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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창원 양덕동 제일식당-밥은 이렇게 먹는 법

밥과 반찬 그리고 국까지 깨끗하게 비웠다자고로 밥은 이렇게 먹는 법이다. 아시겠지만 언제나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 집에만 가면 언제라도 이처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울 수 있다.

 

오랜 단골이었는데 경남도민일보에서 정년퇴직하면서 2024년부터 자연스레 발길이 뜸해졌다. 그런데 두 달쯤 전에 전화가 왔다. 그러면서 그냥 밥 한 번 먹으러 오이소이랬다.

 

사장님은 나보다 나이가 열여섯 살이 많다. 우리 큰누나보다 한 살 아래시다. 어쩌면 막내동생 같아서 밥 한 끼 먹이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다음날인가 냉큼 달려갔다.

 

가을을 맞아 심심풀이로 주워 담은 도토리도 챙겨 갔다. 이 집은 가을이면 손수 만드는 도토리묵이 좋다. 마주보며 한 번 웃은 다음 사장님은 밥을 차려주셨고 나는 그 밥을 먹었다. 이런저런 문답이 있었으나 길지는 않았다.

 

밥값을 내밀었지만 사장님은 그거 뭐시라꼬하며 받지 않으셨다. 나도 굳이 두 번 내밀지 않았다. 나는 다음에 또 올게요했고 사장님은 그때 와서 도토리묵 가져 가이소하셨다. 내가 가져다드린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놓겠다는 말씀이셨다.

 

나는 도토리묵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하는 일 없이 그렇게 되었다. 핑계를 대자면 몸이 좀 고달팠다. 두 달 가까이 지난 그제 불현듯 생각이 나서 들렀다. 심심파적으로 출출할 때 드시라고 빵을 조금 챙겼다.

 

그러고는 이렇게 깨끗하게 비웠다. 그런 나에게 사장님은 살짝 웃어 주셨다. 이번에는 밥값을 받으셨다. 일행이 한 명 더 있었으니 14000원이었다. 빵도 받으셨는데, 그러면서 동치미를 커다란 그릇에다 미리 챙겨 두었다가 건네주셨다. 도토리묵 대신이지 싶었는데 시원하고 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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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장님은 양념을 손수 만들어 반찬을 장만한다. 방앗간을 겸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깨소금, 참기름, 고춧가루 등등이 모두 그렇다.

2.  지금은 철이 아니지만 이 집 도토리묵이 좋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웃들이 도토리를 주워서 가져오면 사다가 물에 불려 껍데기를 깐 다음 나머지 공정을 자체 방앗간에서 처리한다.

3.  생선·고기나 채소 등 다른 반찬도 대체로 그날그날 장을 봐와서 만들어낸다. 며칠 지나면 곧 여든이신데 어디에 저런 힘이 들어 있는지 신기하다.

4.  1인분도 주문이 된다. 7000원이다.

5.  종류는 정식과 국수 두 가지다. 그냥 밥 주세요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절로 나온다. 반찬이랑 국은 사장님이 알아서 그날그날 다르게 해서 내놓는다.

6.  상호는 제일식당이다. 이태 전에는 마산제일실비식당이었는데 그새 간소화를 하신 모양이다.

  주소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남812이고 전화는 055-299-6104이다.

7.  마산 옛 도심 변두리 뒷골목에 있다고 얕잡아 보면 안 된다. 멀리 수도권 등지에서 이 집 반찬 맛을 알아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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