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그날 밤
그날 밤 누군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어이없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놀란 마음으로 꼬박 밤을 지새웠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가 의결되고 군병력이 철수하기 시작했는데도 계엄을 즉시 해제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동틀 무렵에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이 우리가 발 딛고 선 엄연한 현실 속에서 석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거리에 나선 극우들,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윤석열, 자신의 알량한 이익을 위해 윤석열을 붙잡고 늘어지는 측근들의 광기는 사그라들기는커녕 점점 더 인면수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2. 대통령도 반역하면 처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임금 한 사람만 주권자였던 옛날 왕조국가와는 달리 국민 모두가 주권자인 나라다. 대통령은 국민을 주권자로 모시는 정부의 수반일 따름이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임금이 아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임의로 군대를 빼돌려 주권자를 해치려 했다면 가차 없이 처벌해야 마땅하다.
‘역모’ ‘반역’,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갖는 엄중함을 익히 알 것이다. 옛날에는 반역을 저지르면 장본인 한 몸으로는 모자라 친족뿐만 아니라 외족과 처족까지 더한 삼족을 멸해서 그 씨를 말렸다. 목을 베어 죽이는 참형은 기본이고 사지를 찢어 죽이는 능지처참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의 자식이라면 저질러서는 안 되는 가장 큰 범죄로 여겨 더없이 참혹하게 처벌했다.
지금도 반역죄만큼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더없이 가혹하게 다스려야 한다. 지위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권자의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다. 주권자로 모셔야 할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능멸·협박하는 내란죄와 외환죄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최악의 범죄다.

3. 사형에 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윤석열에게 목숨을 부지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첫째는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깨끗하게 항복하면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이 짐승이나 괴물처럼 무도한 존재가 아니라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인간임을 말과 행동으로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항장불살(降將不殺)이라고 했다. 전쟁에서 장수가 항복하면 아무리 죽을죄를 지었어도 죽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반역자 윤석열의 경우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윤석열은 항복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체포되지 않으려고 경호처에 총기 사용까지 지시하며 저항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반역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우기며 대다수 국민의 판단과 의지를 거스르고 있다.
의리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정도면 족하다. 그런데 눈을 씻고 봐도 그에게 의리는 없다. 검찰총장이 될 때 검찰 개혁을 약속했지만 곧바로 까뭉개고 난동을 부렸다. 이후에도 아내 김건희와 장모 최은순에서 최근 명태균 사태까지 그의 말 가운데 거짓말이 아닌 것이 없었다.
동네 양아치도 자기 졸개만큼은 감싸고 돌볼 줄 아는데 윤석열에게는 그런 수준의 의리도 없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자신의 모든 잘못과 책임을 눈도 깜짝 않고 부하에게 떠넘기는 비열함을 보였다. 군대의 국회 난입도 요인 체포도 자신은 지시한 적이 없는데 부하들이 알아서 실행했다는 궤변을 일삼았다. 윤석열은 이렇게 선처받을 수 있는 조건마저 스스로 걷어차 버리고 말았다.

4. 과거가 현재를 구했듯 현재는 미래를 구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그날 밤, 텔레비전을 통해 국회에 출동한 군인들이 머뭇대고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시기 전두환·노태우를 처벌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큰일이 났겠구나.’ 싶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1990년대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지만 민주 진영은 학생운동을 필두로 체포 결사대까지 조직하며 전·노 일당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 투쟁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들은 감옥에 갇히고 미약하고 불완전하지만 내란죄 처벌을 받았다.
이런 과거가 없었고 검찰 말대로 성공한 쿠데타라서 처벌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어떻게 되었을까? 현장에 출동한 군인들은 윤석열의 그릇된 명령을 지상과제로 여길 뿐 쿠데타가 불법이라는 인식도 없고 나중에 처벌받게 된다는 예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들은 시민들을 개머리판으로 조지고 공포탄과 실탄을 발사해 진압하면서 곧바로 본회의장으로 돌진했을 것이다. 그런 끔찍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그나마 과거에 반역자들을 처벌한 덕분이었다. 반대로 그때의 단죄가 불완전하고 미약했기에 윤석열이 이번에 쿠데타를 감행할 엄두를 낼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윤석열의 반역 이후 더욱 튼튼한 민주주의를 위해 헌법을 개정하고 법률·제도를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을 확실하게 처단하는 일이다. 누구도 반역을 꿈꿀 수 없도록 본때를 보여야 한다. 국민이 주권자 지위를 잃지 않으려면 반역자는 최대한 끔찍하고 가혹하게 처단해야지 한치도 너그럽게 대해서는 안 된다.
이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하여 본보기를 세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윤석열 같은 괴물이 미래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윤석열을 확실하게 처단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현재 세대의 책무다. 주권자인 국민을 능멸하면 누구든지 윤석열처럼 비참한 꼴을 당할 수밖에 없음을 후세에 일러주는 더없이 뚜렷한 지표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우리가 회피한다면 어쩌면 미래 세대에 또다시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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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이 아니라 글로 써서 남기는 것은 좀더 괴로운 일이다. 그래도 이번처럼 주권자가 어처구니없이 침탈당하는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따져 보아야 하지 않나 싶어서 작으나마 그 단초를 연다는 심정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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