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민간인 윤석열에게 사저는 없다’는 글을 써서 올린 적이 있는데 요지는 이렇다.
보도매체들이 대부분 윤석열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를 사저라 하고 있는데 맞지 않다. 왜냐하면 사저는 고관(高官=지위가 높은 관리)들이 사사로이 머무는 집을 가리키는데 윤석열은 4월 4일 대통령에서 파면되어 고관이 아닌 민간인이다. 그러므로 존대의 뜻까지 은연중에 담고 있는 사저 대신 자기 집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자택(自宅)이라 하면 적당하다.
그때 이렇게 적으면서 대충 살펴봤더니 <한겨레>·<동아일보>·<더팩트> 정도만 자택이라 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그냥 생각 없이 사저라 하고 있었다.
그런데 14일 다시 살펴보니 조금 바뀌어 있었다. <한겨레>·<동아일보>·<더팩트> 셋에 더해 <한국일보>·<뉴스1>·<MBC>·<경향신문>·<JTBC>·<노컷뉴스>·<연합뉴스> 등 일곱 개 매체가 사저를 버리고 자택이라 하고 있었다.
여전히 사저를 쓰는 데는 <MBN>·<YTN>·<한국경제>·<파이낸셜뉴스>·<머니투데이>·<뉴시스>·<매일경제>·<KBS> 등 여덟 군데였다. 더 찾아볼까 하다가 별 보람이 없을 것 같아 그만두었는데 경제지들이 많이 사저라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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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매체는 일반인들과 달리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 보도매체가 맞지 않게 쓰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그냥 그대로 따라 쓴다. 어떤 정치 성향을 띠느냐를 떠나서 보도매체라면 낱말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가려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보면 <YTN>과 <KBS>는 나름 영향력과 파급력이 큰데도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사저라 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노릇이다.
<조선일보>도 영향력이 큰데 왜 살피지 않느냐 묻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것은 보도매체가 아니라 생각만 해도 구역질 나는 독극물이라 어떻게 쓰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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