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달 전, 오랜만에 의령천 숲길을 찾았다. 삼대구년만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나섰다. 지난 한 해 몸을 혹사해 근육이 늘어진 탓인지 4월까지 넉 달 동안은 자전거 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찾은 구간은 덕곡서원에서 시작하여 상류 방향으로 활터인 홍의정을 지나 일정 지점까지 3km가량이다. 물론 의령천 자전거길은 아래와 위로 더 길게 조성되어 있다.
덕곡서원에서 하류로 구름다리와 의병박물관을 지나면 곽재우 장군과 열일곱 장령을 모시는 충익사가 나온다. 여기서는 한 자리에서 멋지고 아름드리 나무를 많이 뵈올 수 있는 것이 남다른 즐거움이다.

2.
같은 숲길을 두 번 오갔다. 첫 번째는 걸어서였고 두 번째는 자전거를 타고였다. 어림짐작하면 10km는 넘을 것 같았다. 자전거 탄다고 하기에 이런 거리 이런 평지는 사실 좀 많이 거시기하다.
제방을 따라 양쪽으로 심겨 있는 나무는 여전히 좋았다. 처음에는 잣나무(아니면 전나무)가 이어지다가 중간 즈음에서 벚나무로 바뀐다. 그늘은 아무래도 활엽수인 벚나무가 짙었다.
나무 아래쪽에는 수국이 자리를 잡고 꽃을 피울락말락 하고 있었는데 아직 뿌리가 제대로 활착하지 못한 탓인지 작기도 하고 싱싱하지도 않았다. 내년에는 좀더 나아지겠지.

3.
수국과 잣나무와 벚나무는 나쁘지 않았지만 오가면서 동행한 의령천은 아니었다. 물은 흘러야 맛인데 군데군데 고여 있었다. 여기저기 들어선 콘크리트 보가 가로막고 있어서였다.
멀리서 보았는데도 물 속에 뿌옇게 이끼가 끼어 있었다. 더워서 땀이 나는데도 그 물에 손을 담그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의령군수라면 어떻게 해서든 저 물을 흐르게 할 것이다.

4.
가까이에 의령시장도 나쁘지 않다. 3일과 8일 장날에 맞추면 두어 시간 거닌 다음 눈요기를 할 수 있다. 의령 명물 소바도 한 그릇 먹을 수 있고 망개떡도 한 통 살 수 있다.
다행스럽게 걷고 나서도 몸이 늘어지지 않았다. 의령천 물줄기만 막힘 없이 흐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책로였다. 의령 사람들은 이 숲길 하나만으로도 축복받았다. 나는 의령도 사랑한다.

--2023년 6월 30일
'의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우당 곽재우 생가 안채 정지간 (0) | 2024.02.01 |
---|---|
그 동네의 빨래터 (0) | 2024.01.28 |
의령 담쟁이넝쿨 흙돌담 헛간 (0) | 2024.01.28 |
재우네에 놀러 갔더니 (0) | 2024.01.13 |
유곡천변 정원이야기 (0) | 2024.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