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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금산온천의 고마운 족욕장

 

1.

창원시 북면 마금산온천에는 족욕장이 있다. 돈 내지 않고도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자리에 앉아 따뜻한 온천물에 발을 담그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다리부터 데워지기 시작해서 30분쯤 지나면 이마에 땀방울이 조금씩 맺힌다. 몸에 막힌 기운이 뚫리고 흐르는 느낌이 들면서 어쩐지 개운해진 것 같기도 하다.

마금산온천 족욕장

 

2.

주변에는 이런저런 판넬이 늘어서 있다. 처음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몇 번 가다 보니 눈에 들어왔다. 족욕을 마치고 둘러보니 우리 지역 전래 이야기그러니까 전설이었다.

 

정병산 호랑이단 똥 장수는 범상하고 뻔한 구성이었다.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달이 되어 뜬 산 백월산도 있는데 지역 경관을 자랑하고픈 마음은 가상하지만 발상이 사대주의에 찌들어 있어 못마땅하다.

 

3.

고마운 북두칠성은 그럴듯하다. 상투적이지 않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내용이었다. 흐름도 사건을 늘어놓기만 한 평면 구성이 아니고 곡직과 고저가 어우러지는 입체 구성이다.

 

인간적인 감정도 묻어나고 삶의 신산함도 넉넉하게 담겨 있다. 즐거움과 괴로움도 다양하게 변주되는데 그게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붙어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이런 데서 이런 전설로 마음이 눅눅해지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4.

그래서 나는 어디서 눈이 밝고 정신이 맑은 사람이 본다면 시·소설 같은 문학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아니면 연극·영화든 음악이든 훌륭한 예술의 모티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손이 무뎌서 그런 창작은 못 하지만 그래도 재미없는 작업을 참고 해내는 끈기는 있는 편이다. 신진 예술가의 눈에 띄기를 바라며 이렇게 적어서 남긴다.

 

5.

어느 마을에 가난한 영감과 할미가 살고 있었다. 벼가 누렇게 변할 때 즈음 슬하에 아들 둘이 배가 고파 허기져 누워 있는 것을 본 영감이 부인더러 논에 가서 나락이라도 훑어서 아이들을 먹이라고 하였다. 부인은 곧 나락을 훑으러 논에 갔는데 별 하나가 물에 비춰 자기를 빤히 보고 있어 나락을 훑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하루는 그 마을의 부잣집 어린 하인이 바가지에 가득 쌀을 퍼 가지고 와서는 할배! 이 쌀을 끓여서 아들 명 보존이나 하소!’ 하고 가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부잣집 어린 하인에게 이 쌀을 몇 번 얻어먹었다.

 

또 하루는 이 하인이 와서는 자신이 모시던 부잣집 영감이 세상을 떠나서 일류 풍수쟁이들이 묘 자리를 보러 다닌다고 하면서 이번에 할배도 묘 자리 하나 잡아 보소!’ 하는 것이었다. 영감이 내가 글도 모르는데 명당을 어떻게 잡을 수 있겠느냐?’ 하니 하인은 자기만 믿으라고 하였다.

 

영감은 어린 하인이 시키는 대로 그 마을에서 이름난 산 중턱에 있는 연못에 이르렀고 패철이 가리키는 곳에 땅을 파보니 그곳에 돌곽이 있었다. 영감은 그곳이 명당이라고 말하고는 이곳에 시신을 묻으라고 하고 자리를 뜨니 다시 물이 찰랑거리면서 큰 못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물명산이라고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하인이 다시 찾아와, ‘할배가 이런 명산을 잡아줘서 마을 사람들이 자기 묘 터를 봐 달라고 할 테니 내가 할배 눈을 거두어 가야겠다.’ 하고는 영감을 앞을 못 보는 봉사로 만들어 버렸고 영감은 명당을 잡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을 돌려보내었다.

 

이렇게 사람들을 보내고 나니 부잣집에서 감사의 뜻으로 살림의 반을 나누어 영감에게 주었고 소와 머슴까지 딸려 보내주어 큰 부자가 되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일이 있은 후 어린 하인을 아무도 볼 수 없었다.

 

부부는 하인의 은혜를 갚기 위해 사라진 그를 보고 싶어 하였는데, 어디 나룻가에 가면 볼 수 있다 하여 선물바구니를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하인을 기다리다 해가 저물고 한밤중이 되자 한 사람이 다가와 무슨 연유로 서있냐고 물었다. 부부가 사정을 이야기하니, ‘그 사람을 보려거든 저 하늘의 북두칠성을 저녁마다 쳐다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할미가 벼 이삭을 끊으러 갔을 때 본 별이 바로 북두칠성이었고, 이 칠성이 이삭을 끊으러 나온 할미의 모습에서 진심으로 살고 있음을 알아보고는 큰 복을 내려준 것이었다.”

 

6.

덧붙임 1 : 족욕장은 4월부터 11월까지 한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추워서 문을 닫는다.

 

덧붙임 2 : ‘노힐부득과 달달박박도 있다. 이것도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데 내가 보기에 이것은 우리나라 불교의 독립선언문이다. 짧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여기서는 생략한다. 나중에 따로 한 번 다루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덧붙임 3 : ‘고마운 북두칠성이야기에서 논에 가서 나락을 훑는다는 표현은 남의 논에서 나락을 훔치는 것을 말한다. 그 도둑질을 무엇이 어떻게 지켜보고 있었느냐가 관건이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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