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제 열흘 전에 마을 청소
소량마을에서는 동제를 음력 10월 15일에 지낸다. 이장이 제주를 맡고 있으며 축문 읽는 제관은 글만 읽으면 되니까 특별히 걸리는 것이 없는 무탈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을 정한다. 옛날에는 깔끔한 사람을 골라 제주와 제관을 맡겼는데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
한복 차림은 제주만 한다. 축문 읽는 제관도 하지 않는다. 두모마을이나 홍현마을처럼 제주가 당일 동제 지내기 전에 어디 가서 목욕재계하거나 하는 일은 예전에도 없었다. 그냥 집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동제 지내러 가면 되었다.
동제 준비는 1주일 전~열흘 전에 시작한다. 정결하게 천지신명을 맞아들이기 위해 마을 청소를 하는 것이 색다르다. 또 제주의 집 대문에 금줄을 치지 않는 것도 다른 마을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부부 합방을 금하고 행동거지와 언행을 조심하고 삼가는 것은 다르지 않다.

2. 앵강만에서 가장 높은 금줄
낡은 금줄을 걷고 새 금줄을 두르는 일도 이날 미리 한다. 위쪽에 잎이 달려 있는 대나무를 당산나무 앞마당(상주면 양아리 1950-12) 들머리 양쪽에 세운 뒤 6~7m 정도 좌우를 잇는 금줄을 친다. 대나무는 길이가 5~6m인데 그래서 동제를 지내는 앵강만 다섯 마을에서 가장 높게 금줄이 쳐진다. 또 바닥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군데군데 황토를 뿌린다.
동제는 산신제, 당산제, 용왕제로 구성되는데 산신제 자리에는 금줄을 치지 않는다. 당산제 자레에는 당산나무만 금줄을 한 바퀴 두르고 밥무덤은 치지 않는다. 용왕제 밥무덤은 사람 허리 높이에서 자른 대나무 줄기를 장방형으로 네 군데 꽂고 금줄을 한 바퀴 둘러준다.
산신제는 마을 들머리 삼거리의 트랙터가 늘 세워져 있는 한쪽 모퉁이(상주면 양아리 797-4 근처)에서 지낸다. 당산제는 당산나무 앞마당(상주면 양아리 1950-12)에서 지내며 이어지는 용왕제는 거기서 바다 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데로 옮겨 바다를 보고 지낸다.

3. 밥을 올리지 않는 산신제
동제 지내는 절차나 의례는 다른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 제사 모두 초를 켜고 향을 피운 상태에서 진행한다. 술을 올리고 절을 하고 하는 것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축문을 읽는 것은 산신제와 용왕제는 하지 않고 당산제에서만 한다.
제물은 산신제의 경우 북어포, 과일, 나물 그리고 술 한 병이 전부다. 당산제는 수어, 받침고기, 다른 생선 7~8가지, 과일 10가지 정도, 육고기와 떡, 나물을 올린다. 용왕제는 당산제에 썼던 제물 가운데 일부를 다시 내려서 쓴다.
세 제사는 이렇듯 제물도 다르지만 밥도 다르다. 먼저 산신제는 제상에 밥을 아예 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당산제는 보통 쓰는 크기로 두 그릇을 올리며 용왕제는 한 되 남짓 들어가는 큰 양푼 하나에 밥을 담아 올린다.


4. 용왕제 밥무덤은 밥 묻는 자리가 두 개
밥무덤은 두 군데 있다. 산신제는 밥을 올리지 않기 때문에 밥무덤이 없다. 당산제는 앞서 올렸던 두 그릇을 하나로 합해서 묻는다. 반면 용왕제는 한 양푼에 담긴 밥을 둘로 나누어 묻는다. 그래서 용왕제 밥무덤은 한 테두리 안에 두 개가 놓여 있다.
밥을 묻는 절차는 당산제와 용왕제 둘 다 밥무덤 판돌을 들어올리고 땅을 파고 밥을 참종이에 싸서 묻은 뒤 나물을 올리고 황토를 덮고 판돌을 원래대로 올리면 끝난다. 술은 세 제사 모두 뿌리지 않는다. 용왕제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짚으로 싸서 배처럼 만든 데에 생선을 담아 바다에 띄워 보냈으나 올해는 생략했다.
당산제가 끝나면 앞서 말한대로 제물의 일부를 용왕제로 가져가 제사를 지낸다. 나머지 대부분의 제사 음식은 마을회관으로 가져가 조금 있다 용왕제를 마친 주민들이 와서 먹고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미리 장만해 두기 시작한다.

5. 내년부터는 지내지 않기로 했다
음식을 나누는 자리는 이튿날 아침에도 차려진다. 전날 동제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마을회관에 모여서 음식을 나눈다. 그들이 동제에 오지 않은 까닭은 개인 사정 탓일 수도 있고 경조사가 있거나 해서 부정 타지 않도록 하려고 스스로 삼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동제를 올리는 목적은 마을의 발전과 주민들의 건강, 그리고 농사 풍년과 어업 풍어를 천지신명에게 기원하기 위해서이다. 일종의 기원제인데, 제수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으며 단결과 화합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물은 새마을부녀회에서 전날 장을 봐 와서 당일 낮에 음식을 장만한다. 제수 비용은 어촌계에서 지원해 주는데 대략 50만 원 정도다. 동제에는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외부인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지는 않는다.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외부인이 참여하는 경우는 여태껏 없었고 요즘은 동네 사람들의 참여도 갈수록 줄고 있다.
소량마을은 올해 2024년까지만 동제를 지내고 2025년부터는 지내지 않기로 했다. 시대 흐름이 제사를 안 지내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다 동제를 지내나 지내지 않으나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도 있고 번거롭고 많이 힘들다는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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