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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그 집 김치가 먹고 싶어 찾아가는 식당

1. 주인을 닮은 김치

 

간혹 그 집 김치가 먹고 싶어서 가는 식당이 있다. 함안 가야장의 진이식당이랑 창녕 영산장의 맘보식당이다. 공교롭게도 가야장과 영산장 모두 5일과 10일 열리는데 이 두 식당은 장날 아닌 날도 문을 열어놓고 있다.

 

두 집 김치의 공통점은 맛이 좋다는 데에 있다. 두 곳 다 김장김치 묵은지를 내놓는다. 세지도 약하지도 않고 짜지도 싱겁지도 않으며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서 그야말로 적당하다.

 

입에 넣으면 먼저 군침이 도는데 곧바로 씹으면 김치에서 스며나온 물기와 섞이면서 그 맛이 혓바닥 전체로 번져나간다. 배추 속 알갱이가 터지는 느낌도 있고 껍질의 적당한 질감도 느껴진다. 그러다 슬그머니 혀가 살짝 아릴 때도 있는데 그런 다음에는 대체로 탄성이 절로 터진다.

 

차이점도 없지 않다. 진이식당은 차분한 느낌을 주면서 웅숭깊다. 맘보식당은 도드라지면서 밝다는 느낌이 든다. 별 근거 없는 나만의 감상이지만 어쩌면 김치가 자신을 만든 주인을 따라 닮아 그런지도 모르겠다.

함안 가야장 진이식당의 김치.

 

2. 예술 수준의 김치

 

진이식당 김치는 이런 적도 있다. 언젠가 45년 묵은 대구 친구 한 명에게 자랑했더니 한 번 맛보고 싶다고 했다. 특별히 부탁해 몇 포기 얻어 택배로 보내준 적이 있는데 바로 연락이 왔다. “김치가 정말 예술이네. 담근 안주인의 인품이 느껴지더라.”

 

그 친구 딴에는 나름 미식가를 자처한다. 만약 맘보식당 김치도 맛보았다면 이렇게 품평을 했을 것이다. ‘김치가 예술이라는 말은 달라지지 않았을 테고 뒤에 나오는 인품성품으로 바뀌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나는 본다.

 

진이식당 안주인은 은근히 고매하면서 그윽하게 속이 깊다. 그래서 인품이라는 낱말이 더 어울린다. 맘보식당 안주인은 환하게 웃는 얼굴에 얼핏 보아도 사근사근하다. 그래서 성품이라는 낱말과 더 잘 맞아떨어진다.

 

3. 김치 말고도 공통점이 더 있다

 

첫째 두 곳 다 집에서 빚은 가양주(家釀酒)를 판다. 맛은 저마다 다르지만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함은 똑같다. 둘째 음식값이 비싸지 않다. 둘이 가서 푸짐하게 먹으면서 가양주까지 더해도 4만 원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함안 가야장 진이식당은 주인이 손수 담근 뻑뻑한 농주가 좋다. 한 잔만 마셔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나는 주로 한 되를 시킨 다음 두어 잔 기울이고 나머지는 페트병에 담아 가져온다. 때로는 두어 되 따로 받아서 오기도 한다. 안주는 명태전이나 부추전이 적당하다.

 

농주를 낫게 마셨기 때문에 배가 부르다면 끼니는 걸러도 된다. 물론 국수를 먹어도 된다. 여러 밑반찬이 나오는데 전부 집에서 기른 채소와 양념으로 만들었다.

창녕 영산장 맘보식당의 김치.

 

도로명 주소 : 함안군 가야읍 장터길 25.

전화번호 : 055-582-7663.

미리 전화로 확인하지 않으면 간혹 헛걸음할 수도 있다.

 

창녕 영산장 맘보식당에서 빚어 파는 술은 두 가지다. 하나는 흰색을 띠는 동동주이고 하나는 맑게 걸러내어 투명한 청주다. 마셔본 바로 세거나 부드러운 차이는 없는 것 같고 값은 청주가 조금 비싸다. 전체적으로 상큼하고 달콤하다.

 

메밀묵도 좋다. 여기만한 메밀묵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찰지고 고소하고 산뜻하다. 파는 묵채를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그냥 썰어달라 해서 김치를 곁들여도 좋다.

 

도로명 주소 : 창녕군 영산면 유다리길 9-1.

전화번호 : 055-536-7087.

전화로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간혹 헛걸음할 수도 있다.

 

 

### 2024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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