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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는요, 사람 하기 나름이에요" 1. 도요오카에서 보았던 일본 고니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9년 전인 2015년 2월이었다. 도요오카시는 멸종됐던 황새를 민관이 힘을 합해 야생에서 복원해낸 일본 으뜸 생태도시로 꼽힌다. 황새를 보러 갔던 그 도시에서 나는 고니도 보았다. 우리는 이른 아침에 주택가를 걸어서 지나가는 중이었다. 아스콘으로 포장된 도로가 깔끔하게 뻗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가 많지 않은 것이 인상 깊었다. 넓지 않은 도로는 전봇대와 동행하면서 2층도 별로 없고 대부분 단층인 주택을 끼고 있었다. 도로 옆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수로도 놓여 있었다. 너비는 1m 정도였고 물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사람이 한 명 쪼그리고 앉아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전방 10..
뜻밖에 괜찮았던 ‘봉쥬르’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쌀쌀한 바람이 부는 며칠 전 오후에 갔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들렀었다. 그런데 공간부터가 따뜻하고 포근했다. 이런 뜻밖이라니. 멍하니 창밖을 보고 책도 읽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한 시간 남짓을 잘 보낼 수 있었다. 1. 무엇보다 공간이 가장 그럴듯하다. 화분이 탁자와 탁자 사이에 화분이 놓여 있다. 잡스럽지 않고 쓸 만한데다 높이도 적당해서 공간 구분을 제대로 해준다. 옆 자리에 사람이 들어와 얘기해도 별로 시끄럽지 않다. 아무래도 화분과 식물이 떠드는 소리를 잡아먹어 주는 모양이다. 바깥에는 따로 공간이 여럿 있었다. 방갈로라고 하는 독립된 그런 데였다. 서너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앉을 정도 크기인데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만 더하면 된다. 2. 커피가 맛있는 것은 기본으로 ..
경남 여행의 동반자 ‘쉽고 재미있는 경남의 숨은 매력’ 2022년 4월에 펴냈는데 타이밍을 깜박 놓치고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야 짧게 홍보를 하려고 합니다. 경남 전역을 18개 시·군으로 구분하여 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을 담았습니다. 해당 지역 사람들도 잘 모르는 내용까지 알뜰하게 챙겼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2013년부터 진행해 온 '우리 고장 사랑 청소년 역사문화 탐방'에 가이드북으로 제공된 책자입니다. 이 책을 들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갔을 때 아이들의 눈은 밝게 빛나며 반짝였고 입은 환하게 웃으며 환성을 질렀습니다. 중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손쉬운 글투로 교과서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고샅고샅 살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어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대단하며 자랑스러운 것이 지역의 역사 문화와 자연임을..
담장 아래 백일홍 어서 피었다 서둘러 지거라 네 번 더 피고 지면 3년 10개월 16일 남은 윤석열 치하 이 세월도 지나가겠지~~~
내 친구 이원만 '산책 간다' 산책 간다는 말은 살아있는 책을 보러 간다는 말 나뭇잎에 햇볕이 쓴 편지 읽으러 간다는 말 궁금한 것 많은 개미를 따라 포플러 한 그루를 줄기에서 가지 끝까지 정독하겠다는 말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밑줄 바쁜 벌레들은 살아있는 느낌표 한 번씩 만나는 뱀은 이것도 보라는 각주 부러진 가지의 붉은 색은 한 번 더 보라는 강조 새들은 이해하기 힘든 문장을 읽어주는 독서 도우미 모기들은 한자리에 앉아서 게으름 피지 말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라는 독서실 감독 내일 읽을 신간을 준비하느라 숲이 서재의 스위치를 끄면 하늘은 더듬더듬 점자책을 펴며 집까지 따라온다. -----'산책 간다', 이원만 이원만은 몇 안 되는 내 영혼의 친구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이번에 등단을 했다고 알려왔다. 고등학교 때 이미 촉망 받는 ..
노배를 보면서 출산 정책을 생각했다 1. 나무로 만들고 넓적한 노를 젓는 노를 저어 움직이는 노배를 보았다. 노도 나무로 만들었고 배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요즘 이런 배 진짜 드물다. 게다가 바닷가 둑방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저만치 바다에서 사람이 노를 젓고 있었다. "찌그덕 찌그덕" 노가 뱃전이랑 마찰하면서 내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맺히면서 정말 보기 드문 '인문 경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러 나온 걸음이 아니고 다른 볼 일이 있었는데도 가던 걸음을 멈춘 까닭이었다. 노를 젓는 분이랑 얘기라도 한 자락 주고받고 싶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사진만 한 장 찍고 금세 자리를 떴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옆에는 자전거를 길가에 세우고 바라보는 다른 한 분이 계셨다. 모자를 벗어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
민가 돌담장 경남 고성 어느 시골 민가의 돌담장. 이런 정도면 성벽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마암면 삼락리 낙정마을 ---2023년 6월 27일
독극물 조선일보의 중앙일보 따라하기 1. 환경단체 때문에 손실 발생했다고? 조선일보가 2023년 6월 28일자 1면과 3면에서 ‘괴담 손실 수조원, 국민이 떠안았다’라는 제목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모르고 보면 아무리 조선일보라도 설마 저런 것까지 거짓말을 하겠나 싶다. “2000년대 초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구간은 환경 단체 등이 천성산 습지(濕地) 및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주장해 6개월간 공사가 지연돼 145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가짜뉴스이고 괴담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2003~04년 이 사안을 취재하고 보도했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2. 당시 상황은 이랬다 문제를 제기한 이는 지율 스님이었다. 그는 당시 양산 내원사에서 산감(山監) 소임을 맡고 있었다. 내원사 소유인 천성산 ..
안동 만휴정이 아쉬운 까닭 경북 안동에 가서 만휴정(晩休亭)을 보았다. 멋진 산수 가운데 바위 계곡 건너편 도도록한 자리에 들어앉아 있었다. 말은 정자라 하지만 다섯 칸 이상도 많은데 만휴정은 조그마해서 고작 세 칸이었다. 500년 전 즈음에 김계행이라는 인물이 서울서 벼슬살이 하다가 늘그막에 돌아와서 노닌 정자다. 1. 쌍청헌에서 만휴정으로 원래는 그의 장인 남상치가 짓고 당호를 쌍청헌(雙淸軒)이라 했는데 사위가 거처하면서 만휴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바뀐 만휴정은 뜻을 바로 알 수 있다. 그 주인의 행적 그대로 늘그막에 쉬는 정자라는 뜻이다. 쌍청헌은 왜 그리 이름붙였을까 싶었는데 둘러보니 까닭이 짐작되었다. 먼저 건너가기 전에 아래쪽으로 물줄기 쏟아지는 폭포가 제법 규모를 갖추고 있다. 건너가서 몸을 돌려 올려다보면 그보다는..
의령천 숲길 짧게 자전거 타기 1. 한 달 전, 오랜만에 의령천 숲길을 찾았다. 삼대구년만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나섰다. 지난 한 해 몸을 혹사해 근육이 늘어진 탓인지 4월까지 넉 달 동안은 자전거 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찾은 구간은 덕곡서원에서 시작하여 상류 방향으로 활터인 홍의정을 지나 일정 지점까지 3km가량이다. 물론 의령천 자전거길은 아래와 위로 더 길게 조성되어 있다. 덕곡서원에서 하류로 구름다리와 의병박물관을 지나면 곽재우 장군과 열일곱 장령을 모시는 충익사가 나온다. 여기서는 한 자리에서 멋지고 아름드리 나무를 많이 뵈올 수 있는 것이 남다른 즐거움이다. 2. 같은 숲길을 두 번 오갔다. 첫 번째는 걸어서였고 두 번째는 자전거를 타고였다. 어림짐작하면 10km는 넘을 것 같았다. 자전거 탄다고 하기에 이런 거리 이런 ..
통도사와 평산책방 (2) 1. 평산책방 동네 도서관 '어쩌다 한 번씩은 속마음을 서로 털어놓고 지내는 어떤 분'이 보내준 평산책방 사진은 더 있다. 그 분은 매장과 매대뿐 아니라 그 한 켠에 자리 잡은 '동네도서관'까지 살뜰하게 살피셨다. "도서관이라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도서관은 아니야.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고 사방 책꽂이에 갖고 있던 여러 책들을 꽂아 놓은 작은 공간." 이러면서 보내주신 사진이 몇 낱 더 있었다. 개별 책꽂이 사진인데 뜻밖에 낯익은 책들이 여럿 보였다. 경남도민일보 출판국에서 펴낸 것들이었다. ‘빗방울 김수업’ ‘습지에서 인간의 삶을 읽다’ ‘함안에 담긴 역사와 인물’ ‘행복 사회 유럽’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보다 약게 사는 기술’ ‘열두 명의 고집 인생’ ‘쉽고 재미있는 경남의..
통도사와 평산책방 어쩌다 한 번씩은 속마음을 서로 털어놓고 지내는 어떤 분이 계신다. 며칠 전 양산 평산책방에 다녀왔다면서 사진을 몇 낱 보내왔다. 두 장은 인증샷이다. 하나는 평산책방임을 알려주는 단순한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 정경 사진인데 ‘문재인이 추천합니다’와 ‘문재인의 책’이 멀찌감치 흐릿하게 보인다. 나머지 하나는 매대를 찍은 사진이다. 제법 잘 보이는 가운데 즈음의 눈에 띄는 자리가 '줬으면 그만이지'에 주어져 있었다. 김장하 선생의 베풂을 담은 이 책은 경남도민일보에서 펴냈다. 흐뭇하고 고마웠다. 아래는 이 분이 덧붙인 글이다. 나도 나중에 따라해 봐야겠다. 아니면 나랑 한 번 더 같이 가보자고 할까? 속마음도 아무에게나 말하기는 어려운 내심도 털어놓을 겸? 하하. “평산책방 바로 옆에 통도사가 있는 줄..
박물관 앞 아라홍련 시배지 7월이 되자 연꽃이 피기 시작한다. 함안 성산산성 연못에서 발견된 700년 전 고려시대 연씨. 세월을 건너뛰어 아라홍련이 싹을 틔우자 2011년 5월 함안박물관 들머리 시배지에 150촉을 심었다. 12년이 지나자 이리 널리 퍼졌다. #아라가야의 옛 땅 함안에서 700년 만에 피어난 붉은 연꽃이라 해서 아라홍련이라고 한다. #아라홍련 시배지는 함안박물관 앞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649에 있다. -- 2023년 7월 12일
목포늪 뒤덮은 물풀들 우포늪의 일부인 목포늪 짙은 초록 융단이다. 마름과 개구리밥 쫙 깔렸다. 무너미 한 번 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싹 사라지고 없다. *무너미=물이 넘쳐흘러 넘어감. *우포늪은 우포늪+목포늪+사지포늪+쪽지벌 넷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어릴 때 이름은 우포늪 목포늪 아니고 소벌 남개벌이었다. *'목포제방'을 검색해서 창녕읍내에서 이방면 방향으로 1080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우만마을 일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2023년 7월 12일
진동 앞바다, 딱새, 가리비, 낭태 1.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집안이 너무 더워서, 어디라도 가볼까 하는데 갑자기 툭 떠올랐다. 그래, 오늘이 진동 장날이었지. 4·9일인데 5~6년 전만 해도 자주 갔더랬다. 한 번씩 가서 잡어를 사왔는데 1만 원어치씩 팔 때가 많았다. 한 번 사면 열흘 정도 구워 먹고 쪄서 먹고 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는 같은 무더기를 5000원에 떨이를 하기도 했었다.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는 저물 무렵에 그랬다. 왜 그렇게 싸게 파느냐고 멍청하게 물은 적이 있다. 잡어를 다 팔지 못하면 아줌마들은 내장을 끄집어내고 머리·지느러미 등을 떼어내 말린다. 도리없이 이런 노동을 더해도 말린 고기는 생물보다 값이 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진해 경화시장( 3·8일 )에서 잡어를 보고 사다 먹기 시작..
영화 '밀수' 훌륭하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영화 '밀수', 재미있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싶다. 나의 쓸세권 끝자락에 영화관이 하나 있다. 거기서 드러누워 봤는데 몰입도는 높아졌지만 이 세상 같이 느껴지지는 않더라. 다음에는 쓰레빠 신기 전에 맥주도 두어 캔 챙겨 가야지. 1. 여름철 흥행에 딱 맞는 영화 왜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배경이기 때문이다. 누군들 시원하지 않을까. 어쩌면 저 넘쳐나는 바다가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 통통배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내 기억으로 그때 통통배는 이런 정도까지 빠르지는 않았다. 옛날 속도로 갔더라면 바다 풍경이 조금 더 멋드러지게 연출되지 않았으려나 모르겠다. 해녀들 옷차림도 멋스러웠다. 흑백이 그렇게 잘 조화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왜 여태 못했을까..
조선일보의 노인 맞춤형 독자 서비스 독극물 조선일보를 훑어보다가 재미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조선일보만의 노인 맞춤형 독자 서비스였다. 준독극물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도 이런 거 하나 싶어서 찾아보았는데 거기는 없었다. '치매 예방 뇌 훈련 게임-두근두근 뇌 운동'이다. '두근두근' 아래에는 깨알같이 '頭筋頭筋'이라고 한자까지 적어두었다. 노인들 치매 걸리지 말라고 손가락 많이 놀리게 만드는 것들이다. 주의력 계산력 기억력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적었다. 자기네 독자들 대부분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인 줄 잘 알고 이런 것을 하나보다. 제발 살면서 치매 걸리지 말고 독극물 조선일보를 오래오래 봐달라는 주문인 것이겠다. 종이 신문 오른쪽 구석에 박혀 있었다. 이것을 기어이 찾아내서 시키는대로 종이를 오리고 글자를 적고 덧셈 뺄셈 계산을 하..
독극물 조선일보에 실린 '월간 시인' 광고 고은을 두고 "미투에 휘청거린 감성의 황제"란다. 감성의 황제면 남 보라면서 자위해도 되나. 싫다는 이성한테 맘대로 추행을 해도 되나. 나태주 이름도 보이고 신달자 이름도 보인다. 얼굴 사진을 보니 참 남루하다. 나는 아무리 늙어도 저렇게 누추해지지는 말아야지 생각을 하게 된다. 월간 시인은 서울시인협회라는 데에서 내는 월간지인 모양이다. 광고를 대충 훑어보니 작전이 읽힌다. 먼저 이름 알려진 시인 나부랭이들을 앞장세운다. 다음으로 시인 지망생 늙다리 느끼한 꼰대들한테 '시인'이라는 '관형어'를 얹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 대가로 지갑을 털어보자는 수작이다. -- 2023년 8월 10일
너거는 이런 시금치 못 사제? 볏짚으로 싸맸다. 둥그렇게 여몄다. 단단하게 묶었다. 손가락으로 눌러도 안 들어갈 정도로 탄탄했다. 한 단에 4000원 했다. 오전에는 5000원 팔았단다. 합천 삼가장날 난전에서 샀다. 삼가장은 2일과 7일에 선다.
그 집 툇마루에서 대나무를 보았다 1. 그 집에 가서 대나무를 보았다. 경남 함안 고려동 종택 사랑채 자미정. 오른쪽으로 감아들어 툇마루에 앉았다. 오후 2시 툇마루에는 제법 알뜰하게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어릴 적 대숲을 두른 집에서 살았다. 그 대숲은 길고 깊었다. 할아버지는 대밭이 돌밭이고 뱀도 많다면서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틈 나는대로 대밭에 들어갔다. 들어가 앉으면 한여름에도 시원했다. 마당에서 어른들 나누는 말씀이 아득하게 들리는 느낌이 좋았다. 할아버지가 내게 심부름 시키려고 "주야! 주야!!" 부르기도 하셨지만 나는 잠자코 쪼그린 채 있었다. 2. 나는 대나무가 내는 소리를 조금 알고 있다. 휘어지는 소리도 있고 꺾어지는 소리도 있다. 휘어지는 것은 바로 서기 위해서였고 꺾어지는 소리는 굽히지 않았기..
'5월 광주'의 상징이 조선일보에 광고한 사연 1. '전일빌딩245'의 광고를 조선일보에서 보았다. 2023년 8월 8일자였다. 80년 당시 항쟁의 중심이었고 지금 '5월 광주'의 으뜸 상징이 되어 있는 장소가 전일빌딩이다. 전두환 반란군에 맞서는 광주 항쟁의 발원지 가운데 하나였다. 전일빌딩이 '전일빌딩245'로 이름을 바꾼 까닭은 당시 반란군의 헬기 사격 총탄 자국 245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정당한 시민들의 저항과 무도한 반란군의 진압이 이 하나에 응축돼 있다.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245개 탄흔이 가장 명확한 증거이다. 탄흔을 지속 가능하게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5·18민주화운동을 후대에 온몸으로 알리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전일빌딩245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숫자 245를 크게 넣고 4의 가운데를 둥글게 ..
능소화 붉은 기운이 흙돌담장까지 능소화는 울 위에 폈고 봉선화는 울 밑에 섰다. 나는 왠지 울 밑에 더 눈이 갔다. # 2023년 8월 28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에서
대구에도 고운 얼굴선이 있었네 보이시는지? 저 고운 얼굴 윤곽과 흘러내릴 듯 맺힌 옷 매무새. 비현실적인 저 선각. #대구 달성군 유가읍 비슬산 대견사지에서
달개비꽃 그리고~~~ 논두렁이 아니라 꽃밭이었네. 하마나 예뻐서 차마 밟지 못했네. #경남 고성군 거류면 화당리 일대 다랑논
이런 나무 어르신~~ 풀밭에 누웠다 하늘이 보인다 구름은 간데없고 이파리가 가득하다. 설렁 일어나 잎사귀를 간질이던 바람 내게 스며들어 머리를 헹군다. 이런 고마우신 나무 어르신 나는 몇몇 분 모시고 있다. #창녕 우포늪 사지포제방 근처 언덕배기 팽나무 #경남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 175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어여쁘고 너는 어떻게 피어났니, 물었더니 세월이 약이란다, 이렇게 답하더라. 구절초도, 쑥부쟁이도, 사람도, 그냥 한 번 피었다가 가뭇없이 사라진다. 구절초 쑥부쟁이는 저절로 어여쁘기라도 하지만 사람이 아름답기란 아무리 애써도 참 쉽지 않더라. --- 지난해 가을 대견사지 오가는 길에서
재우네에 놀러 갔더니 나는 오늘 재우네에 놀러 갔다. 사람이 없고 문은 열려 있었다. 장독대는 정갈했고 감나무는 열매가 실했다. 다섯 개를 따려다가 세 개만 따 먹었다. 참 맛있었다. 사랑채 마루에 앉아 흐르는 구름과 노닐다 왔다. ----망우당곽재우생가(경남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에서
황매산에서 거철 카르텔을 떠올렸다 사마귀를 보면 생각나는 단어가 하나 있지.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고 사마귀가 수레에 맞선다는 뜻이라네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무리를 일컫는 경우도 있지. 역사는 물처럼 절대 건너뛰지 않고 때로는 막히고 때로는 역류하지만 크게 보면 자유와 평등 그 폭과 깊이를 더하는 방향으로 흘러 나간다는데. 역사를 가로막고 거스르는, 자기만 옳다고 뻗대는, 고속도로까지 휘게 만드는, 거철 카르텔이 자네를 보니까 떠오르네. 하지만 그래도 자네 탓은 아니니까 황매산 등산길에 걸터앉아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는 말게.
유곡천변 정원이야기 햇살 구름 그늘 모두 좋다. 암반 절벽과 우거진 수풀과 나른한 물줄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한나절. ----2023년 10월 14일 오후에
70년대 문자가 아직 그대로 70년대 문자다. 80년대까지 유효했다. 쇠딱지는 보았지만 나무딱지는 처음 본다. '방첩'은 간첩을 막자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막아야 할 간첩은 북한 간첩일까 일본 간첩일까. 경남 창녕군 이방면 우만길 30-1 뒤편 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