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맑은생선구이는 통영에 있는 맛집이다. 얼마 전 거기 가서 생선구이를 먹은 적이 있다. 여태 맛본 것 가운데 가장 뛰어난 축에 들었다. 값은 싼 편(1인분 1만5000원)이었고 곁들여 나온 반찬은 하나같이 정갈했다.
1.
벽에 보니 생선구이도 하지만 그 재료인 반건조생선을 팔기도 한다고 적혀 있었다. 생선구이가 이 정도면 엄청 훌륭하지 하면서 대충 물어보고 10만 원짜리 하나를 부탁했다.
상품 구성을 설명해 드리겠다며 밥 먹는 옆에 실물을 들고 와서 무엇 몇 마리 무엇 몇 마리~~ 했다. 생선을 잘 모르는 나는 모두 열네 마리라는 것만 귀담아들었다.
10만 원에 열네 마리면 한 마리에 7000원 조금 넘네~~. 이만한 크기 반건조생선은 어디를 가도 이보다는 비싸던데~~.
집에 와서 보니 모두 다섯 가지였다. 참돔이 두 마리이고 민어조기·가자미·능성어·열기(불볼락)가 세 마리씩이었다. 내가 알기로 다들 고급이라고 알려진 어종들이었다.
2.
한 마리 두 마리씩 쪄서 먹어보았다. 한 점씩 떼어 입에 넣었더니 흩어지지 않고 씹히는 느낌이 좋았다. 간도 적당히 올라 있어서 양념장을 따로 장만할 필요가 없었다.
꼬리꼬리한 냄새도 없었다. 나는 여태 큼큼한 냄새를 당연하게 여겼는데 그런 냄새가 일절 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것은 잘 못 말리는 바람에 살점이 상해서 나는 냄새였다.
3.
가자미 능성어 참돔 가자미 민어조기 등 고기마다 맛이 색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그 생선이 그 생선인 양 두루뭉술한 맛은 없었고 종류별로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가자미는 내게는 질기고 얄팍한 한 급 떨어지는 생선이었는데 아니었다. 이번에 먹은 가자미는 맛도 식감도 훌륭했다. 이전에 먹었던 가자미는 제대로 말린 가자미가 아니었던 것이다.
4.
집에서 종종 반건조생선을 쪄서 먹는데 이번처럼 먹을 때마다 감탄한 적은 없었다. 말 나온 김에 생선을 찌면 좋은 점은 이렇다. 첫째 기름기가 제대로 빠진다. 둘째 올리브유든 뭐든 식용유에 맛이 오염되는 일도 없다.
찜은 간편하기도 하다. 구이를 하려면 해동부터 해야 하지만 찔 때는 언 채로 넣고 10분 남짓 끓이면 그만이다. 생선은 구우면 살점이 흩어지기 쉽지만 찜통을 쓰면 그런 일이 거의 없다.
5.
SNS를 통해 언뜻언뜻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이 집 생선은 날마다 새벽 어판장에서 마련해 온다고 했다. 또 그날 생선은 그날 바로 장만하는데 야외가 아니라 실내에서 재빠르게 말린다고 들었다.
이 집 주인은 이런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나는 알고 있다. “통영에는 해맑은생선구이보다 싼 집도 있고 비싼 집도 있겠지만 해맑은생선구이보다 좋은 반건조생선을 파는 집은 없다.” 이런 정도로 자부한다면 믿을 만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6.
해맑은생선구이 그 집에 들어가면 정면으로 마주보이는 문설주 위 높은 자리에 플래카드가 하나 붙어 있다.
“반건조 생선 판매 / 전국택배 문의 010-6807-7567”.
때마침 추석이 코앞이다.
### 2024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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