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일빌딩245'의 광고를 조선일보에서 보았다. 2023년 8월 8일자였다. 80년 당시 항쟁의 중심이었고 지금 '5월 광주'의 으뜸 상징이 되어 있는 장소가 전일빌딩이다. 전두환 반란군에 맞서는 광주 항쟁의 발원지 가운데 하나였다.
전일빌딩이 '전일빌딩245'로 이름을 바꾼 까닭은 당시 반란군의 헬기 사격 총탄 자국 245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정당한 시민들의 저항과 무도한 반란군의 진압이 이 하나에 응축돼 있다.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245개 탄흔이 가장 명확한 증거이다. 탄흔을 지속 가능하게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5·18민주화운동을 후대에 온몸으로 알리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전일빌딩245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숫자 245를 크게 넣고 4의 가운데를 둥글게 처리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달려 있다. "‘245’의 정중앙의 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의 선명한 탄흔을 형상화하였다."
2.
이런 전일빌딩245의 광고가 조선일보에 실리다니 아무래도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당시 반란군의 헬기 사격이 있지 않았다는 주장을 아직도 계속하는 매체가 바로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확인된다. 월간조선 2023년 3월호에서 조갑제가 쓴 글이다. 주제는 "현대사 인식의 틀을 바꾸는 ‘戰後 70년 운동’의 의미"이고 부제는 "‘화려한 시절’ 1980년대의 명예회복부터!"이다.
"문재인 정권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발포명령, 암매장, 헬기사격의 누명을 씌우려 했지만 실패, 세 가지가 낭설임을 증명했다(국방부 특조위가 헬기사격에 의한 양민학살을 주장했으나 명백한 거짓말임을 모순덩어리 보고서가 증명한다)."
월간조선 2022년 10월호 [이문원의 대중문화 속으로]도 같은 주장이다. "'21일에는 헬기 사격까지 있었소.' 신작 영화 〈헌트〉 속 대사다. 8월 31일 현재까지 388만여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히트작이다. 1980년의 광주 5·18에 대한 묘사다. 문제는 '헬기 사격' 부분이다. 엄밀히 지금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2020년 6월 12일자 [김광일의 입]도 같은 소리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헬기 사격의 진실 같은 국가 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헬기 사격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부인하고 있고 증거 조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 말은 ‘무죄추정의 원칙’ 정면 위반이다."
3.
이처럼 광고주의 실체를 부정하는 매체에는 광고할 이유가 없다.
혹시 광고 효과라도 기대를 했을까. 그렇다면 헛다리를 제대로 짚었다. 조선일보 종이신문 독자는 두 부류다. 하나는 공짜로 주니까 생각 없이 받아보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이런 광고까지 살뜰하게 챙겨볼 까닭이 없다.
다른 부류는 수구적 생각에 찌든 남자 늙은이들이다. 헬기 사격은 없었고 총탄 자국은 조작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이 광고를 보고 '전일빌딩245'를 찾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조선일보는 '전일빌딩245'의 근본 바탕과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독극물이다. 이런 데에 '전일빌딩245'가 돈 내고 광고를 하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전일빌딩245가 조선일보에 광고를 한 것은 자신을 해치려는 강도에게 잘 벼려진 칼을 쥐여준 것과 다르지 않다.(2023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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