고흙은 부드러워 소리를 내지 않으며억새들은 바람을 머금고 세대교체 중이다. 이런 가운데 들어가 잠깐 거닐면 어느새 마음이 가벼워지고나도 몰래 머리까지 맑아지는 곳. 동판저수지는 주남저수지의 일부분이다. 남쪽에 동판 가운데 주남 북쪽에 산남이 있는데, 이 셋을 통틀어 주남저수지라고 한다.창원시 의창구 동읍 월잠리 11-1를 검색해서 찾아가면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잠깐 틈을 내어 2025년 5월 2일 오후에 찾았다. 자드락 산길이 좋은 거제 구조라진성 1. 크지 않고 무너진 데 많은 구조라진성에 올랐다. 윤석열 일당이 벌인 내란의 어두움이 채 가시지 않은 3월 2일이었다. 날씨도 개어 있지 않았고 마음도 그다지 밝지 않았다. 답답한 심정에 바깥바람을 쐬면서 울적한 기분을 털어버리고 싶었다. 거제에서 고현과 옥포를 거치고 장승포와 지세포를 지나 구조라 바닷가에 닿았다. 구조라진성은 아직 별로 알려지지 않아 찾기 어려우려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도로로 나서서 보니 바로 코앞에 구조라진성이 있었다. 구조라진성은 크지 않다. 옛날 건물도 남아 있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추어져 있다. 들어선 위치와 지형도 그럴듯하다. 옛날에는 망을 보고 지키기 좋은 형세였겠는데 지금은 그게 탁월한 경관을 손쉽게 누리게 해주고 있었다. 2. 소슬한 산길 따라 누리는.. 함안 악양루 해넘이 말이 필요 없다. 악양루는 함안천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다. 강물도 풍성하고경관도 풍성하다. 들판은 악양루에서 바라보이는 악양둑방 바깥쪽 둔치인데100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건너려면 배를 타지 않으면 안 되는,온통 강물이 넘실대는 한편으로군데군데 수풀이 자라는 저습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지대였다. 처녀뱃사공노래비 쪽에서 들어가도 괜찮지만악양생태공원으로 해서 들어가는 편이 더 낫더라. 봄날의 함안 말이산고분군 4월 25일 함안박물관에서 '가야 토기 생산의 중심, 함안 아라가야 토기'를 일관된 주제로 삼는, 첫 번째 강의 '가야 도질 토기의 기원'(이성주 경북대교수)이 있었다. 9월까지 모두 여섯 차례 마지막 금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함안박물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다. 나는 제사보다 젯밥에 마음이 더 많이 가 있어서 강의는 말석에 앉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저 환한 말이산고분군에 들어가 따사로운 봄날 오후를 누렸다. 햇살과 곡선과 그늘과 풀빛과 바람이 하나같이 좋았다.윤석열 내란이 진압되지 않고 파면조차 되지 않았을 때는 이렇게 나와 놀아도 노는 것이 아니었다.오히려 현실에 송구해서 마음이 무거웠었다.봄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도 민주주의의 적은 확실하게 처단해야 한다. 14] 홍현마을 복멩이덤벙·백년송과 벼락 맞은 바위 홍현마을에 가면 작지만 제법 그럴듯한 폭포가 하나 있다. 홍현마을의 숨은 명물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을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가로지르는 개울(남면 홍현리 73-2 밭 옆)에 있는 복멩이덤벙이 그것이다. 70도 정도로 기울어진 폭포 바로 밑에 작은 물웅덩이가 패여 만들어져 있다. 그 덤벙에서 목욕을 하면 복을 받는다고 해서 복멩이덤벙이다. 아주 옛날에 저 덤벙에 이무기가 살고 있었는데 용이 되려면 여자와 함께 승천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때 마을에는 착하고 금슬 좋은 해녀와 농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슬하에 자식이 없어 늘 소흘산(설흘산의 옛 이름)에 가서 치성(致誠)을 드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무기가 나타나서 착하고 예쁜 해녀를 낚아채고는 한길 옆에 있는 큰 바위에서 하늘로 올라가려고 했.. 학교 들머리에 내걸린 플래카드 1.며칠 전 창녕 성산중학교 학생들이랑 역사문화탐방을 진행하려고 찾아갔다가 학교 진입로에 이런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모두 네 차례 놀랐다. 첫 번째는 저런 플래카드가 중학교 학생들 보라고 걸려 있다는 자체에 놀랐고 두 번째는 4.3제주항쟁, 4.16 세월호 참사, 4.19혁명을 다루는 계기 수업을 한다-할 수 있다고 해서 놀랐다. 세 번째는 이런 플래카드를 내거는 것을 선생님들이 당연하게 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세 가지 문안 가운데 투표를 해서 이렇게 정했다고 해서 놀랐다. 2.마지막 네 번째는 이런 내용이 모두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우는 정식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해서 놀랐다. 1970년 중반 1980년 초반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4.3은 폭동이고 4.19는 의거였다. 또 정부 .. 13] 다랭이마을의 숨은 명물 남해 다랭이마을은 다랑논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마음 이름도 가천에서 다랭이로 고쳐 지었을 정도인데 지금 국가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암수바위가 유명한데 모두 가공이 더해지지 않은 자연석이다. 암바위는 아이를 밴 만삭 여자가 비스듬히 누워 있고(길이 3.9m) 숫바위는 남자 성기 모양으로 곧게 서 있으며(높이 5.8m) 그 아래에는 한가운데 금이 가서 갈라진 둥글넓적한 바위가 놓여 있다. 다랭이마을에는 이밖에 제대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깊은 유물도 있고 지난 시대의 집단 정서 또는 집단 기억과 관련된 소재도 있다. 마을 가운데 고인돌, 마을 들머리 깨동나무, 마을 앞 바깥바다 소치섬이 그것이다. 1. 고인돌 마을 주택가 사이 해바라기맛집(남면로679번길 17-21) 옆에 바다.. 12] 멸치잡이 지휘하던 현란한 꽃춤 --다랭이마을 망수꾼 김채완 해마다 봄이 되면 남해 바다에는 멸치 떼가 나타나 무리 지어 다닌다. 이걸 잡는 멸치잡이배를 육지에서 총지휘하는 사람을 망수, 망수꾼이라 했다. 멸치 떼의 흐름을 잘 보는 눈 밝은 망수꾼이 깃발을 흔들어 육지 언덕에서 신호를 한다. 김채완이라는 뛰어난 망수꾼이 있었는데 멸치잡이 사람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줄을 설 정도였다. 마을이나 남해에서뿐만 아니라 경남 일원에서 남해 바다 전체에서 그랬다. 60~70년대 한창 활동할 때 40대였는데 일찍 요절하셨다. 지금도 망수꾼 김채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멸치잡이배가 바다에서 멸치 잡으려고 두 척이 벌려 서서 한가운데에 그물을 치고 있으면 망수꾼은 육지에서 딱 그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선다. 그러고는 멸치 떼 움직이는 것을 .. 11] 앵강만 열세 마을 중 절반이 마을숲 앵강만에는 마을숲이 많다. 밀집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랭이마을·홍현·숙호·월포·두곡·용소·화계·신전·원천·벽련·두모·소량·대량 등 모두 열세 개 마을 가운데 절반가량인 홍현·숙호·월포·두곡·신전·원천 등 여섯 개 마을에 마을숲이 있다. 바닷가 마을숲은 사람을 위해 거센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고 물고기를 위해서는 식물성·동물성 플랑크톤 등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것은 사람과 물고기 모두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풍치와 경관이 뛰어나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푸근한 위로를 안겨주는 안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홍현마을숲 대략 250년 전쯤에 해마다 두세 차례 어김없이 닥쳐오는 태풍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루었다. 남자들은 바지게에 여자들은 소쿠리.. 10] 주상절리와 관입용암 1. 오랜 옛날 화산 활동의 산물 오랜 옛날에 지구가 화산 활동을 하면서 일어난 지각 변동의 산물 가운데 주상절리(柱狀節理)와 관입용암(貫入鎔巖)이 있다. 주상절리는 바다 아래에서 솟구친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갑자기 식어 틈이 갈라지면서 육각 기둥 모양으로 굳은 바위이고 관입용암은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용암이 기왕에 있던 바위를 녹이면서 뚫고 들어간 것을 가리킨다. 관입용암은 벽련마을에서 노도를 거쳐 소량·대량마을에 이르는 바닷가 갯바위 곳곳에 V와 W 또는 L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 주상절리는 대량마을을 지나 상주은모래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 곳곳에 절벽으로 솟아 있거나 바닥을 이루고 있다. 2. 관광자원으로 손색없는 빼어난 경관 주변 기암괴석을 둘러싸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주상절리와 관입용.. 문형배 이야기 번외-경남도민일보 1. 문형배의 퇴임사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4월 18일 퇴임했다. 퇴임식 영상을 찾아서 돌려보았더니 “‘저에 관하여 가장 많은 글을 쓰고 저에 대하여 저 자신보다 더 많이 기억하는 김훤주 선생’을 비롯해 보이는 곳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핫하고 주목도 많이 받는 인물이 그것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호명해주니 무척 고맙고 즐겁고 영광스럽기까지 하다. 덕분에 멀리 카자흐스탄과 캐나다에서까지 카톡이 날아왔고 문형배한테 돌아가야 마땅한 고맙다는 말도 여러 군데에서 덤으로 들었다. 2. 나는 이미 다 누렸다더불어 ‘미디어오늘’은 ‘문형배가 퇴임사에서 언급한 기자’라며 기사를 냈다. MBC에서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모.. 9] 고성보다 많은 남해의 덤벙 1. 크지 않은 앵강만의 덤벙 경남에서도 내륙으로 들어가면 둠벙이라 하는데 남해에서는 고성과 마찬가지로 덤벙이라 했다. 개울이 여울지면서 파여 생긴 물웅덩이도 덤벙이지만 논 안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 파서 만든 물웅덩이가 진짜 덤벙이다. 원형 또는 타원형이 대부분으로 논농사를 지을 때 물을 가두고 모으는 역할을 했다. 축대를 주변에 있는 돌을 모아 쌓아올린 것은 다른 지역 덤벙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크기는 다른 지역보다 대체로 작은 편이었다. 너비가 한 길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가 많았고 더 커도 대부분 두어 길 안팎에 그쳤다. 다랭이마을은 주로 산비탈을 타고 흐르는 개울물을 논에 댔기 때문에 덤벙 덕을 크게 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더 조사해 봐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겠지만 홍현·대량·소.. 8] 남해 앵강만 다랑논과 삿갓배미 1.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겸손 다랑논은 골짜기를 끼고 있는 산지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고 또 돋우어 만들었다. 내륙 산간 지대에 많이 보이지만 하천이 짧고 경사가 심한 바닷가 해안 마을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다. 언덕배기 비탈진 땅을 논으로 만들려면 무엇보다 먼저 수평을 맞추어야 한다. 바위와 돌로 축대를 쌓고 안쪽을 흙으로 채워야 하고 높은 데는 깎아내고 낮은 데는 채워 넣어야 한다. 달구지 같은 것은 들어가지 못하니 맨손과 지게로 나르는 수밖에 없었다. 다랑논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하여 최소한으로 자연을 변형시킨 조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대규모 간척이나 개간과 달리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겸손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장소가 바로 다랑논.. 문형배 이야기 ⑧부채의식 1. 엉덩이가 헤진 교복 바지 문형배가 김장하 장학생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나까지 나서서 그것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떠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2019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낡은 교복과 교과서일망정 물려받을 친척이 있어서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고”라 했던 그 ‘낡은 교복’에 대해 한번 얘기해 볼까 한다. 어느 날 저녁을 겸해 술을 한 잔 하는 자리에서 그는 그 ‘낡은 교복’의 실체를 입에 올린 적이 있다. 중고등학생 때 엉덩이가 헤진 교복 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그게 창피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격한 공감의 웃음이 떠올랐다. 그가 먼저 하지 않았으면 내가 했을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70년대 중·후반에 중고등학교를 다.. 이전 1 2 3 4 5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