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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추미애 아들 허위 보도의 경우

1.

20208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청탁 관련 허위 내용이 SBS를 통해 방송되면서 정치권과 민심이 크게 출렁였다. 조국 전 장관에 관한 허위보도로 엄청난 혼란을 겪은 뒤끝이라 잇달아 터져 나온 이 기사로 많은 사람들이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발단은 당시 장관 아들의 인사권자였던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 이철원 예비역 대령이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실과 한 통화 녹취였다. '부대를 바꿔달라고 청탁했지만 거절했으며 그러지 말라고 40분 동안 교육했다'는 것이다경찰 수사는 이를 거짓말로 판명했고 이 대령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미디어오늘 사진

 

2.

그런데도 SBS에 대한 경찰의 의견은 불기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판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보도 대상이 공인이면 이번처럼 내용이 비록 가짜라도 악의성=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의는 일부러 작정하고 거짓말을 꾸며냈을 때만 해당된다. 중과실은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데도 확인하지 않았을 때 인정된다하지만 취재 대상이 사회 통념상 충분히 신뢰할 만할 때는 확인 없이 오보를 내도 중과실로 인정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면 충분히 거짓을 꾸며댈 수 있는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보지만 경찰이나 법원까지 그렇게 보지는 않는 모양이다.

 

3.

이런 가운데 악의적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SBS의 오보는 어떤 취급을 받게 될까. '고의 또는 중과실에 따른 언론 오보는 손해액의 5배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부 계획대로 입법돼도 사정이 달라질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비록 거짓이라 해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는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해도 여태까지와 달리 악의성=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건수가 느닷없이 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손해배상 액수가 늘어나는 정도다. 배상액의 증가는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신문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기자협회는 '취재와 보도 위축''위헌 가능성'까지 입에 올리며 한 덩어리가 되어 반대하고 있다.

 

4.

허위보도로 지면과 화면을 도배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악의적 가짜뉴스는 인격 살인조차 서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흉기다. 조중동류의 거대 언론사주와 그 관리자들은 명백한 가해자다. 그런데도 반성은 않고 가증스럽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자협회라도 부끄러운 줄 알고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멈추어야 한다. 최소한 그렇게 각성하고 반성해야 지금 이 참담한 언론 현실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 20201118경남도민일보에 실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