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합천

석 달 전 삼가장날 새끼줄로 엮은 마늘 한 접

 

 

1.

나는 이런 마늘이 좋다. 열 개씩 하나로 열 묶음을 새끼줄로 엮었다. 이렇게 마늘을 한쪽으로 치우치게도 하고 여자아이 머리 땋듯 양쪽으로 갈래 지게도 한다.

이런 마늘 한 접을 베란다 빨랫줄에 매달아 놓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똑 분질러 가져온다. 한 쪽씩 쪼갠 다음 손톱이나 칼로 껍질 까서 먹는다.

나는 이 마늘을 석 달 전에 장만했다. 2일과 7일에 열리는 합천 삼가장에서 3만 원을 주고 샀다. 덕분에 지금껏 싱싱한 마늘을 먹고 있다

껍질을 벗긴 마늘은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금세 시들시들해진다. 조금 더 지나면 싹도 나고 패기도 하다가 흐물흐물 녹고 썩어버린다. 먹기도 거시기하고 버리기도 거시기하다.

 

2.

시간이 아까워 어떻게 그리 하느냐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나는 품을 들이고 돈을 아끼는 선택을 했다. 같은 마늘이라면 깐 마늘이 안 깐 마늘보다 비쌀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싱싱하게 먹으려면 조금씩 사야 하고 가게나 시장에를 자주 가야 한다. 그때마다 들여야 하는 시간에 발품까지 생각하면 그렇게 밑지는 노릇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친구는 귀찮지 않느냐 말해주기도 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귀찮아도 하다 보면 재미있어지거든.” 껍질을 벗겨내면 속살이 보기 좋게 나타나는 것이 나는 즐겁다.

언제부터인가 양파도 호두도 해바라기씨도 호박씨도 밤도 도토리도 즐겨 까게 되었다. 힘들어도 귀찮아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보람을 느낀다.

 

3.

새끼줄에는 어린 시절 기억도 한 가닥 묻어 있다. 볏짚을 꼬아 만든 새끼줄을 보면 머슴방 쿰쿰한 냄새가 떠오른다. 겨울이면 거기 모여 앉아 새끼줄 꼬는 것이 부업이었다.

나는 왼손잡이여서 제대로 꼬지 못했다. 내가 꼰 새끼는 볼품도 없었는데다 쉽게 끊어져 버리기도 했었다. 왼새끼는 아예 꼬지도 못하게 했지만 나는 그조차 제대로 꼬지 못했다.

1970년대 초반 새끼 꼬는 기계가 나왔다. 거기다 서너 가닥씩 볏짚을 잇달아 꽂기만 하면 되었다. 아무리 애써도 안 되던 새끼가 거기서 쏟아질 때 어렸지만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4.

나는 오늘도 마늘을 깐다. 나는 기억과 손품을 한데 버무리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 이것들, 내일 아침이면 내가 먹을 음식으로 이런저런 형상으로 밥상에 올라오겠지. 참 맛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