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환경단체 때문에 손실 발생했다고?
조선일보가 2023년 6월 28일자 1면과 3면에서 ‘괴담 손실 수조원, 국민이 떠안았다’라는 제목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모르고 보면 아무리 조선일보라도 설마 저런 것까지 거짓말을 하겠나 싶다.
“2000년대 초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구간은 환경 단체 등이 천성산 습지(濕地) 및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주장해 6개월간 공사가 지연돼 145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가짜뉴스이고 괴담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2003~04년 이 사안을 취재하고 보도했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2. 당시 상황은 이랬다
문제를 제기한 이는 지율 스님이었다. 그는 당시 양산 내원사에서 산감(山監) 소임을 맡고 있었다. 내원사 소유인 천성산 일대를 살피러 다니는 과정에서 허락을 받기는커녕 연락조차 없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산자락을 파헤치는 현장을 보게 되었다.
무슨 연유로 이렇게 하느냐고 묻게 되었고 공단은 유감 표명도 없이 고속철도 원효터널 공사를 한다면서 그 근거로 환경영향평가 최종보고서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천성산 공사 예정지 일대에는 도롱뇽이 한 마리도 서식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현장을 제대로 둘러보지 않고 적은 부실 보고서였다. 지율 스님이 천성산을 돌아다니면서 날마다 보는 것이 바로 도롱뇽이었기 때문이다. 천성산 일대는 물이 풍부해서 지금도 가서 보면 도롱뇽 천국이다.
3. 환경영향평가 새로 하자고 했을 뿐
지율 스님은 공단에 요구했다. 간단한 것이었다. “골짜기마다 살고 있는 도롱뇽을 어떻게 한 마리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다시 하자.” 상식으로 생각하면 잘못된 환경영향평가는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 간단하고 당연한 요구를 공단은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그냥 깔아뭉갰다. 거대한 정부기관 앞에서 지율 스님은 깊고 크게 무력감을 느꼈다. 그래서 제기한 것이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구간 공사 착공 금지 가처분소송’이었다.
재판에서도 지율 스님은 저 괴담처럼 천성산 습지와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멸종한다는 얘기는 더더욱 하지 않았다. 도롱뇽이 없다는 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고 따라서 전체 결과도 믿기 어려우니 새로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지율 스님은 그렇게 공개적으로 공정하게 새로 환경영향평가를 해서 터널 관통 공사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두말없이 승복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공단은 무엇이 구렸는지 끝까지 들은 척을 하지 않았다.
4. 주장을 위해 팩트를 비트는 괴물들
자기네들이 잘못해 놓고도 없는 허물을 만들어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는 어거지를 부리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래서 독극물보다도 해로운 물건이다. 괴담과 가짜뉴스는 조선일보가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주장을 위해 팩트를 비트는 인간은 기자가 아니다. 가짜뉴스로 괴담을 퍼뜨리는 인간은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다. 편집국장이나 담당 데스크가 오더를 내려도 최소한 팩트체크는 해야 한다. 그것조차 하지 않는 박수찬 양지호 당신들은 괴물이다.
3면의 다른 기사에서 "'터널이 뚫리면 멸종한다'는 얘기가 횡행했던 경남 천성산도 마찬가지다"라고 쓴 김주영 기자도 똑같다. 도대체 누가 '횡행'시켰는가? 환경영향평가 새로 하자는 요구를 그렇게 비튼 장본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모호하게 처리했다.
13년 전인 2010년 10월에 중앙일보 임현욱 기자가 똑같은 짓을 했는데 이렇게 다시 조선일보가 뒷북을 칠 줄은 몰랐다. 저 괴물들은 철 지난 옛 노래도 자기네한테 도움만 된다면 가사를 틀리게 고쳐서 지겨운 줄도 모르고 틀어댄다.
--2023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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