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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당 곽재우 생가 안채 정지간 나는 저런 으스럼이 좋더라. --- 2023년 5월 16일
고분군의 봄 아직은 봄. 한참 들여다 봄. 옛 무덤 뒤덮은 노란색 봄. --- 2023년 4월 10일
말이산고분군의 느티나무 저 느티나무 나이가 몇 살일까. 63년생 나보다 그리 많진 않겠지. 쑥쑥 빨리 자라는 속성수니까. 60년 만에 이룩한 저 넉넉한 품새 60년 동안 키워온 저 연두의 함성 해가 뉘엿 기울 무렵 고단한 심신으로 저 그늘에 스며들어 불어오는 골바람에 머리를 헹구며 집과 사람과 들판과 개울을 굽어보다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 끌면서 터덜터덜 내려오는 언덕길. 내 마음속 가장 푸근한 봄날. --- 2023년 4월 12일
빌어볼 결심 # 40년 전 1982년 서울의 한 대학에 들어갔다. 처음 보는 서울은 신세계였다. 나는 어리숙하고 가난한 촌놈이었다. 속에 가득한 열등감을 숨기려고 겉으로는 오만을 떨었다. 그때는 그것이 나의 남루함과 초라함을 가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인 지망생이었지만 문학 동아리에는 부끄러워서 가입하지 못했다. 동아리가 두 개 있었는데 얄팍한 실력이 들통날까 봐 얼쩡거리기만 하고 말았다. 반면 같은 불문학과 동기 성우제는 잘 나가는 문학회의 멤버였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고 우제는 적게 마시는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는 참 잘 지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피동적이었다. 유신 교육이 결정적이었다. 그때 초·중·고는 폭력이 의사소통의 수단이었고 멸시가 교육의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선생과 선배는 말 그대로 ‘하느님..
조선일보는 소리도 없이 돈을 번다 ‘top class’라는 월간지를 만들고 거기에 광고를 붙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런저런 단체에 대량 구매를 하도록 한다. 조선뉴스프레스라는 데서 하는데 ‘top class’ 말고도 이렇게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비슷한 정기간행물은 더 있다. 여기 있는 이것은 한국SGI가 사서 마산의 여러 가게에다 뿌린 것이다. 앞표지 오른쪽 아래에 보면 "이 책은 한국SGI가 드립니다"라고 인쇄돼 있다. 이렇게 인쇄해 줄 정도면 최소 1000부는 샀을 테고 합리적으로 추정하면 1만 부나 10만 부도 가능하다. 정가가 한 부에 1만원이니 1만 부면 한 달에 1억원, 1년이면 12억 원이다. 대량 구매 할인 적용해도 최소한 8억 원은 될 테니 이렇게 훑어대는 식으로 돈을 끄는 것이다. 한국SGI는 아시는대로 ‘국제창가학회..
그나마 이민정책이 성공하려면 1. 저출생 극복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저출생 극복과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쏟아부은 예산만 2006년부터 2022년까지 28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은 갈수록 텅텅 비고 이제는 대학 폐교도 모자라 군부대까지 해체·통합되고 있다. 30년 동안 애써왔지만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0.78명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이는 그 무엇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흐름 가운데 하나가 저출산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나라 자체가 소멸하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2. 대안은 이민밖에 없다 새로운 사회구성원이 태어나지 않으면, 나라 바깥에서 구해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광주청년문화잡지 '귄있진' 우리 사이는 싱거워진 것 같아요 우리 사랑은 며칠이나 남았을까요 당신과의 이별은 오지 않았음 했는데 이제 서로에게 향한 마음 거둬요 싫은 것에 익숙해지지 마시고 요령 있게 잘 피하며 사세요 나이에 어울리는 것보단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하며 살고요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 되어줘 고마웠어요 별일 없는 매일의 안부를 물어줘 고마웠어요 우리 둘만의 영화는 엔딩크레딧 오르고 혹시라도 쿠키영상 기대 마요 괜한 미련 갖지 말고 탈탈 털어버려요 우리 두 사람에겐 속편이 없어요 싫은 것에 익숙해지지 마시고 요령 있게 잘 피하며 사세요 나이에 어울리는 것보단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하며 살고요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 되어줘 고마웠어요 별일 없는 매일의 안부를 물어줘 고마웠어요 행복하시라 전했으니 나는 이걸로 됐어요 우린 이..
기형도 : 어두운 시세계 vs 밝고 환했던 일상 성우제가 쓴 책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잘 보이네’를 보면 기형도 시인 관련 글이 세 꼭지 실려 있다. 세 살 많은 형 성석제(소설가)의 대학 친구가 기형도였고 그 때문에 성우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형도와 잘 알고 지내게 되었다. 1. 성우제의 글을 다른 이들의 기형도 관련 글과 비교하면 색깔이나 무늬가 다르다. 기형도가 등단하고 알게 된 사이도 아니고 대학 시절 무엇을 함께 도모하거나 행동한 관계도 아니다. 친구의 동생으로서 보고 들은 기형도의 일상을 꾸밈없이 적었다. 여기 기형도는 밝고 환하고 명랑하고 경쾌한 모습이다. 어둡거나 침울하고 무거운 구석은 없다. 예의도 바르고 노래도 잘하고 말재주도 좋고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할 줄도 알았다. 그 중 몇몇 대목을 고르면 아래와 같다. “기형도는 친구..
그 동네의 빨래터 옛날 우리 동네는 빨래터가 우물가였네 우물은 들판 한쪽 구석 미나리꽝 옆에 있었다네 퍼질러 앉아 빨래하는 이들은 시집온 아낙들이었네 엄마도 있고 숙모도 있고 타성바지 아지매도 있었다네 끼얹는 물소리에 이야기가 묻히기도 했었네 나는 알아듣지 못할 얘기들은 빨래방망이에도 얻어터졌네 어린 우리들은 방망이질에 넋을 잃었다가 문득 일어서서 우물을 들여다보았네 우물은 얕았지만 조용할 때는 무서웠네 물지게 진 선머슴들 선한 웃음이 헤펐네 물동이 이고 어쩌다 오가는 누이들 뚝뚝 듣는 물 훔치기 바빴네 바지랑대 받친 빨랫줄 하얀 옷들이 나란했네 바람이 살랑, 구름이 흔들렸네. # 경남 의령군 유곡면 신촌리 상곡천 # 마을과 들판을 잇는 징검다리 건너는 근처 ---- 2023년 5월 24일
박노자 강의를 듣다가 조선일보가 생각났다 1. 박노자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이었다. 경남도민일보가 박노자 교수를 모시고 그해 12월 29일 저녁 7시 ‘한국 식민지 유산의 특징과 과거사 청산’을 주제로 특강을 마련했는데 그때 내가 주선을 맡았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박노자 교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서 간절히 청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내 기억으로는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처가가 마산이니까 한국 들어가는 길이 있으면 반드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이 왔고 그게 그대로 지켜졌다. 그 후에도 2007년인가에 한 번 더 박노자 교수를 모시고 특강을 개최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은 뚜렷하지 않다. 어쨌든 예전 강의에서 나는 정말 얘기를 똑 부러지게 하는구나 하고 느꼈었다. 논증에는 허술함이 없었고 예시는 구체적이었으며 결론에는 비약이 없었다. 2..
의령 담쟁이넝쿨 흙돌담 헛간 어디에서 보았다 담쟁이넝쿨 흙돌담 초록과 황토의 어울림 문을 열고 들어가 어릴 적 다락만큼 어둑신 숨어 있기 좋은 헛간 나를 가려주고 세상을 보여주던 어수룩한 햇살 두려움 없애주고 편안하고 따뜻하고 그래서인지 언젠가 저 문을 열고 나섰던 기억 무서운 줄 모르고 세상을 향해 두 팔 벌리고 벌판을 나갔던 걸음. ----2023년 5월 26일 # 의령군 유곡면 신촌리 청정로 1780-6 근처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송산중국집이 있다. 전화 055-572-8289.
손혜원 똘끼는 어디까지 갈까? 보름쯤 전에 전라도 목포 옛 도심 거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잘 보이네’의 성우제 작가와 함께였다. 먼저 ‘창성장’에 들렀다가 문이 잠겨 있기에 ‘손소영갤러리앤카페’를 찾았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소품도 하나 장만했는데 둘 다 괜찮았다. 이 두 곳은 2019년 초입에 신문 방송이 떠들썩하게 들끓었던 손혜원 당시 국회의원의 조카들이 운영하고 있는 가게들이다. 옛 도심 거리는 지금이나 4년 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더 가꿔져 있고 조금 더 차분해져 있는 것이 달랐다. 1. 조선일보류는 투기라 했고 그때 신문 방송들은 손혜원 의원이 투기를 위해 알박기 차원에서 조카들 이름으로 건물을 구입했다는 식으로 연일 보도해댔다. 보통 사람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목포시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이응인 시집 '은행잎 편지와 밤비 라디오' 이런 시가 나는 좋다. 이응인 시집 '은행잎 편지와 밤비 라디오'에 실려 있다. 언제쯤이면 나도 즐거이 ‘개숫물’이 될 수 있을까. 그 집 싱크대에서는 목련 나무가 창문 너머로 보일 것이다. 창고 옆에 훌쩍 자란 목련 나무를 베어 버리나 어쩌나 삐죽하니 키만 크고 쓸모가 없어 그래도 꽃 필 땐 환하고 좋잖아 저기 살구나무 심으면 어때 살구보다 단감나무 심어 제 맘대로 떠들다가 막내가 던진 한마디에 끝이 났다. 목련 나무는 새들이 사는 집인데 왜 우리 맘대로 해요? --- 가족회의 마지막 접시를 씻고 나자 어디선가 어슴푸레 관악기 소리가 들렸다. 남의 몸 말끔히 씻어 주고 싱크대 하수구로 사라지는 개숫물 시원하고 아득한 연주. --- 설거지 마칠 무렵 나는 이렇게 들었다. 책을 한 권 샀는데 거기서 마음에..
잊어볼 결심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SNS에는 존경스러운 스승에 관한 글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런 스승이 없다는 글도 많았다. 고통의 기억을 남긴 선생님들에 관한 얘기도 적지 않았다. 나는 혼자만 그렇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1. 국민학교 때 1970년 3월 국민학교 입학한 다음 날부터 맞기 시작했다. 대답할 때 왼손을 들지 않았다고 맞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왼손잡이다. 왼손으로 필기를 하니까 당연히 “저요” 하면서 오른손을 들었는데 왼손이 아니라고 얻어터졌다. 한강철교도 있었다. 비오는 날이었는데 운동장으로 내몰렸다. 60명 남짓 여덟 살 아이들은 엎드려뻗쳐를 하고 어깨 위에 다른 친구의 발을 올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강철교는 “앞으로 십 보”, “우..
다람쥐를 보았네 이름에 '쥐'가 들어가는데도 귀엽다. 금은보화로 꾸미지 않아도 보기 좋다. 부풀려 단장하지 않아도 예쁘다. 날래서 그런지 사람을 피하는 기색이 없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나 귀찮다는 듯 몸을 재게 움직여 멀어질 뿐 떨어져 지켜보면 저 할 짓 하느라 사람이 있는지 마는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쪼춤바리만으로도 잘 논다. 가만 멈추어 서서도 잘 논다. 놀이감이 없어도 한 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사람들은 날마다 조금이나마 더 가지려고 몸부림인데 상처를 주고 받느라 정신이 없는데 사랑하거나 미워하느라 난리법석인데 인정받지 못한다고 안달인데 먹고살려고 발버둥치고 걱정하는데 아이든 어른이든 놀이감이 없으면 금세 따분해지는데 아무래도 다람쥐는 사람보다 한 길 위이지 싶다. --2023년 6월 11일
그야말로 옛날식 도리깨의 기억 1. 오랜만에 본 옛날 그 도리깨 며칠 전 고성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아침에 선선할 때 나섰지만 날씨는 금세 더워졌다. 바람은 시원했으나 햇볕이 뜨거웠다. 모터배 아닌 노배라도 나타날까 싶어 바다에 눈길을 주고 걷는데 어디선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탁 탁.” “퍽 퍽.”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도리깨로 보리 타작을 하는구나.’ 고개를 돌려 언덕 위를 올려보았다. 할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다듬고 있고 할아버지 한 분이 서서 도리깨를 돌리고 있었다. 쇠나 플라스틱으로 조립한 요즘식 도리깨가 아니고 대나무로 얽은 옛날식 도리깨였다. ‘그렇지, 요즘 도리깨로는 저런 소리가 안 나지.’ 2. 도리깨로 콩타작을 하면 나는 저 도리깨를 기억하고 있다. 옛날 시골 우리집..
그대들의 자유 물고기 그대들은 먹고 사는 것에만 매이지만 우리 인간들은 그밖에 매이는 것들이 많다네 오늘은 무얼 할까 어느 물고기의 먹이를 빼앗을까 다른 물고기에게 인정받아야지 생각지 않는다네 아가미를 열 번 열까 백 번 열까 지느러미를 오른쪽부터 칠까 왼쪽부터 칠까 헤아리지 않는다네 바위 틈에 들까 모래알이랑 노닐까 물풀과 어울릴까 고민을 않는다네 여기서 저기까지 두 번을 오갈까 열 번을 오갈까 가늠도 않는다네 예정 없이 목표 없이 과정 없이 결과 없이 되는대로 에헤라디야 우리는 매이는 것들이 많다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잡낭을 장만한 까닭 1. 며칠 전에 잡낭(雜囊)을 샀다. 나는 잡낭이라는 말은 이번에 읽은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처음 보았다. 17장 조르바와 주인공이 산림 벌채 계약을 위해 산 위에 있는 수도원을 찾아가는 장면 첫머리에 나온다. 조르바는 아침에 일어나 수도원까지 올라가면서 먹을 음식을 그잡낭에다 꾸려 넣었다. 찾아봤더니 잡낭은 ‘잡다한 물건을 넣는 주머니’라고 되어 있었다. 내가 보기에 잡낭이 조르바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조르바는 몸으로 생각하고 몸으로 말한다. 행동하는 자유인이다. 그는 이런저런 잡다한 것에 매이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조르바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단칼에 처리해 버린다. 조르바는 물건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다. 말이든 생각이든 행동이든 모조리 잡다한 것을 그대로 버려두지 않고 한데 모아 깨..
"고니는요, 사람 하기 나름이에요" 1. 도요오카에서 보았던 일본 고니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9년 전인 2015년 2월이었다. 도요오카시는 멸종됐던 황새를 민관이 힘을 합해 야생에서 복원해낸 일본 으뜸 생태도시로 꼽힌다. 황새를 보러 갔던 그 도시에서 나는 고니도 보았다. 우리는 이른 아침에 주택가를 걸어서 지나가는 중이었다. 아스콘으로 포장된 도로가 깔끔하게 뻗어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가 많지 않은 것이 인상 깊었다. 넓지 않은 도로는 전봇대와 동행하면서 2층도 별로 없고 대부분 단층인 주택을 끼고 있었다. 도로 옆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수로도 놓여 있었다. 너비는 1m 정도였고 물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사람이 한 명 쪼그리고 앉아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전방 10..
뜻밖에 괜찮았던 ‘봉쥬르’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쌀쌀한 바람이 부는 며칠 전 오후에 갔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들렀었다. 그런데 공간부터가 따뜻하고 포근했다. 이런 뜻밖이라니. 멍하니 창밖을 보고 책도 읽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한 시간 남짓을 잘 보낼 수 있었다. 1. 무엇보다 공간이 가장 그럴듯하다. 화분이 탁자와 탁자 사이에 화분이 놓여 있다. 잡스럽지 않고 쓸 만한데다 높이도 적당해서 공간 구분을 제대로 해준다. 옆 자리에 사람이 들어와 얘기해도 별로 시끄럽지 않다. 아무래도 화분과 식물이 떠드는 소리를 잡아먹어 주는 모양이다. 바깥에는 따로 공간이 여럿 있었다. 방갈로라고 하는 독립된 그런 데였다. 서너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앉을 정도 크기인데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만 더하면 된다. 2. 커피가 맛있는 것은 기본으로 ..
경남 여행의 동반자 ‘쉽고 재미있는 경남의 숨은 매력’ 2022년 4월에 펴냈는데 타이밍을 깜박 놓치고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야 짧게 홍보를 하려고 합니다. 경남 전역을 18개 시·군으로 구분하여 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을 담았습니다. 해당 지역 사람들도 잘 모르는 내용까지 알뜰하게 챙겼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2013년부터 진행해 온 '우리 고장 사랑 청소년 역사문화 탐방'에 가이드북으로 제공된 책자입니다. 이 책을 들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갔을 때 아이들의 눈은 밝게 빛나며 반짝였고 입은 환하게 웃으며 환성을 질렀습니다. 중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손쉬운 글투로 교과서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고샅고샅 살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어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대단하며 자랑스러운 것이 지역의 역사 문화와 자연임을..
담장 아래 백일홍 어서 피었다 서둘러 지거라 네 번 더 피고 지면 3년 10개월 16일 남은 윤석열 치하 이 세월도 지나가겠지~~~
내 친구 이원만 '산책 간다' 산책 간다는 말은 살아있는 책을 보러 간다는 말 나뭇잎에 햇볕이 쓴 편지 읽으러 간다는 말 궁금한 것 많은 개미를 따라 포플러 한 그루를 줄기에서 가지 끝까지 정독하겠다는 말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밑줄 바쁜 벌레들은 살아있는 느낌표 한 번씩 만나는 뱀은 이것도 보라는 각주 부러진 가지의 붉은 색은 한 번 더 보라는 강조 새들은 이해하기 힘든 문장을 읽어주는 독서 도우미 모기들은 한자리에 앉아서 게으름 피지 말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라는 독서실 감독 내일 읽을 신간을 준비하느라 숲이 서재의 스위치를 끄면 하늘은 더듬더듬 점자책을 펴며 집까지 따라온다. -----'산책 간다', 이원만 이원만은 몇 안 되는 내 영혼의 친구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이번에 등단을 했다고 알려왔다. 고등학교 때 이미 촉망 받는 ..
노배를 보면서 출산 정책을 생각했다 1. 나무로 만들고 넓적한 노를 젓는 노를 저어 움직이는 노배를 보았다. 노도 나무로 만들었고 배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요즘 이런 배 진짜 드물다. 게다가 바닷가 둑방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저만치 바다에서 사람이 노를 젓고 있었다. "찌그덕 찌그덕" 노가 뱃전이랑 마찰하면서 내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맺히면서 정말 보기 드문 '인문 경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러 나온 걸음이 아니고 다른 볼 일이 있었는데도 가던 걸음을 멈춘 까닭이었다. 노를 젓는 분이랑 얘기라도 한 자락 주고받고 싶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사진만 한 장 찍고 금세 자리를 떴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옆에는 자전거를 길가에 세우고 바라보는 다른 한 분이 계셨다. 모자를 벗어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
민가 돌담장 경남 고성 어느 시골 민가의 돌담장. 이런 정도면 성벽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마암면 삼락리 낙정마을 ---2023년 6월 27일
독극물 조선일보의 중앙일보 따라하기 1. 환경단체 때문에 손실 발생했다고? 조선일보가 2023년 6월 28일자 1면과 3면에서 ‘괴담 손실 수조원, 국민이 떠안았다’라는 제목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모르고 보면 아무리 조선일보라도 설마 저런 것까지 거짓말을 하겠나 싶다. “2000년대 초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구간은 환경 단체 등이 천성산 습지(濕地) 및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주장해 6개월간 공사가 지연돼 145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가짜뉴스이고 괴담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2003~04년 이 사안을 취재하고 보도했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2. 당시 상황은 이랬다 문제를 제기한 이는 지율 스님이었다. 그는 당시 양산 내원사에서 산감(山監) 소임을 맡고 있었다. 내원사 소유인 천성산 ..
안동 만휴정이 아쉬운 까닭 경북 안동에 가서 만휴정(晩休亭)을 보았다. 멋진 산수 가운데 바위 계곡 건너편 도도록한 자리에 들어앉아 있었다. 말은 정자라 하지만 다섯 칸 이상도 많은데 만휴정은 조그마해서 고작 세 칸이었다. 500년 전 즈음에 김계행이라는 인물이 서울서 벼슬살이 하다가 늘그막에 돌아와서 노닌 정자다. 1. 쌍청헌에서 만휴정으로 원래는 그의 장인 남상치가 짓고 당호를 쌍청헌(雙淸軒)이라 했는데 사위가 거처하면서 만휴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바뀐 만휴정은 뜻을 바로 알 수 있다. 그 주인의 행적 그대로 늘그막에 쉬는 정자라는 뜻이다. 쌍청헌은 왜 그리 이름붙였을까 싶었는데 둘러보니 까닭이 짐작되었다. 먼저 건너가기 전에 아래쪽으로 물줄기 쏟아지는 폭포가 제법 규모를 갖추고 있다. 건너가서 몸을 돌려 올려다보면 그보다는..
의령천 숲길 짧게 자전거 타기 1. 한 달 전, 오랜만에 의령천 숲길을 찾았다. 삼대구년만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나섰다. 지난 한 해 몸을 혹사해 근육이 늘어진 탓인지 4월까지 넉 달 동안은 자전거 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찾은 구간은 덕곡서원에서 시작하여 상류 방향으로 활터인 홍의정을 지나 일정 지점까지 3km가량이다. 물론 의령천 자전거길은 아래와 위로 더 길게 조성되어 있다. 덕곡서원에서 하류로 구름다리와 의병박물관을 지나면 곽재우 장군과 열일곱 장령을 모시는 충익사가 나온다. 여기서는 한 자리에서 멋지고 아름드리 나무를 많이 뵈올 수 있는 것이 남다른 즐거움이다. 2. 같은 숲길을 두 번 오갔다. 첫 번째는 걸어서였고 두 번째는 자전거를 타고였다. 어림짐작하면 10km는 넘을 것 같았다. 자전거 탄다고 하기에 이런 거리 이런 ..
통도사와 평산책방 (2) 1. 평산책방 동네 도서관 '어쩌다 한 번씩은 속마음을 서로 털어놓고 지내는 어떤 분'이 보내준 평산책방 사진은 더 있다. 그 분은 매장과 매대뿐 아니라 그 한 켠에 자리 잡은 '동네도서관'까지 살뜰하게 살피셨다. "도서관이라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도서관은 아니야.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고 사방 책꽂이에 갖고 있던 여러 책들을 꽂아 놓은 작은 공간." 이러면서 보내주신 사진이 몇 낱 더 있었다. 개별 책꽂이 사진인데 뜻밖에 낯익은 책들이 여럿 보였다. 경남도민일보 출판국에서 펴낸 것들이었다. ‘빗방울 김수업’ ‘습지에서 인간의 삶을 읽다’ ‘함안에 담긴 역사와 인물’ ‘행복 사회 유럽’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 ‘보다 약게 사는 기술’ ‘열두 명의 고집 인생’ ‘쉽고 재미있는 경남의..
통도사와 평산책방 어쩌다 한 번씩은 속마음을 서로 털어놓고 지내는 어떤 분이 계신다. 며칠 전 양산 평산책방에 다녀왔다면서 사진을 몇 낱 보내왔다. 두 장은 인증샷이다. 하나는 평산책방임을 알려주는 단순한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 정경 사진인데 ‘문재인이 추천합니다’와 ‘문재인의 책’이 멀찌감치 흐릿하게 보인다. 나머지 하나는 매대를 찍은 사진이다. 제법 잘 보이는 가운데 즈음의 눈에 띄는 자리가 '줬으면 그만이지'에 주어져 있었다. 김장하 선생의 베풂을 담은 이 책은 경남도민일보에서 펴냈다. 흐뭇하고 고마웠다. 아래는 이 분이 덧붙인 글이다. 나도 나중에 따라해 봐야겠다. 아니면 나랑 한 번 더 같이 가보자고 할까? 속마음도 아무에게나 말하기는 어려운 내심도 털어놓을 겸? 하하. “평산책방 바로 옆에 통도사가 있는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