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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진짜 삿갓배미를 보았다

두 달 전 8월에 삿갓배미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 창원 마산합포구 두릉마을에서 영락없는 삿갓배미 논을 보아서 한껏 기분이 좋아진 뒤끝이었다.

 

그러다가 이번 10월에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에 갔다가 진짜 삿갓배미를 보았다. 그 전에도 자주 다녔는데 그때는 왜 눈에 띄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에 견주면 앞서 마산에서 내가 보았던 삿갓배미는 그야말로 운동장이었다.

 

물론 친애하는 페북 절친 이수완님이 중국 귀주에서 보았던 산갓배미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이수완님은 거기서 벼 열일곱 포기밖에 심기지 않은 논을 보았다고 하셨다.

 

그래도 크게 미치지 못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옆에 길을 내면서 조금 잡아 먹힌 듯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현존 삿갓배미 가운데는 으뜸이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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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말하자면 삿갓배미의 유래는 이렇다.

 

옛날 농부가 논에서 김을 매다가 세어 봤더니 한 배미가 모자랐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날이 저물어 집에나 가야겠다면서 벗어둔 삿갓을 집어 들었다. 그러니까 그 밑에 사라진 한 배미가 있었다.

 

논이 얼마나 작았으면 이런 우스개까지 생겨났을까. ‘삿갓배미 열 개를 모아도 한 마지기(200) 될까 말까……이런 말까지 있었다. 부쳐 먹을 땅이 얼마나 없었으면 가파른 산비탈의 자투리조차 논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 사진 왼쪽 아래 길가 논이 진짜 삿갓배미. 그보다 큰 삿갓배미도 있는데 그 뒤로 보이는 것이다.

** 2024년 10월 10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