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절터 옆에 새 절간이 들어서는 경우가 없지 않다.
대부분 꼴사나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내가 본 바로는
합천 모산재 영암사지 옆에 영암사와
대구 달성 비슬산 대견사지 옆에 대견사가 그렇다.
천 년도 더 되었을 절터는
폐사지여도 조화로움이 있으나
새로 지은 절간에는
조화나 균형이 없다고 무방하다.
합천 영암사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옛 절터의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바로 옆 바깥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 대견사는 그렇지 않다.
멋진 유물들이 자리 잡은
옛 절터 안으로 들어와
안목이 없는 내가 보아도 무질서할 정도로
산만하게 여기저기 휘저어 놓았다.
오래된 유물들이
새로 지은 건물에 내쫓겨
이리저리 흩어지고 달아나
제 모습을 숨기고 있는 형국이다.
하다못해 연등 하나를 달아도
대나무처럼 좀 자연스러운 소재를 쓰지 않고
무식하게 쇠파이프를 줄줄이 연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휘둘리지 않는다.
하늘 끝자락에 기대어 선
대견사지 삼층석탑 덕분이다.
앞에서 보아도 절로 흥그러워지고
옆에서 보아도 마음이 달떠 오른다.
저 널찍한 바위는 배례석이 틀림없다.
그 두터움에 마음까지 푸근해질 지경이니.
가까이서 보면 석탑이 가득하고
멀찍이서 보면 하늘이 가득하다.
# 2023년 9월 24일에 찾아갔더니 이미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억새와 더불어 잔뜩 피어 있더라.
# 대구 달성 비슬산의 대견사지 삼층석탑은 내가 알기로 경남 산청 지리산의 법계사 삼층석탑 다음으로 높은 데 있다.
# 법계사 삼층석탑은 옆에 낭떠러지가 없어서 대견사지 삼층석탑 같은 호쾌한 맛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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