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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두꺼비와 로드킬

우리 동네에 저수지가 하나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

주택과 상가가 들어서면서 개발이 되다 보니

때 맞추어 물을 대야 하는 논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이 저수지는 평소에는 물이 빠져 있고

눈비가 제법 왔을 때나 한 번씩 채워진다.

 

바로 옆에는 왕복 2차로 아스팔트 도로가 있고

도로 옆에는 삼계천 하천이 흐르고 있다.

일대에 두꺼비가 많이 사는 모양인데

봄이 다가오니 알을 낳으려고

하천에서 저수지로 가느라

도로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나 보다.


며칠 전 어스름에 지나가고 있었는데

아저씨 한 분이 양손으로 무언가를 들어서 옮기고 있었다.

무어라무어라 하시기에 무슨 말씀인지 물었더니

차에 치여 죽는 두꺼비가 많다면서

두꺼비를 저수지 제방으로 옮겨준다고 하셨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많이 놀랐다.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벌써 15년이 다 되어 가고

여기 지나다닌 것도 하루이틀이 아닌데

여태 이런 사정을 생판 모르고 있었다.

 

다음날 다시 와서 도로를 살펴보니

두꺼비들이 건너가다가 마른오징어처럼

납작하게 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로드킬을 어떻게 막을 수 없을까 생각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무겁겠구나.

오가다 눈에 띄면 손으로 집어 옮기는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구한들 그게 몇 마리나 될까.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때 마침 한 마리가 보였다.

사람 다니는 인도에 녀석이 꼼짝 않고 있었다.

제대로 날씨가 풀리지 않아 몸이 굳어 있는 것 같았다.

장갑을 끼고 냉큼 집어들었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던지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조금 걸으니 손에서 두꺼비 나부대는 기척이 느껴졌다.

잠깐만 참아라 이 친구야 속으로 타이르는데

나는 마음이 급했던지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저수지 제방 풀섶에 툭 던졌더니

몸을 한 번 뒤집어 바로 하고는 또 가만 있었다.

내가 눈을 떼고 돌아설 때까지 계속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아직은 날씨가 차가워 그랬던 모양이다.

 

두꺼비 전용 생태통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겠지.

로드킬 주의 플래카드 정도는 내걸 수도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