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저가 없어지면 사저도 사라진다
윤석열이 현직 대통령에서 전직 대통령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윤석열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머물 자격이 없어졌다. 관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고관들이 거처하도록 정부가 마련하여 빌려주는 집’이라 되어 있다. 신분이 고관=지위가 높은 관리=대통령이라야 관저에 머물 수 있다.
윤석열은 4월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어 신분이 민간인으로 바뀌었다. 그 즉시 관저를 떠나 원래 살던 데로 돌아가야 했으나 지금껏 미적거리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이 돌아갈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를 두고 대부분 보도매체들은 '사저(私邸)'라 하고 있다.
사저는 관저와 짝을 이루는 말이다. 당사자가 고관일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고관들이 사사로이 거주하는 저택’이라 적혀 있다. 그래서 윤석열이 현직 대통령일 때는 서초동 그 집이 사저일 수 있었다. 지금 윤석열은 이미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으므로 그가 사사로이 거주할 데를 일러 사저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2. 존대 받을 존재가 아니다
이에 더해 관저나 사저의 저(邸)에는 존대의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사람의 지위나 신분에 따라 그가 사는 집을 구별해 왔다. 신분·지위가 낮으면 '집'이나 '가(家)'라 하고 그보다 높으면 '택(宅)'이나 ‘사(舍)’라 하고 장관급 이상으로 높으면 '저(邸)'라고 해 왔다.
윤석열은 그런 존대를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2년 8개월 동안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 안 좋은 짓만 저질렀다. 국민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자기 좋다는 지지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었다. 무엇보다 그는 주권자인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댄 내란 수괴이다.
3. 윤석열은 자택도 아깝다
윤석열이 돌아가 사사로이 머물 거처를 무엇이라 하면 될까? 물론 ‘윤석열의 집’이라 해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냥 그렇게 쓰면 어쩐지 박절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거기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이든 아니면 다른 제3의 장소가 되든 관계 없이 '윤석열 자택'이라 하면 알맞을 것 같다.
그런데 어쨌거나, 그가 그 자택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 같다. 내란 수괴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외환유치죄, 반란죄 등으로도 수사를 받고 기소될 것이 분명하다. 그밖에도 공천 개입,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그를 기다리는 범죄 혐의는 숱하게 많다. 결국 그가 거처해야 하고 거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감옥이다.
4. 보도매체들은 가려 써야 한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사저라 하든 자택이라 하든 별로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파급력 또는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도매체는 제대로 따지고 가려서 써야 한다. 영향력과 파급력이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세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한겨레>와 <동아일보>·<더팩트> 정도가 ‘자택’이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사저’라 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사저”라고 하는 것은 이런 보도매체 때문이다. 물론 <조선일보>와 <TV조선>만큼은 제 마음대로 ‘사저’라 해도 된다. 그것들은 보도매체가 아니라 독극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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