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동네는
빨래터가 우물가였네
우물은 들판 한쪽 구석
미나리꽝 옆에 있었다네
퍼질러 앉아 빨래하는 이들은
시집온 아낙들이었네
엄마도 있고 숙모도 있고
타성바지 아지매도 있었다네
끼얹는 물소리에
이야기가 묻히기도 했었네
나는 알아듣지 못할 얘기들은
빨래방망이에도 얻어터졌네
어린 우리들은
방망이질에 넋을 잃었다가
문득 일어서서
우물을 들여다보았네
우물은 얕았지만
조용할 때는 무서웠네
물지게 진 선머슴들
선한 웃음이 헤펐네
물동이 이고
어쩌다 오가는 누이들
뚝뚝 듣는 물 훔치기 바빴네
바지랑대 받친 빨랫줄
하얀 옷들이 나란했네
바람이 살랑,
구름이 흔들렸네.
# 경남 의령군 유곡면 신촌리 상곡천
# 마을과 들판을 잇는 징검다리 건너는 근처
---- 2023년 5월 24일
'의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물게 크고 멋진 의령 둠벙 (0) | 2024.02.16 |
---|---|
망우당 곽재우 생가 안채 정지간 (0) | 2024.02.01 |
의령 담쟁이넝쿨 흙돌담 헛간 (0) | 2024.01.28 |
의령천 숲길 짧게 자전거 타기 (0) | 2024.01.15 |
재우네에 놀러 갔더니 (0) | 2024.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