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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 “노태우는 좋겠다, 잘난 친구 만나서” 11월 30일 낮에 ‘서울의 봄’을 보았다. 과연 잘 만든 영화였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눈에 거슬리거나 긴장을 떨어뜨리는 군더더기도 눈에 띄지 않았다. 반란군 대장 전두환은 비열하지만 카리스마가 있었다. 진압군 대장 이태신은 정의롭고도 의연했다. 이쪽저쪽 굴러다니는 똥별들은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굴하고 무기력했다. 덕분에 흡족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 앞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기에 올라탔다. 뒤이어 많아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도 함께 탔다. 1. ‘잘난 친구 전두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노태우는 좋았겠다. 잘난 친구를 만나서~~” 그러고는 무어라 말을 이으려는데 여자가 손으로 조그맣게 가위 표시를 했다. 남자는 가만히 입을 더 열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영화 ..
이태신의 목도리와 서울의 봄 1. 마지막 장면의 대치 을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났는데도 지워지지 않고 계속 떠오르는 모습이 하나 있다. 진압군 대장 이태신이 목에 둘렀던 목도리가 그것이다. 반란군 진압을 위해 전차를 끌고 나간 이태신은 경복궁 앞에서 전두환 일당과 대치한다. 1979년 12월 13일 새벽에는 없었던 장면이다. 상황은 이미 반란군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태신은 출동 직전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아내는 낮에 전해준 가방에 목도리가 있으니 춥지 않게 하라고 일러준다. 이태신은 그 목도리를 두르고 마지막 출동을 했다. 2. 빼앗긴 목도리 목도리는 포근한 촉감과 따뜻한 온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아내의 마음은 따뜻하고 부부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은 포근하다. 이태신은 목도리를 두른 채 반란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1.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왜 좀 일찍 읽지 않고 이제 와 손에 들게 되었는지 후회스러웠다. 그랬다면 좀더 열린 자세와 능동적인 태도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과 교섭할 수 있었을 텐데 싶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그렇게까지 여길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일찍 읽었으면 그것대로 재미와 감흥이 더했을 것이다. 하지만 쓴맛 단맛 나름 겪고 예순에 이르러 읽은 덕분에 여러모로 울림이 크고 깊었던 것 같기도 했다. 2.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사와 서술은 멋졌다. 그의 손끝에서 사람과 자연과 세상은 새로운 모습을 얻고 있었다. 한 번씩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훅 치고 들어와 근본을 꿰뚫어버릴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조르바도 말과 행동이 언제나 아름다웠다. 그의 말과 행동에 담겨 있는 생각과 ..
하찮은 것은 무엇이고 귀중한 것은 무엇인가 안동 병산서원 측간은 아름답게 여겨지며 갖은 보호를 받고, 경남 창녕 어느 시골 마을 농가의 측간은 이렇게나 허름하다. 하나는 양반들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민들 것일 뿐인데 문화가 흐르는 맥락과 다양한 역사성이 봉건 양반들이 전유해왔다는 생각은 다만 착각일 따름이다. 하나는 문화재 전문가들이 즐겨 찾고 하나는 그들이 모르는 척 외면했을 따름인데. 관점을 바꾸어라 처지를 뒤집어라. 그들은 거의 전부가 양반의 후예를 자처하며 자랑스러워하지만 실로 대단한 것은 문물과 재화를 몸소 생산해온 평민들이 다시 평민으로 이어지는 숨결 그 맥박의 흐름이다.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일상을 함께해온 이 측간이 병산서원에 있는 그 문물보다 어찌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관점을 바꾸어라 처지를 뒤집어라 무엇이 귀중하고 무엇이 하..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흙돌담 고드름. 귀엽다.
겨울 고구마 말리기-태양교 맹신도의 하루 고구마를 찌고 썰어서 햇볕에 말리고 있다. 이렇게 말린 고구마를 우리는 빼때기라고 했다. 삐딱하게 썰었기 때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어릴 적엔 엄마가 우리를 위하여 고구마를 말렸는데 지금은 내가 나를 위하여 이렇게 하고 있다.
창원에서 둠벙을~~~ 인구 100만의 도시 창원에서, 그것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부터 걸어서 10분 안쪽 거리에서 옛적 모습을 간직한 둠벙을 보았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원계리 284-2. 남아 있어 주어서 반가웠다.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매화나무집 오늘 아침 잠깐 비가 오셨는데 웬 일인지 보름 전 보았던 장독대가 떠올랐다. 2023년 12월 23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매화나무집에 하루 머무르면서 찍은 사진이다. 눈은 이튿날까지 소담스럽게 내렸고 돌아오는 날에는 날이 무척 추웠었다. 지금은 바람에 날리고 비에 씻기어 사라졌을 눈. 매화나무집은 한옥숙박을 한다. 방바닥이 현대식이고 너른 방이 두 개 있고 방바닥이 구들이고 아궁이에서 군불을 때는 옛날식 방도 두 개가 있다. 카페도 하는데 수요일은 휴무. 여기서 묵으면 아침상을 챙겨주는데(무료) 가벼워서 부담이 없다. 아침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도 무료로 준다. #주인 내외 두 분 모두 손님을 살갑게 대하신다. 그러면서 부담스럽지 않도록 헐겁게 거리를 두는 감각도 뛰어나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돌담길 8..
함안 가야장날 진이식당 가양(家釀) 막걸리 맛난 막걸리 깔끔한 안주 즐겁게 한술 행복한 연말 #주인이 손수 담근 막걸리는 그야말로 진국이다. #제목 '가양(家釀)'에서 '양(釀)'은 술을 빚는다는 뜻이다. #묵은지 신김치는 5분 뒤에 가담했다. #진이식당은 5일마다 열리는 장날에만 문을 연다. #가야장날은 5일과 10일에 열린다. 31일까지 있는 달은 30일에 서지 않고 31일에 선다. #2023년 12월 31일에 썼다. #옛날 다른 블로그에서 진이식당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생전에 노회찬 의원이 찾아가 맛나게 먹은 적이 있다. 진이식당 주인은 지금도 한 번씩 그때를 추억한다. #노회찬이 그립다.
진주 야생 대밭 어제 거닐었던 대밭. 거칠다. 야생의 기운이 살아서 꿈틀댄다. 잘 가꾸어진 관광상품 대숲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흥이 솟구쳤다. 진주시 대곡면 마진리 306-4 근처 남강 제방 너머에 있다.
점빵이 하나 사라졌다-진주시 대곡면 중촌리 점빵의 기억 낡고 허름한 단층 콘크리트 건물이 있던 자리에 새로 지은 주차장이 산뜻하고 깔끔하게 들어서 있었다. 지난 여름만 해도 그대로 있었는데 옆에서 정자나무 구실을 하던 커다란 느티나무가 이태 전 여름 태풍에 꺾일 때도 멀쩡했던 동네 점빵이 그 몇 달 새 없어지고 말았다. 나의 박물관이 하나 사라졌다. 나의 도서관도 함께 사라졌다. 이태에서 다시 이태 전 여름 점빵 안방을 지키던 여주인은 그해 연세가 여든하나였다. 쉰아홉일 때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도시 생활을 접고 여기 들어왔는데 한 해 전에 남편을 앞세웠다고 하셨다. 문을 닫아도 아쉬울 건 없지만 그래도 열어두는 것은 담배와 소주를 찾는 영감님들이 동네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주인마님이 물 끓여 부어주신 컵라면을 후루룩거리며 더불어 내어주신 깍두기와 오이..
김장하 보유도시 진주 제대로 둘러보기 남성당한약방~진주성~대숲~형평운동기념탑~백촌 강상호 묘역, 그리고…… MBC 다큐멘터리 와 도서출판 피플파워의 책 가 관심을 끌면서 진주·사천을 찾아 선생의 흔적을 더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진주가 시나브로 김장하 보유 도시가 되고 만 것이다. 진주시는 이에 선생의 평생 일터이자 나눔과 베풂의 발상지인 남성당한약방 건물 보존을 결정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선생의 뜻을 따라 개인을 위한 기념관이 아니라 후원문화 정착과 확산을 위한 교육관으로 올해 말 문을 열기로 했다. ◇남성당한약방 = 남성당한약방은 진주시 남강로 677-1 3층 건물이다. 진주성 북문까지 500m 정도 거리가 된다. 김장하 선생이 남긴 자취를 새기는 동시에 진주 본연의 매력도 누리는 ‘김장하 투어’의 출발점으로 안성맞춤이다.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