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어느 봄날
집 앞 작은 동산을 지나는데 나무 하나가
밑둥치에서 위쪽까지 줄기가 젖어 있었다.
아래는 흥건하게 거뭇거뭇 빛날 정도였고
가슴께부터는 마른 데도 있어서 얼룩덜룩 무늬가 졌다.
땅도 질펀해져 미끄러울 정도였고
가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진 자국도 여기저기 선명했다.
태양의 햇살이 지구에 닿는 각도가
약간 높아졌을 따름인데도
얼었던 땅이 바로 녹았구나
메마른 나무에 물이 오르는구나.
절로 마음이 겨워져서
나무에 귀를 갖다 대었다.
믿기지 않게도 물 소리가 들렸다.
희미하지 않고 뚜렷하게 들렸다.
풀밭에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쉬쉿~ 쉬쉿~’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메타세쿼이아. 1970년대 계획도시 창원을 조성하면서 가장 먼저 길거리에 심은 나무다. 30년만 자라도 아름드리가 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물을 무척 좋아하고 땅속에 뻗은 뿌리가 하늘로 솟은 줄기의 길이가 거의 같다고 들었다.
나는 메타세쿼이아를 보면
언제나 그 생각이 난다.
한 달 뒤에 저 나무들은
봄물이 잔뜩 오른 채
휘파람을 불며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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